최악의 북한 경제난, 핵폐기 돌파구 마련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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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북한 경제난, 핵폐기 돌파구 마련하나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8.08.05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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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더 악화, 연말에 외환 바닥날 가능성…경제제재로 핵 폐기 유도해야

 

북한산 석탄이 유엔 제재에도 불구하고 우리 항구에 불법으로 하역되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게다가 북한이 제재를 피해 해상에서 불법으로 원유제품 거래규모를 늘리고 있다는 유엔 보고서가 나왔다. 이 보고서는 북한이 시리아 브로커를 이용해 예멘과 리비아에 무기수출을 시도하고, 수출이 금지된 자국산 석탄, 철강 등의 제품을 중국, 인도 등에 수출해 6개월간 약 150여억원의 수입을 올렸다고 지적했다. 금액으로 치면 얼마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작은 돈을 마련하기 위해 북한이 국제감시망을 뚫고 몰래 거래하려 한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발 보도로는 김정은이 삼복 더위에도 불구하고 경제현장을 시찰하며 주민을 독려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보도들은 하나로 귀결된다. 북한이 지금 20년만에 최악의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음을 대변한다. 불법으로 석탄을 팔거나 무기를 거래하는 것은 최악의 경화(硬貨) 부족사태를 메우기 위한 것이고, 석유류를 몰래 사는 것은 올해부터 시작된 석유류 수입 금지를 피해 공장을 돌리기 위한 것이다.

 

올들어 남북 정상회담, 미북 정상회담을 거치며 대북관계가 유화국면으로 돌아섰지만,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는 조금도 풀리지 않았다. 전문가들의 예상대로라면 북한 경제는 연말에 파국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이 상황을 풀기 위해 한편으로 대화국면을 유도하고, 다른 한편으로 밀무역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는 완전한 핵무기 폐기에 앞서 제재를 풀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북한이 이 꽉 막힌 상황을 어떻게 탈출할지가 주목된다.

 

▲ 자료: 한국은행

 

지난달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북한 경제현황’을 보면, 북한의 지난해 GDP는 전년보다 3.5% 감소했다. 이는 수십만명이 굶어 죽은 대기근 시대인 1997년 - 6.5% 이후 20년만에 최악의 상황이라고 한다.

구체적인 수치를 보면, 업종별로 보면 ▲농림어업 1.3% ▲광공업 8.5%(광업 11.0%) ▲전기가스수도업 2.9% ▲건설업 4.4% 감소했다. 유독 서비스업만 0.5% 상승했는데, 이도 정부 부문에서 0.5% 상승했고, 도소매 및 음식숙박, 운수 및 통신, 금융, 부동산등 민간부분은 0.3% 감소했다. 정부부문 지출로 간신히 경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인데, 정부의 여력도 넉넉지 않아 보인다.

북한이 지난해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이유는 국제사회의 대북경제제재를 꼽을 수 있다. 특히 광업 부분이 11.0% 감소한 것은 북한 최대 수출품인 무연탄 수출을 제재했기 때문이다. 2017년 북한의 무연탄 수출액은 전년대비 65.9% 감소했다. 반토막을 넘어 3분의2나 줄어든 것이다.

 

