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세상읽기] 삼성전자·테슬라·폴크스바겐까지…텍사스로 몰리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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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세상읽기] 삼성전자·테슬라·폴크스바겐까지…텍사스로 몰리는 까닭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7.09 0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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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 세제 혜택
넘치는 인재풀
사통팔달 지리적 이점
텍사스 내 경제 호황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해 4월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 테슬라 기가팩토리 개장식에서 무대에 올라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해 4월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 테슬라 기가팩토리 개장식에서 무대에 올라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삼성전자, 테슬라를 비롯해 최근에 독일의 폴크스바겐까지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텍사스주(州)로 몰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시 반도체 공장 건설에 170억달러(약 20조원)을 투자한다. 테슬라는 2021년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를 떠나 텍사스로 본사를 이전했다. 이후 올해 초 다시 캘리포니아에 제2 본사를 차리며 텍사스와 캘리포니아 이중 본사 체제를 구축했다. 폴크스바겐도 지난 7일 텍사스주 오스틴을 북미 자율주행차 첫 출시 장소로 낙점했다. 여기에 애플, 알파벳(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도 주요 시설을 텍사스에 세우거나 확장하고 있다.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텍사스로 향하는 까닭은 뭘까. 

CEO들이 꼽은 최고의 사업지 '텍사스'

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꼽은 가장 사업하기 좋은 곳은 바로 텍사스다. 경영 전문지 '치프 이그제큐티브 매거진'이 발표한 '2021 비즈니스를 위한 최상·최악의 주' 순위에서 텍사스는 17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반면 최악의 평가를 받은 곳은 캘리포니아였다. 

다른 기관이 실시한 비슷한 조사에서도 텍사스는 상위권을 차지했다. 지난해 유력 경제매체 CNBC가 공개한 '미국에서 기업하기 가장 좋은 주 2022'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텍사스주는 조사 대상 50개 주 중 1510점을 기록하며 전국 5위를 차지했다. 1위는 1580점을 얻은 노스 캐롤라이나주였다. 노스 캐롤라이나주에는 세계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가 기반을 둔 곳이며 도요타의 첫 배터리 공장이 들어서는 지역이기도 하다. 

CEO들이 텍사스를 기업 경영하기 좋은 곳으로 꼽은 가장 주된 이유는 조세정책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텍사스만큼 기업을 유치하고자 각종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는 주가 미국에 없다”고 지적했다. CEO들과 사업주들 역시 "기업 활동을 옥죄는 관료주의와 환경·노동 규제도 거의 없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텍사스의 입지도 최고의 비즈니스 환경에 일조한다. 텍사스는 동부 및 서부 해안에 쉽게 도달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물류의 중심에 있다. 텍사스 항구는 다른 어떤 주보다 많은 화물을 운송한다. 또 380개의 공항이 있는 텍사스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주립 공항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파격적인 세제 혜택과 인재풀

미국은 주마다 개인소득세율이 다르다. 캘리포니아가 13.3%로 가장 높다. 반면 텍사스를 비롯한 플로리다, 네바다, 워싱턴, 알래스카 등은 개인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또 텍사스는 주 차원의 법인세가 없다. 최고 1% 영업세만 물린다. 다만 모든 주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연방정부 법인세(21%)는 별도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텍사스는 기업의 단기 재고자산에 세금을 면제하고 신규 건설 사업이나 개발사업 투자에도 기업 세금을 면제한다. 또한 부동산 및 재산 증가분에도 세금을 감면하는 등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또 연구개발 투자에 세금을 감면하고 있으며 맞춤형 직업교육 자금 지원과 중소기업 인큐베이팅 펀드 등도 도입했다. 

텍사스는 세금을 적게 거두는 대신 기업을 적극 유치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는 목표다. 실제로 테일러시는 삼성전자 투자로 하이테크 일자리 2000여개를 비롯해 수천 개의 직간접 고용 창출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테일러시에 약 2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인 삼성전자는 48억달러(약 6조3000억원)의 세금혜택을 받는다. 만약 같은 돈을 한국에 투자했다면 법인세 최대 감면 혜택은 2조원에 그친다. 지난해 텍사스주 테일러 독립교육구이사회는 삼성전자가 신청한 반도체 공장 9곳의 투자 계획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 신청서(챕터 313)를 승인했다. 삼성전자는 향후 20년간 1676억달러(약 218조원)를 투자해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텍사스는 기업이 필요한 전문 인재 양성에도 적극적이다. 오스틴에만 명문 UT오스틴(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 등 25개 종합대와 각종 연구소가 있다. 이 지역 경제활동 인구의 47%가 대졸자며 각종 공과금과 집세 등 생활물가도 실리콘밸리 등과 비교해 싸다. 또 원유 등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땅이 넓은 턱분이다. 미국 주요 도시를 비행기로 3~4시간 안에 갈 수 있는 교통인프라도 갖췄다. 

이런 이유로 텍사스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과 고용율, 재정 건전성은 미국에서도 1, 2위를 다투고 있다. 텍사스가 개별 국가였다면 세계 톱10에 들 정도로 큰 경제 규모를 자랑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사진제공=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사진제공=삼성전자

실리콘밸리 '지고', 실리콘힐스 '뜨고'

텍사스에 글로벌 기업들이 몰리면서 오스틴을 중심으로 인근 지역과 연결한 '실리콘 힐스'가 뜨고 있다. 실리콘 힐슨느 실리콘 밸리의 산업적 특성과 빅테크 기업이 대거 입주한 오스틴 서부 구릉지역을 합친 신조어다. 삼성전자와 미국 반도체업체 AMD, PC 제조사 델을 비롯해 빅테크 기업들이 이미 오스틴에 자리 잡았다. 테일러시와 오스틴 광역권에는 자동차기술, 반도체, 나노기술, 항공우주제조업 관련 기업들이 몰려있다. 오스틴은 미국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스타트업 허브로 240여 개 생명과학 기업에 종사하는 1만5000명의 생명공학, 의료기기, 진단, 제약, 연구 등 종사자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실리콘 힐스의 인구 증가율은 미국에서도 최고치를 자랑한다. 

오스틴을 중심으로 실리콘 힐스의 발전 추세를 감안할 때 텍사스는 향후 20~30년 안에 인구와 경제 규모에서 캘리포니아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인구 3700만명으로 미국 최대 주인 캘리포니아는 지난 10년 간 인구 증가율이 6%를 밑돌았다. 반면 텍사스는 인구 급증으로 2021년 인구 비례인 연방 하원의원 의석이 추가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캘리포니아의 시대가 가고 텍사스의 시대가 온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결국 글로벌 기업들이 텍사스로 몰리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경제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점과 ▲파격적인 세율과 낮은 규제 문턱 ▲최고의 인재풀 ▲미국 동부 및 서부 해안 등에 쉽게 닿을 수 있는 최고의 입지적 이점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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