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인종 프랑스와 단일민족 크로아티아의 결승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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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인종 프랑스와 단일민족 크로아티아의 결승전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8.07.16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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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 갈등 녹여낸 세대와 인종 갈등 속에 자란 세대의 속성 드러낸 경기

 

킬리앙 음바페(Kylian Mbappé). 아버지는 아프리카 카메룬, 어머니는 알제리인이다.

폴 포그바 (Paul Pogba). 부모 모두 아프리카 기니 출신의 무슬림이다.

앙투안 그리즈만 (Antoine Griezmann). 아버지는 독일인, 어머니는 포르투갈 태생 이스라엘인이다.

이들 세 프랑스 국가대표 축구선수는 16일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에서 골을 넣은 선수들이다. 세 선수 모두 프랑스에서 태어난 프랑스인이지만, 그들의 부모는 모두 외국에서 온 이민자들이다. 이들 덕분에 프랑스는 크로아티아를 4대2로 승리하며 월드컵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새벽까지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랑스-크로아티아 월드컵 결승전을 보면서 느낀 점은 프랑스 선수들이 모두 흑인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다인종의 선수단이 뛰었다는 사실이었다. 정작 유럽의 중심국가인 프랑스 축구팀이 아프리카 대표팀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었다.

이에 비해 인구 400만의 크로아티아 대표팀은 백인 슬라브계의 단일 민족성을 강하게 보여주었다. 프랑스와 크로아티아 결승전은 전통적인 축구강국과 발칸반도 신예 소국의 대결이란 축면도 있었지만, 다인종 국가대표팀과 단일민족 국가대표팀의 대결이라는 점이 더 두드러졌다.

 

▲ 프랑스 축구 대표팀선수들. 왼쪽부터 킬리앙 음바페, 폴 포그바, 앙투안 그리즈만. /위키피디아

 

축구는 다른 어떤 경기보다 국가 대항전의 성격을 띤다. 월드컵은 특히 그 성격이 강하다. 각국의 원수들이 참석하고, 경기가 있는 날엔 그나라 국민들이 광장을 메우며 환호한다. 그렇기 때문에 월드컵 경기를 보면 그 나라와 국민들의 성격을 알게 된다.

 

▲ 16일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 장면 /FIFA 홈페이지

 

프랑스 대표팀은 1998년 월드컵 우승 당시에 레인보우 팀(rainbow team)이란 별명을 얻었다. 당시에 흑인-백인-아랍인의 연합체로 구성되어 무지개처럼 다양한 색깔의 인종으로 구성된 팀을 형성했다. 그때 프랑스를 우승으로 이끈 주역 지네딘 지단(Zinedine Zidane)의 부모는 모두 알제리 내전을 피해 프랑스로 건너온 이민자들이었다. 티에리 앙리의 부모도 카리브해 섬나라 출신이다. 이들이 모여 월드컵 우승을 이끈 것이다.

유럽 국가들 가운데 프랑스가 이민정책에서 가장 온건하다. 인구 감소에 대처하기 위해 다문화 주의를 채택하고 인종별 통계를 산출하지 않는다. 최근 극우인종주의 르 펭 등이 선거에서 약진하는 추세이긴 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유색인종이 많고, 다양한 이민자들이 살고 있다. 마약, 갱, 절도등 이민자들로 인한 문제들이 상대적으로 덜한 나라가 프랑스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프랑스 팀은 엔트리 23명중 21명이 이민자 출신이다. 그들로 구성된 프랑스 국가팀은 강했고, 우승을 이끌어 냈다.

 

▲ 16일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 장면 /FIFA 홈페이지

 

이에 비해 단일민족으로 구성된 크로아티아인들의 단결력은 감동적이었다. 전반과 후반 동안에 강호 프랑스를 맞아 크로아티아는 세계 축구팬들을 감동시켰다. 크로아티아 선수들의 팀웍은 프랑스 다국적팀의 개인기를 능가하며 경기를 주도했다.

크로아티아 축구선수들의 강한 팀웍은 민족성과도 연결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인구 416만의 크로아티아는 1991년에 독립한 신생국이다. 프랑스와 굳이 역사적 인연을 찾자면, 6~7세기에 발칸 반도로 이주한 크로아티아인들에게 카톨릭으로 개종시킨 사람이 프랑스의 고대왕국인 프랑크 왕국의 사를마뉴 대제라는 사실 정도다.

10~12세기에 독립왕국을 건설한 크로아티아는 그후 헝가리, 오스트리아-합스부르크에 편입되었고, 나중에 유고왕국에 종속했다. 민족의식이 강한 크로아티아는 2차 세계대전 기간인 1941~45년에 독일 나치의 도움으로 독립을 해 그동안 자신들을 탄압했던 그리스정교의 세르비아에 대대적인 인종청소작업을 했다. 그때 크로아티아가 학살한 세르비아인의 수가 50만명에 이러렀다고 한다.

2차 대전후 유고슬로바키아 연방에 편입되었다가 1991년데 독립을 선언하자, 세르비아의 침공을 받았다. 세르비아는 크로아티아에게 인종적 보복을 단행했다.

크로아티아 내전 때 태어난 세대가 지금 크로아티아 축구팀의 주장인 루카 모드리치다. 크로아티아 선수들이 아르헨티나, 덴마크, 러시아, 잉글랜드, 프랑스 등 축구 강호들을 연이어 만나 조금도 뒤처지지 않고 강한 팀웍을 보인 것도 이런 강한 민족의식 덕분이라고 할수 있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다민족 팀에게 돌아갔다. 포용과 화해를 추구하는 프랑스의 인종용광로가 단일민족의 강한 팀웍을 이겼다.

영국 가디언지의 컬럼니스트 앤드류 허세이는 컬럼에서 “프랑스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승리했다는 사실보다 2018 프랑스의 밀레니얼 세대가 승리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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