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계 허문 K-전장사업] ②中은 '손짓', 딜레마 빠진 韓...결국 美 IRA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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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경계 허문 K-전장사업] ②中은 '손짓', 딜레마 빠진 韓...결국 美 IRA에 달렸다
  • 권대경 기자
  • 승인 2023.08.01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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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美 제재 피하기 위해 韓과 협력, 5조원 배터리 투자
韓 공급망 탈중국 위해 수입선 다변화, 황산코발트(캐나다), 리튬(칠레) 등
현대자동차와 삼성, SK, LG 등 4개 그룹이 협업하에 자동차 전장에 대규모 투자와 설비 확충에 나서 산업 전망이 밝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그룹 총수들의 광폭 행보도 각양각색으로 진행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전장에 있어서 만큼은 전통의 재계 라이벌 기업들간 오픈이노베이션, 즉 협업을 통한 미래먹거리 동맹이 형성되고 있는 모양새다. 국내 최대 기업들이 함께 협력하며 뛰어든 전장 산업의 현실을 분석하고, 글로벌 시장 동향과 각 그룹들의 전략 등을 3회에 걸쳐 따져본다. <편집자주>

[오피니언뉴스=권대경 기자] "우리는 국내외 공급망과 관련한 국가 안보 문제를 계속 평가하고 대응할 나갈 것입니다."

애슐리 샤피틀 미 재무부 대변인이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즉 이는 중국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한국 등 다른 국가와의 협업 및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것을 두고, 미국이 또 다른 추가 제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IRA를 우회하기 위해 한국 배터리 산업 투자를 서두르고 있고, 실질적 투자 계획이 일부 성사되기는 했다. 하지만 정작 한국은 많은 고민을 안고 있다. 미국이 중국의 우회 전략을 또 다시 규제할 경우 한국으로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장 사업을 두고 딜레마에 빠질 수 있어서다. 결국 관건은 미국의 IRA 규정 강화이기 때문이다. 

1일 업계와 외신보도 등을 종합하면 중국은 한국의 신규 배터리 공장 5곳에 5조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는 한국에서 전기차 배터리 소재를 납품하고 이를 미국의 완성차 업체에 수출하면 IRA에 따른 세금 감면 혜택을 누릴 수 있어서다. 여기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혜택까지 활용할 수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에 서명한 후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에게 펜을 건네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블룸버그도 중국기업의 전략을 두고 "중국이 미국 시장에 접근하기 위해 한국을 이용하려 한다"며 "전기차 등 첨단 산업의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노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IRA는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 40% 이상을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것을 사용해야 보조금을 지불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어 나머지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북미 지역에서 전기차를 조립해야 하고 배터리에 들어가는 부품의 절반 즉 50% 이상을 북미에서 제조하고 조립해야 한다 조항도 있다. IRA에 따른 세금감면을 받기 위해서는 위 두 조항을 충족시켜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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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이 중국 CNGR과 합작투자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포스코퓨처엠 정대헌 부사장, 포스코홀딩스 유병옥 부사장, 이경섭 전무, CNGR 덩웨이밍 동사장, 주종웬 부총재. 사진=포스코폴딩스

中 업체들 잇따라 한국과 협업 발표…우리 기업은 '거리두기'

일단 중국의 손짓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중국 에너지 기업 롱바이커지는 전기차 배터리 음극재의 소재가 되는 삼원 전구체를 연간 8만톤(t)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짓는 방안이 한국 정부로부터 승인됐다고 밝혔다. 지난 3월에는 중국 거린메이가 SK온과 배터리 소재 생산 합작 투자를 발표했고, 6월에는 중국 중웨이(CNGR)가 포스코홀딩스와 이차전지용 니켈 및 전구체 생산공장 건설 계약을 발표했다.

