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계 허문 K-전장사업] ③충전에 이어 AI 동맹까지…이제는 디스플레이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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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경계 허문 K-전장사업] ③충전에 이어 AI 동맹까지…이제는 디스플레이 전쟁
  • 권대경 기자
  • 승인 2023.08.03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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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 규격 통일, 투자 확대, 충전소 대규모 확충 등 기업들 서로 손잡아
디스플레이 산업 대형화·고해상도화…OLED 시장 놓고 한·중 격돌 전망
현대자동차와 삼성, SK, LG 등 4개 그룹이 협업하에 자동차 전장에 대규모 투자와 설비 확충에 나서 산업 전망이 밝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그룹 총수들의 광폭 행보도 각양각색으로 진행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전장에 있어서 만큼은 전통의 재계 라이벌 기업들간 오픈이노베이션, 즉 협업을 통한 미래먹거리 동맹이 형성되고 있는 모양새다. 국내 최대 기업들이 함께 협력하며 뛰어든 전장 산업의 현실을 분석하고, 글로벌 시장 동향과 각 그룹들의 전략 등을 3회에 걸쳐 따져본다. <편집자주> 

[오피니언뉴스=권대경 기자] 전기차의 급속 확산에 따라 국내외 완성차 및 배터리 업계가 이른바 전장동맹을 뛰어넘은 충전동맹으로 광폭행보를 하고 있다. 전기차 시대에 배터리의 충전속도와 가용시간도 중요하지만 내연기관차의 주유소에 해당하는 충전 설비도 갈수록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내에서는 자동차와 조선, 철강 등의 업종별 밸류체인을 형성 중인 국내 20개 대기업들이 인공지능(AI) 얼라이언스를 형성해 기술력 강화를 기한다. 나아가 앞으로는 전장산업에서 있어 고화질과 대형화 디스플레이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3일 업계와 외신보도 등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BMW와 제너럴모터스(GM), 메르세데츠-벤츠, 혼다, 스텔란티스 등이 북미 지역의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조인트벤처를 설립키로 했다. 한국은 물론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참여하는 만큼 시너지 효과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의 전기차가 충전소에서 충전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이들은 공동보도자료를 통해 전기차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언제 어디에서든 충전이 가능하도록 도심지는 물론이고 고속도로 등에 최소 3만개의 고출력 충전소를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단 미국에서 2024년 첫 충전소를 개장한 뒤 이후에는 이를 캐나다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각 충전소에는 고출력 DC충전기가 설치된다. 

충전 시스템 구축…투자하고, 규격 정하고, 경쟁사 시스템 사용하고

충전의 규격도 정했다. 모든 전기차 이용자들이 사용할 수 있게끔 기존의 미국 표준인 CCS와 테슬라의 충전 규격인 NACS커넥터를 함께 제공키로 했다. 어떤 전기차여도 급속으로 충전할 수 있게 대중적인 표준의 규격을 모두 제공하는 것이다. 

조인트벤처는 참여사들의 지속 가능성 전략에 따라 재생에너지로만 전력을 공급한다. 아울러 지붕과 같은 덮개를 씌우고, 화장실, 간단한 음식 서비스, 편의점과 같은 소매점을 충전소 단지 내에 배치하는 안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직접 충전 네트워크 확충에 나선 것은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지 않고서는 시장 성장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충전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에서 전기차를 판매해봐야 소비자 불만만 증폭시킬 뿐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GM와 메르세데스, 닛산, 포드 등이 테슬라의 고속 충전소 '슈퍼차저' 2만 2000곳을 부분 사용하기로 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 따른 조치다. 경쟁사의 구축된 시스템을 차용해서라도 소비자 편익을 실현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상당한 탓이다.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7월 기준 미국에 현재 3만2000대의 공공 DC 고속축전기가 설치돼 있고. 이를 230만대의 전기차가 이용 중이다. 충전기 1대당 72대의 전기차가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미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은 2030년까지 약 3000만에서 4200만대의 전기차를 지원하기 윟래서는 18만2000대의 DC 고속 충전기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주도로 지난달 25일 '산업 AI얼라이언스' 출범식이 열렸다. 각 기업과 학계 및 정부 인사들이 출범식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산업부

AI얼라이언스도 발족…산업 고도화에 업계 손잡아

배터리 동맹에 이어 기술적 얼라이언스도 분야별로 활발히 이뤄지는 추세다. 지난달 25일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주도로 산업 인공지능(AI)얼라이언스'가 출범했다. 현대차와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현대제철은 물론이고 삼성SDS, SK C&C 등이 참여했다. 지난 2020년 결성된 '산업 디지털 전환 연대'를 이번에 확대 개편한 것이다. 

