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동러시아, 자국 기업 위해 고철 수출 6개월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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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동러시아, 자국 기업 위해 고철 수출 6개월 중단
  • 김현민
  • 승인 2018.06.30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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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보스톡, 나홋카 선적 금지…국내 수입 차질 우려

 

극동 러시아 정부가 갑자기 블라디보스톡과 나홋카등 주요 항구에서 앞으로 6개월간 고철 수출을 중단하는 조치를 내렸다. 이에 따라 극동 러시아산 고철을 수입해오던 국내 사업자와 철강회사들에 비상이 걸렸다.

블라디보스톡에 소재한 고철 수출업체 MetalTorg사가 지난 21일 영업 대표 명의로 코트라 블라디보스톡 무역관으로 공문을 발송했다. 내용인즉, 러시아 정부가 극동 주요 항구에서 향후 6개월간 고철 수출 금지 명령에 서명했으며, 극동러시아를 통해 고철을 주로 수입하는 한국이 이 조치를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조치는 지난 5월 19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가 서명을 했다.

주요 내용은 러 극동지역 고철 수출은 앞으로 6개월간 금지되며, 극동러시아 항구 중 러시아 정부가 허가한 9개의 항구를 통해서만 러시아 고철 수출이 가능하다는 것. 러 정부가 명시한 9개 항구는 캄차카주 1곳, 마가단주 1곳, 하바롭스크주 4곳, 사할린주 3곳이다.

이 조치로 그동안 블라디보스톡항과 나호드카-보스토치니항을 통해 극동러시아의 고철을 수입하던 한국 업계의 통관이 불가능해졌다. 이 조치는 극동러시아 지역만을 대상으로 하며, 러시아 서부, 남부 등 타 지역은 해당사항 없다.

러시아는 지난 2009년과 2011년에도 각각 6개월간 고철 수출을 금지한 적이 있다.

극동러시아의 고철 수출은 2017년 103만 톤, 약 1억7,792만 달러 수준이다.

 

이번 고철 수출 금지 조치는 극동지역 유일의 제철소인 하바롭스크 소재 ‘아무르메탈’을 적극적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무르메탈은 전기로를 사용하는 업체로, 고철 및 철 스크랩이 원료로 사용한다. 아무르메탈은 그동안 고철이 해외로 수출되는 바람에 고철 수급에 애로가 있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아무르메탈은 파산 단계까지 가는 등 어려움을 겪던 중, 지난 2017년 초, 하바롭스크 소재 Toreks社에 매각되었다. 2017년까지 아무르메탈 대주주는 지분 50%를 보유한 니콜라이 미스트류코프였는데, 그는 자유민주당 소속 러 하원의원 세르게이 푸르갈의 사업 파트너였다.

2017년 매각후 아무르메탈 대주주는 아르카디 로텐부르그(푸틴 대통령 최측근 중 한 명이자, 러시아 대기업 대표)의 사업 파트너인 파벨 발스키로 변경되었다. 로텐부르그는 사할린-하바롭스크간 해상대교 건설 관련, 철강 수요가 늘어날 것을 예상해 파트너를 통해 아무르메탈 지분을 획득한 것이라는 소문도 있었다.

파산 직전까지 갔던 아무르메탈이 Toreks社에 매각된 이후, 공격적인 생산 목표를 세우는 등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Toreks社 대표는 2017년 하반기, 아무르메탈 공장을 찾은 슈포르트 하바롭스크 부지사에게 2017년 18만7,000톤 수준이던 철강 생산량을 2018년 70만0,000톤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2월, 러시아 고철 수출판매 연합은 연간 66만0,000톤의 고철을 아무르메탈에 공급할 계획을 언급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러시아 정부의 고철 수출 금지 명령은 아무르메탈을 위한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무르메탈은 “지금까지 러시아 고철 수출 업계는 낮은 가격으로 고철을 구입해 높은 가격으로 해외에 판매하며 많은 중간 차익을 남겨왔다”고 주장하며 적정 가격으로 고철을 구입할 계획을 밝혔다. 아무르메탈의 세르게이 쿠즈네쪼프 사장은 ‘극동 고철 수출업체는 미국업체가 지분을 가진 한국 철강업체에 고철을 수출해 많은 차익을 남겨오지 않았냐’며 비판하기도 했다.

러시아 정부 관계자도 비공개 인터뷰에서 고철 수출업계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탈세를 하고 있다며 극동에서 지난 2016-2017년간 수출된 고철의 톤당 평균 신고가격은 166달러였지만 아시아 시장 등 시세를 봤을 때 톤당 평균 가격은 293달러였다고 강조했다. 지난 2년간 수출된 고철 분량이 약 213만 톤임을 감안해 적지 않은 금액이 저가 신고 처리 및 세금 납부를 피해갔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에 고철수출업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우선 러시아 정부가 수출을 허용한 9개 항구는 모두 지역 군소항구이고, 고철 하역 설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못해 실질적인 수출 작업이 어려운 곳이다. 또 고철 수송 및 수출에 필수적인 항만까지의 철도 연결도 없으며 기후, 계절적 요인 등으로 일부 기간에만 운송이 가능한 항구가 많다. 기존 고철 수출항인 블라디보스톡항 및 나호드카-보스토치니항과 비교하면 물동량, 처리 능력 등 모든 부분에서 부족하다. 따라서 고철 수출업계 입장에서는 수출길이 막혀버리는 셈이다.

극동러시아 업체들은 연간 100만톤 가량을 한국으로 수출하던 상황에서 이번 조치로 기존 한국으로 향하던 물량 일부를 러시아 내수시장에 파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코트라에 공문을 보내온 MetalTorg도 한국으로 연간 40만톤의 고철을 수출하던 업체로, 이번 러시아 정부의 고철 수출 금지 명령으로 사업 방향을 바꾸어야 할 형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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