또 중국 화유코발트의 경우 LG화학, 포스코퓨처엠과 새만금 단지와 경북 포항에 니켈·전구체 생산 공장을 짓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 한국 회사들은 중국 기업들과의 서명은 초기 단계로 계약 조건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의 IRA 세부 사항이 확정될 때까지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그래픽=연합뉴스

소재 中 의존도 높아…中 꼼수에 美 규제 강화 검토

이제 현실을 보자. 중국 기업들은 사실상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소재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튬이나 코발트, 망간과 같은 핵심 소재 대부분이 중국의 배터리 공급망 가치사슬의 기초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제조의 필수적인 음극재와 양극재 그리고 이를 만들기 위한 전구체도 중국을 빼고서는 말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미국의 대중국 견제가 어느정도 효과를 거둘지에 대해 의문을 갖는 이들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미국이 칼을 들 경우 공급망 전체의 재편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앞서 애슐리 샤피틀 미 재무부 대변인의 언급처럼 미 정부는 중국의 우회 전략을 어디까지 허용할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중국이나 러시아 등 '해외 우려 집단(FOREIGN ENTITY OF CONCERN)'과 연계 생산된 제품을 규제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을 검토 중인 것이다. 규제가 현실화 되면 중국의 우회 전략은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결국 한국기업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의 배터리 공급 가치사슬이 공고한 탓에 이를 무시하기도 어렵지만 그렇다고 미국의 규제 강화가 현실화 되면 우리 기업 입장에서도 전장 사업의 전략을 궤도 수정해야 하는 까닭이다. 

 

LG에너지솔루션 '인터배터리 유럽 2023' 부스 전경. 사진=연합뉴스

"중국 중심 배터리 가치사슬서 해방돼야"…한국 기업 탈중국 바람

반대로 탈중국을 기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은 활발하다. 이는 최태원 SK회장이 강조한 이른바 '제4의 경제블록'과도 맥락이 닿아 있다. 최 회장은 최근 경영토크쇼에서 "미국과 중국이 룰을 강요하면 우리가 저항할 수단이 없다는 게 어려운 점"이라며 "지정학적 위기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미국이나 중국 만큼의 시장의 크기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SK는 2008년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을 바탕으로 중국내 사업 비중을 늘렸지만 최근에는 중국과의 협업이나 합작 사업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2021년 SK차이나가 베이징 SK타워를 매각한 것과 중국 렌터카 사업 철수, 중국에 대한 신규투자 발표 중단 등이 대표적 사례다. 

탈중국과 관련한 기업별 움직임을 보면 지난달 25일 LG에너지솔루션은 캐나다 광물업체 일렉트라와 황산코발트 장기 공급에 대한 협약을 맺었다. 황산코발트는 배터리의 핵심 원료로 같은날 상하이메탈마켓에 따르면 황산코발트는 톤당 6000달러 선이다. 이를 토대로 보면 계약은 총 15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무엇보다 협약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부터 5년간인 2029년까지 1만9000t의 황산코발트를 일렉트라로부터 공급받는다. 공급망 안전의 대표적 사례로 꼽을만 하다.

나아가 LG에너지솔루션은 또 지난달 3일 세계최대 규모의 리튬 생산업체인 칠레의 SQM과 2029년까지 7년간 10만t 규모의 리튬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전기차 배터리 소재와 부품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SK온은 지난해 10월과 11월에 글로벌 리튬 생산 기업인 호주 레이크리소스와 칠레 SQM과 리튬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미 올해 공급을 받기 시작했다. 조금 더 앞서 SK온은 캐나다와 호주 그리고 아르헨티나 등에 리튬 채굴 합작법인을 설립했으며, 이들과의 합작법인을 통해 지금은 포스코퓨처엠에 리튬이 들어가고 있다. 

전문가들 "中 가치사슬 끊어내야"…핵심 관건은 美 IRA 강화

결국 탈중국을 위해 여러 기업들이 노력하고 있는 셈이다.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중국 중심의 배터리 가치사슬을 끊어내고 수입선 다변화로 글로벌 대외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미국의 IRA 규정 강화 결과를 주시해야 한다”며 “그에 따라 전략을 재정비하든지 새로 꾸려야 하는 게 현재 우리 기업들의 실정”이라고 말했다.

제임스 리 KB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은 언제든 합작투자 기업이 IRA의 보조금을 받지 못하도록 차단할 수 있다"며 "중국 기업과의 제휴는 한국 기업에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를 감안해 일부 국내 기업들은 단순한 중국과의 합작이 아니라 IRA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합작 투자 지분 전량 인수를 검토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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