이들은 AI기술이 산업 전반에 적용되고 있는 추세를 이끌기 위해 ▲영상기반사물인식(자동차·로봇·조선) ▲기계 제어 및 진단(철강·가전·기계) ▲공정 물류 최적화(이차전지·에너지·화학 ·섬유) 등 3개 기술 분과와 산업 데이터, 법·규제 등 2개 정책 분과로 나눠 얼라이언스를 운영키로 했다. 

또 연말까지 기술분과에서는 '산업 AI 솔루션 상용화 프로젝트' 40개를, 정책 분과에서는 산업 데이터 활용·촉진을 위한 과제 15개, 법·규제 개선 과제 10개 이상을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LG디스플레이 모델이 ‘차량용 18인치 슬라이더블 OLED’로 영상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제공=LG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 산업도 고도화…대형화·고해상도화 경향 뚜렷

전장산업의 핵심 중 하나인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차량용 액정표시장치(LCD)의 경우 중국과 대만이 72.1%로 시장을 압도하고 있는 반면 차량용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는 한국이 93%의 점유율로 한·중 양국이 시장은 양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포테인먼트의 기능이 강화됨에 따라 디스플레이 시장은 2027년 126억 달러까지 대형화 및 고해상도 추세로 연평균 약 7.8%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차량용 LCD는 68억 달러의 시장 규모로 중국이 38.4%를, 일찍이 시장에 참여한 대만이 33.7%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국가의 점유율을 합치면 72.1%에 달한다. LCD생산을 줄이고 있는 한국과 일본은 각각 13.1%와 14.8%로 확인됐다. 

OLED는 상황이 반대다. 2022년 기준 전체 2억5000만 달러의 시장에서 한국이2억3000만 달러로 93%를 차지하고 있고, 중국은 2000만 달러로 약 7%의 비중을 보였다. 한국이 차량용 OLED에 있어서는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중국이 2021년 0%에서 2022년 7.1%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즉 중국이 향후 차량용 OLED 시장에서도 공격적인 투자를 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해당 시장에서의 양국간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시장 성장 속도도 빠르다. 지금까지 자동차는 단순히 타는 기능에서 인포테인먼트 기능이 강화되고 있어 차량에 탑재되는 디스플레이의 대형화·고해상도가 급격히 진행 중이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LCD 및 중소형 사이즈에 집중됐던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의 연 평균 성장률은 약 4.7% 정도다. 반면에 대형화 추세에 따라 2027년에는 126억 달러까지 연 평균 약 7.8% 성장할 전망이다. 즉 2022년 88.6억달러 수준이던 시장이 2025년 107억 달러로 성장한 뒤 2027년 126억 3000만 달러까지 클 것으로 협회는 전망했다. 

자료=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자료=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다만 협회 관계자는 "한국 기업은 LCD의 비중을 줄이고 프리미엄 자동차에서 요구하는 슬라이더블과 같은 새로운 폼팩터 구현이 가능한 OLED 등에 집중하고 있다"며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한국기업의 시장 우위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사양화 경향도 뚜렷하다. 2023년까지 출시된 자동차 중 가장 높은 자율주행 수준인 조건부 운전자동화(레벨3) 기능이 탑재되면서  차량 내부 공간의 활용성 변화도 자동차 업계의 디스플레이 요구사항도 달라지고 있어서다. 

실제 현대차는 2024년 출시되는 제네시스에 24인치와 27인치의 OLED 패널을 적용할 방침이며, 포르쉐는 2024년 출시 보델에 12인치와 14인치의 패널을 장착할 예정이다.  

앞서 이미 올해 기아의 EV9은 자율주행 3단계가 적용돼 12.3인치 클러스터와 5인치 공조,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33개의 디스플레이를 이은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다. 

2025년 SDV(Software Defined Vehicle)의 본격적인 등장과 전치와 자율주행 등의 전장기술 고도화로 산업 전반의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특히 디스플레이의 중요성은 갈수록 더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동욱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부회장은 "전장부품에서 디스플레이 기술이 차지하는 중요도가 점점 높은 주목을 받고 있다"며 "지난해 반도체 공급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것 처럼 앞으로 OLED 등 프리미엄 디스플레이의 안정적인 공급측면에서 자동차와 디스플레이 산업간 협력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차량용 디스플레이의 수출 및 투자 지원을 위한 안정적인 공급망 생태계 전략 마련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게 이 부회장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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