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초전도체 신드롬의 이면(裏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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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초전도체 신드롬의 이면(裏面)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3.08.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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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7월 말부터 진행된 초전도체 열풍이 학문적 관심을 넘어 경제와 산업의 파급효과로 확산되며 주가 급등으로 이어지는 등 국내에 광풍을 몰고 왔다. 초전도체 개발을 주장한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는 현재 침묵을 고수하고 있다. 이 와중에 학술지 네이처가 국내 연구진의 초전도체를 부인하며 해당 이슈는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초전도체에 대한 과도한 신드롬

초전도체는 과학계에서 오랜 기간 난제에 속한 이슈였다. 1911년 네델란드 물리학자에 의해 초전도 현상이 발견된 이후 수많은 과학자들이 112년 간 상온·상압에서도 실현 가능한 초전도체를 개발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일부 학자가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며 초전도체 입증을 공언했지만 지금까지의 연구는 모두 조작으로 판명되었다. 

잊혀진 이름이었던 초전도체는 지난 7월 22일, 국내 연구진의 논문이 모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되며 이공계 연구자 사이에서 다시 화제를 불러 모았다. 그리고 화제는 급기야 국내 언론으로 옮겨지며 8월부터 초전도체에 대한 관심이 신드롬으로 이어지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초전도체 종목으로 떠오른 일부 기업의 주가는 연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문제는 초전도체에 대한 열풍을 전하며 초전도체가 경제적 파급효과를 창출한다는 장밋빛 전망만 언론이 강조했을 뿐 해당 논문의 진위여부에 대해선 국내 언론도 깊이 있게 조명하거나 분석하진 않았다는 점이다. 국내 연구자가 초전도체 이슈를 가져온 점은 격려할 일이나 아직까지 국내외에서 초전도체를 실제로 구현한 학자도 전무한 상황이다.  

초전도체 광풍이 연일 긍정적 전망과 주가 급등으로 이어지는 현상에 급브레이크 제동을 건 상대는 다름아닌 글로벌 학술지 네이처(Nature)였다. 이공계 분야를 모르는 이들도 사이언스, 네이처 등의 학술지 위상은 익히 잘 알고 있다. 네이처는 지난 16일, 국내 연구진이 발표한 LK-99에 관해 상온·상압에서의 초전도체가 아니라고 공식 발표했다. 

참고로, 과학계의 난제를 발견하거나 풀어냈다는 연구에는 늘 학술지의 날카로운 검증이 뒤따른다. 지금까지 초전도체를 개발했다고 공언한 학자들의 논문도 모두 학술지의 검증과 검토 끝에 무위로 끝난 경우가 많았다. 네이처 역시 주요 연구자들의 LK-99 복제 연구를 구체적으로 공개하며 초전도체라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네이처의 발표 이후 초전도체 관련주로 분류되어 며칠간 20% 이상 급등을 해온 회사의 주가는 모두 급락을 거듭했다. 네이처의 발표 이전에도 이미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는 초전도체라는 명확한 증거를 찾기 어렵다고 발표했으며 LK-99 공개 초반, 우호적인 반응을 보인 미국의 주요 연구진도 거듭된 분석 이후 회의적 입장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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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전도 현상을 바탕으로 한 자기 부상 효과를 표현한 이미지.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초전도체에 대한 도전, 이제 시작이다

초전도체 논문에 대해 전 세계에서 이토록 많은 관심을 보인 이유는 초전도체 하나만으로 글로벌 경제와 산업, 안보 패권을 모두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전도체는 의료계에서도 수많은 난치병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 미국은 1911년 초전도 현상이 발견된 이후 상온과 상압에서 가능한 초전도체를 만들기 위해 국가 차원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는 지난 4일, 조만간 초전도체와 관련된 입장을 발표할 자리를 만들겠다고 언급한 이후 아직까지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참고로, 이석배 대표 중심의 국내 연구자가 주도한 논문은 인터넷에 공개되었기에 모든 사람이 지금도 다운받아 볼 수 있다. 내용을 자세히 보면 논문의 완성도에서 미흡한 부분이 눈에 띈다. 

사이언스와 네이처 그리고 미국과 중국 등 초강대국의 연구자들이 초전도체 연구에 주력하며 국내 연구진의 LK-99 개발을 부인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기에 일부에서는 논문 조작이 아니냐는 비난도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논문은 국제학술지에서 공인된 연구가 아니기에 이를 조작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미완성된 습작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초전도체를 개발해야 경제와 산업, 안보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는 이슈에 사로잡혀 지금까지 초전도체 신드롬의 이면을 우린 살펴보지 못했다. LK-99가 실제로 초전도체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보다 중요한 점은 초전도체를 포함, 과학계의 난제에 도전하는 주요 연구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있다.

지난 10년 간 정부 차원의 과학에 대한 관심과 노력은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최상위권 고교생들은 이공계를 외면하고 있고 이공계 현직에 있는 연구진들은 박탈감과 무관심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 정부 차원에서 국내의 이공계 R&D 연구를 장려하기 위해 어떤 시도와 지원을 하고 있는지 여전히 감감 무소식이다. 

하루 아침에 초전도체와 같은 난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연구자의 헌신과 노력 그리고 정부의 지원과 관심이 복합적으로 맞물려야 과학의 난제는 풀릴 수 있다. 이를 위해 지금도 국내 연구진들은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초전도체 연구는 이제 본격적으로 닻을 올렸을 뿐이다. 

과학 이슈에 순간순간 열광하기보다 우리가 그리고 정부가 뒷받침할 건 무엇인지 생각해볼 시점이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으며 올 2월 '2022년 한국경영학회 학술상' 시상식에서 'K-Management 혁신논문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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