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밤양갱, 비비가 달달하게 노래한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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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밤양갱, 비비가 달달하게 노래한 이별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4.03.1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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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 칼럼니스트] 한 번만 들어도 귀에 쏙 박히는 노래가 등장했다. 비비(BIBI)가 부른 ‘밤양갱’이 그렇다. 왈츠 리듬을 타고 속삭이듯 ‘달디달고 달디단 밤양갱’을 반복하는 후렴구를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쇼핑몰을 구경하다가 이 후렴구를 처음 들었을 때 필자는 누가 부른 무슨 노래인지 궁금했다. 밤양갱이 반복해서 들리는 가사 덕분에 검색은 어렵지 않았지만, 이 노래의 정체를 알게 된 순간 살짝 놀랐다. 비비가 불렀기 때문이다.

어둠의 아이유, 비비

가수로서 ‘비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었다. ‘어둠의 아이유’라는 별명이 그녀의 이미지를 잘 설명한다. 아이유와 비슷한 음색을 가졌지만, 음악 색깔이 어두워서 붙여진 별명이다. 

그런 비비는 윤미래, 타이거 JK 부부가 '음악으로 낳은 딸'이라는 평을 듣기도 한다. 이들 부부가 세운 ‘필굿뮤직’에 소속된 가수인데다 두 사람에게 음악적 영향을 받으며 커리어를 쌓아와서 그렇다. 

비비는 2018년 SBS '더 팬'에 출연해 카더가든과 결승을 벌인 끝에 준우승하며 얼굴을 알렸다. 2019년부터 여러 싱글 음반을 냈고, 2022년에는 '나쁜X', '불륜'등의 노래가 속한 정규앨범 <Lowlife Princess: Noir>를 냈다. 이들 음반에는 다소 어두운 분위기의 노래들이 수록되었다.
 
어두운 분위기의 노래들을 받쳐주는 비비의 파격적인 스타일링도 주목받았다. 그녀의 퍼포먼스는 더욱더 파격적이었다. 공연장에서 콘돔을 뿌리거나 관객과 입맞춤하는 등 세간에 화제를 뿌렸다. 

앳된 외모에 달콤한 음색을 가진 비비, 그런데 어두운 음악에 파격적 퍼포먼스를 펼치는 비비는 ‘어둠의 아이유’라는 별명이 썩 어울리는 여가수였다. 그런 그녀가 ‘달디달아’졌다.

이별과 밤양갱의 상관관계 

‘밤양갱’은 올 2월 13일에 발매된 비비의 싱글 앨범 <밤양갱>에 수록된 노래다. 장기하가 만들고 프로듀싱했다. 뮤직비디오에도 함께 출연했다.

이 노래의 정체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필자가 놀랐던 건 비비의 변신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다소 도발적이고 파격적인 음악을 발표해온 그녀가 청순해진 것이다. 청순 콘셉트의 여가수가 파격적인 변신을 꾀하는 건 봤어도 이른바 ‘쎈’ 콘셉트의 여가수가 청순하게 변신하는 건 처음 봤다.

우선 멜로디와 이를 받쳐주는 편곡부터 여느 대중음악과 차별된다. 아마도 왈츠 리듬 때문에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단출한 편성이지만 꽉 찬 사운드의 악기들이 왈츠 리듬을 깔아주고 그 위를 멜로디가 춤추듯 굴러다닌다.

이러한 리듬과 멜로디를 살려주는 건 귀에 쏙 들어오는 가사다. 특히 “달디달고 달디달고 달디단 밤양갱”처럼 리듬감과 말맛이 어우러진 구절들이 간질간질한 쾌감, 혹은 묘한 중독성을 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 이 모든 요소를 지배하는 건 비비의 목소리다. 쎈 가사와 강렬한 비트로 노래하는 비비의 목소리도 좋았지만 달달한 가사를 입힌 왈츠 리듬에 맞춰 노래하는 비비의 목소리 또한 좋은 거 같다.

