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잠수'와 '환승'이 연예인 인기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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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잠수'와 '환승'이 연예인 인기에 미치는 영향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4.03.2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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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 칼럼니스트] 잠수나 환승이라는 단어가 연인 사이에서, 혹은 연애 과정에서 쓰인다면 부정적인 의미다. 주로 그 관계가 깨질 때 쓰이는 점에서 그렇다. 잠수는 이별과 합쳐지고 환승은 연애와 합쳐져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 ‘잠수이별’과 ‘환승연애’. 

잠수이별은 연인 중 어느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소식을 끊고 잠적하면서 관계가 끝나는 것을 말한다. 환승연애는 옛 연인과의 이별 시기와 새 연인과의 교제 시작 시기가 겹치는 걸 말한다. 

사람들은 잠수이별이나 환승연애를 연인 사이가 깨지는 상황 중 최악이라고 여긴다. 연인이었던 상대에게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잠수이별은 헤어지는 이유도 모르고 지내다가 어느덧 이별한 사이가 된다. 상대가 소식을 끊으며 잠수를 탔기 때문에 왜 소식이 끊겼는지도 모르고, 헤어지는 건지 아닌지도 모르다가 그냥 그렇게 이별한 사이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환승연애는 바람 의혹이 일 때가 있다. 물론 공백 없이 다른 이를 사귈 수도 있지만 간혹 헤어지기 전에 이미 그 다른 이를 사귀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살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바람’이 환승연애를 촉발할 수도 있는 것이다.

공공의 적을 탄생시키는 잠수와 환승

만약 주변에서 잠수이별이나 환승연애를 목격한다면 사람들은 자기가 그런 일을 당한 것처럼 분노한다. 그래서 잠수이별이나 환승연애를 택한 사람은 과거 연인과 연인의 지인들로부터 욕먹는 걸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만약, 잠수나 환승을 저지른 이가 연예인이라면 그야말로 공공의 적이 되어버릴 수 있다. 쌓아온 인기가 흔들리거나 무너질 수도 있다. 김대호 아나운서와 류준열 배우가 그런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김대호는 아나운서로서 일에 임하는 모습과 퇴근 후 자신만의 세계에 빠진 모습의 편차가 커서 인기를 얻었다. 그런 그는 방송이나 온오프라인 프로그램에서 과거 연애사를 언급하며 잠수이별 경험담을 털어놓곤 했다.

그런데 이 에피소드가 여러 방송을 통해 반복되면서 김대호에 대한 호감도가 떨어지는 모양새다.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신선하게 느껴졌던 김대호의 기이한 언행이 사실은 인성 문제가 아닐까 하는 해석이 있을 정도다. 

지난 설 명절 김대호의 본가를 다룬 MBC '나 혼자 산다'는 가부장적 명절 문화를 여실히 보여줬는데 (패널은 물론 많은 시청자가 불편함을 느꼈지만) 이에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김대호의 해맑은 태도는 시청자들에게 많은 실망감을 주기까지 했다.

이러한 점이 더해지고 잠수이별을 방송 소재로 반복해 언급하면서 김대호는 대중들에게 밉상 이미지가 짙어 가는 듯하다. 예전의 신선하고 호감도 높은 아나운서는 더는 아니게 된 것이다.

한편, 사랑꾼 이미지가 있었던 류준열 배우의 환승연애 의혹은 대중들에게 배신감으로 다가간 것으로 보인다. 8년간 연인이었던 류준열과 혜리는 작년에 헤어졌다. 그리고 최근 류준열이 한서희 배우와 사귄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런데 혜리와의 결별 시기가 류준열이 한소희와 교제를 시작한 시기와 맞물리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혹도 함께 생겼다. 이른바 환승연애 논란이 인 것. 사실 여부를 떠나 의혹만으로도 연예인인 당사자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우선 광고 모델로도 활동하는 한서희의 입지가 흔들리는 모습이다. 그녀는 2021년부터 NH농협은행 광고 모델로 3년간 활동했는데 최근 계약이 종료됐다. 또한 지난해 3월부터 맡아온 롯데칠성 소주 '처음처럼' 광고 모델 계약이 이달 초 만료됐다. 

두 회사는 모두 한서희와의 광고 모델 계약을 이어가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류준열의 환승연애 상대로 한서희가 거론되던 시기에 벌어져 이와 연결하는 해석이 많다. 

환승연애 의혹에 빌미를 제공한 류준열은 사생활과 과거 발언이 탈탈 털리고 있다. 이와 결부해 그의 연예인 활동에도 영향을 끼치는 모양새다.

류준열은 개념 연예인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Green Peace)’ 홍보대사로 '나는 북극곰입니다' 캠페인에 참여하는 모습 덕분이다. 그래서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인플루언서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하지만 류준열은 골프를 즐긴다는 과거 발언 때문에 역풍을 맞았다. 자연보호를 한다면서 환경 파괴의 상징인 골프장을 이용하는 모습 때문이다. 골프장을 지으려면 넓은 면적의 나무를 잘라야 하고, 잔디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양의 농약과 물이 사용되기 때문에 자연환경 파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골프를 좋아한다는 류준열을 두고 '그린워싱'(Greenwashing; 친환경적이지 않음에도 친환경으로 위장하는 행동) 의혹이 불거졌다. 그린피스 홍보대사 활동이 가식적이라면서.

이는 그린피스를 향한 대중들의 항의로까지 이어졌다.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류준열의 그린피스 홍보대사 위촉 취소를 요구하며 그렇지 않으면 ‘후원 취소’까지 강행하겠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결국 그린피스 측은 이에 대한 반응을 내놓았다. 류준열 측과 긴밀히 대화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나은 캠페인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는 취지였다. 환승연애 의혹이 류준열의 입지까지 흔들게 된 것이다.

그린피스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류준열. 사진 제공=그린피스

엄정한 잣대를 다른 곳으로도

오늘날 연예인들은 자기 분야에서 활동하는 모습 말고도 평소 모습에서도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 우리나라 대중들은 배우, 코미디언, 가수 등 미디어 매체를 통해 보여지는, 즉 만들어지는 이미지 속 연예인들이 현실 속 실제 모습에서도 그러하길 바라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때로는 실제 인성도 그러하길 바라기도 하고. 

성공한 연예인은 비연예인이 상상할 수 없는 부와 명예를 얻으니까 이런 숙명 정도는 감내해야 한다고 대중들이 여기는 듯하다. 엄정하지만 보기에 따라 혹독한 잣대이기도 하다. 

총선이 다가와서일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대중으로서 엄정하니 유권자로서도 엄정하면 어떨까 하는. 그러니까 연예인들에게 들이대듯 엄정하고도 혹독한 잣대를 정치인들에게 들이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 것. 

사실 연예인과 정치인은 사람들의 관심을 먹고 사는 직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연예인들이 대중의 시각을 두려워하듯 정치인들도 민심의 향방을 두려워하게 되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척 말고 진심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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