올해 북한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며, 하반기에 유엔의 제재가 풀리지 않을 경우 지난해보다 더 악화된 성장률 감소가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해관통계에 따르면 2018년 1~5월 북한의 중국 수출액은 전년 동월대비 ▲1월 30.1% ▲2월 32.4% ▲3월 56.4% ▲4월 43% ▲5월 40.3% 감소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임수호 연구원에 따르면 특히 지난해 12월 채택된 안보리 결의안 2397호가 올해부터 이행됨에 따라 기존의 북한산 광물, 수산물 의류에 이어 농산물, 기계, 전자기기, 토석류, 목재 선박 수출도 금지된다. 게다가 북한의 정제유 수입이 기존의 4분의1 수준인 50만 배럴로 동결되고 기계, 전자기기, 운송기기, 기초금속등의 대북 수출이 금지된다. 이들 품목은 산업 생산의 기초소재 및 에너지들이어서 공장 가동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소리방송(VOA)에 따르면, 조지타운대 윌리엄 브라운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현재 경제적으로 엄청난 압박에 직면해 있다”면서 대북제재가 계속될 경우 “올해 북한의 GDP 감소 규모는 전년보다 적어도 두 배 이상, 거의 10%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 자료: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한의 경화부족을 예상하는 견해도 나온다. 북한은 외환보유액을 발표하지 않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외화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하지만 수출길이 막혀 달러를 비롯해 외화를 구하기 어려워짐에 따라 보유 외환이 바닥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윌리엄 브라운 교수는 “(북환의 외환 사정이) 물탱크 밑이 갈라져 물이 계속 새듯이 북한의 외화가 매일 감소하는 상황”이라며 “언제 바닥날지 확실치 않지만, 마냥 지속 가능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최장호 부연구위원이 연초에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북한의 외환보유액은 40억~50억 달러로 추산된다. 국제사회의 경제제재가 계속돼 수출 길이 막히면 북한의 이 부족한 보유 외환도 연말쯤 바닥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경제상황이 이처럼 악화하자 김정은이 최근 연일 공장과 기업을 시찰하며 기술발전과 국산화를 독려하지만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이겨내기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은 북한이 탈출구를 선택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브라운 교수는 VOA 인터뷰에서 “김정은에게는 내키지 않겠지만, 비핵화와 경제개혁 둘 중 어느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으며, 둘중 어느 것을 선택해도 북한 주민과 국제사회에 모두 유익하기 때문에 현 상황을 낙관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도 VOA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도 경제 위기를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최근 여러 문제를 솔직히 공개하고 관리들을 질타하며 나라 안팎으로 타개책 마련에 부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거에 북한은 경제 위기에 처할 때마다 외자 유치를 위해 대외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곤 했다.

첫 번째는 북한이 2차 5개년 계획(1967~1971)의 목표 달성이 실패하자, 서방차관을 도입하기 위해 소련이 추진하던 데탕트 정책에 적극 편승했다. 1972년 7·4남북공동성성명이 나온 것도 이런 배경이다.

두 번째, 1980년대 후반 동유럽 사회주의권 붕괴로 무역이 급감하자 북한은 디폴트 상황에 빠졌다. 이 상황을 탈출하기 위해 한국을 경제협력 파트너로 인정하고 대남관계 개선에 나서지 않을수 없었다. 이로 인해 나온 것이 1991년 남북기본 합의서 채택이다.

세 번째는 1990년대 대기근으로 수십만명의 주민이 아사하고 경제가 파탄났을 때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 호응한 것이다. 태영호 전 북한 영국주재 공사는 자신의 저서에서 “1990년대초부터 위기에 몰렸던 북한은 6·15 남북공동선언의 채택으로 채 10년도 안 되는 사이에 다시 활력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올들어 북한이 대남, 대미 관계 개선에 적극적 행보를 보이는 것도 대북 제제로 인해 경제발전 전략체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1월 남북고위급 회담에 참석한 북한 리선권 대표는 “6·15시대의 모든 것이 귀중하고 그립다”고 말했다.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김대중 정부 시절과 같은 대한민국의 경제적 지원이 그립다는 의미일 것이다.

시간은 북한에게 마냥 유리하지 않다. 북한으로선 핵무기냐, 경제파탄이냐의 갈림길에 고민할 시간도 그리 많지 않다. 세계 최대 핵무기 보유국이던 소련이 붕괴된 것은 미국의 핵 공격 때문이 아니라 경제 파탄의 결과였다.

국내에선 보수세력들마저 북한 핵 폐기에 우유부단하다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워싱턴 전문가들 사이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최근 비핵화에 시간표가 없다고 말하는 것도 최대 압박을 통해 김정은의 선택을 강요하며 때를 기다리는 계산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쟁을 불사하며 물리적으로 북한 핵을 폐기하기 어렵다면, 경제 제재를 통해 핵을 포기하게 하는 것이 평화적이고 더 효율적인 방법일 것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임수호 연구원은 연구원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경제적 측면에서 볼때 북한이 대외 관계에 현재의 전향적 태도를 지속할지 여부는 다른 경제적 대안의 유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서 “남북, 북미 관계 개선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가 대북제재를 유지하고 관련국의 이탈을 방지하는데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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