그래서일 것이다. 비비의 ‘밤양갱’은 2024년 봄을 대표하는 노래가 되었다. 3월 15일 현재 주요 차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멜론을 예로 들면, 2월 24일에 TOP 100 1위를 달성했고, 2월 25일에 일간차트 1위를 달성했다. 이후 실시간차트를 포함해 계속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외에도 지니, 바이브, 유튜브뮤직, 애플뮤직 등의 실시간차트, 일간차트, 주간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흘려들으면 경쾌하기만 한 ‘밤양갱’은 사실 이별 노래다. ‘너는 바라는 게 너무나 많아’라며 이별을 고한 남자에게 여자는 ‘아냐 내가 늘 바란 건’ 밤양갱 하나였다고 되뇐다. 

이처럼 여자는 이별의 이유를 곱씹는다. 그렇다고 원망이나 질척거림으로 보이진 않는다. 다만 밤양갱처럼 소박하지만 달달한 그런 사랑을 하고 싶었다는 소회가 느껴진다.

가수 비비의 '밤양갱' 뮤직비디오. 사진제공=필굿뮤직
가수 비비의 '밤양갱' 뮤직비디오. 사진제공=필굿뮤직

밤양갱의 인기는 화제를 낳고

비비의 노래 ‘밤양갱’이 인기를 끌면서 화제도 함께 생겨났다. 초기에는 이 노래를 만든 장기하로 인한 이슈가 있었다. 장기하와 아이유는 과거 한때 연인이었는데 그런 장기하가 ‘어둠의 아이유’라 불리는 비비와 작업을 해서 생긴 입방아였다.

게다가 ‘밤양갱’은 그동안의 비비 스타일과는 전혀 다른 노래였기에, 어쩌면 아이유가 불렀어도 어울릴만한 노래였기에 대중들에게 다양한 상상을 불러일으켰다.

마침 비슷한 시기에 아이유도 새로운 음반 <더 위닝>을 발표했다. 하지만 <밤양갱>에 밀리는 모양새다. 물론 발매 초기 각종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아이유가 ‘밤양갱’을 부르는 동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물론 실제가 아니라 AI가 부른 거다. AI 프로그램으로 아이유의 목소리를 비비의 노래 ‘밤양갱’에 입힌 것. 유튜브에 올라온 이 동영상 속 노래를 눈감고 들으면 실제 아이유가 부른 거처럼 감쪽같다. 

한편, 비비가 그토록 먹고 싶었노라고 외치는 노래 속 밤양갱은 실제 세상 속 밤양갱의 인기로도 이어졌다. 업계 발표에 따르면, ‘밤양갱’ 음원이 공개된 2월 13일부터 3월 6일까지 국내 주요 편의점들에서 연양갱 매출이 전년 같은 시기와 비교해 최대 100% 증가했다고 한다. 

동네 편의점 사장에게 물어보니 양갱 종류가 평소보다 많이 나가는 거 같다고 했다. ‘밤양갱’이란 노래가 인기라 그럴 거라고 하니 놀라워했다.

아무튼, 노래의 인기가 제품의 인기로 연결된 건 사실인 듯하다. 밤양갱을 생산하는 크라운해태제과의 윤영달 회장은 “(노래) 밤양갱 덕에 캐파(생산능력)를 늘렸다”며 “이 노래가 히트를 치며 덕을 많이 보고 있다”고 어느 기자간담회에서 말하기도 했다.

가수 비비가 본명 ‘김형서’로 소개되는 장르가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다. 최근에는 영화 <화란>에서 주연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그녀가 가진 재능이 확장성이 크다는 의미이면서 가수 ‘비비’, 혹은 배우 ‘김형서’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해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그녀가 또 어떻게 변신할지 기대된다. 그런 면에서 2024년 봄을 질주하고 있는 ‘밤양갱’은 변신의 전주곡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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