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웰메이드 교양형 예능 프로 ‘관계자 외 출입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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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웰메이드 교양형 예능 프로 ‘관계자 외 출입금지’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7.08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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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 칼럼니스트] 출입문에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고 쓰여 있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 관계자가 아니라 그냥 지나치는 이도 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 문을 열어보고 싶은 이가 있지 않을까. SBS ‘관계자 외 출입금지’는 그런 호기심에서 출발한 프로그램이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는 올 1월 남부구치소와 남부교도소, 그리고 인천국제공항을 소재로 만든 파일럿 방송이었다. 아무나 들어가 볼 수 없는 곳을 대중들에게 보여준 파일럿 방송은 좋은 평가에 힘입어 정규 방송 편성을 이끌었다. 

정보와 재미를 한 프로그램에

‘관계자 외 출입금지’는 SBS의 교양국에서 만든 예능형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나로우주센터, 한국조폐공사, 국회의사당, 그리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찾아갔다. 이곳들은 모두 아무나 출입할 수 없는 시설들이다. 

그런데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은 공간을 예능 관점으로 살펴보니 신선하게 느끼는 대중이 많은 듯하다. 진행자들인 연예인들이 예능의 문법 안에서 활약해서 더 그렇게 보일 테지만 이는 정보와 재미를 함께 전달하려는 제작진의 의도이기도 할 것이다. 

이러한 의도는 제작진 구성에서도 알 수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출신 PD와 ‘무한도전’ 출신 작가가 뭉쳤다. 그러니까 교양과 예능의 대표작들이 배출한 선수들이 한 팀으로 만난 것. 

방송 소재 자체가 전문가를 자처하는 매니아들이 존재하는데 대중들에게는 생소한 분야라 정보 제공과 재미 추구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게 관건이다. 그래서 출연 연예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 출연진인 김종국, 양세형, 이이경, 미미는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 중인 연예인들이다. 이들 예능인은 방문처에서 만난 내부인, 즉 전문가들을 더욱 돋보이도록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연예인들이 호기심 어린 질문을, 때로는 어이없는 질문을 하더라도 전문가들은 그들의 오랜 경륜으로 알기 쉽게 설명해 주거나 진지하게 시연해주곤 한다. 그러한 엉뚱한 질문들은 대중들의 호기심을 대변하기도 하는데 전문가들은 어려울 수 있는 주제를 쉽게 풀어내며 진행자 이상의 활약을 보여줄 때가 많다. 

이렇듯 호기심을 풀어주는 전문가들의 농익은 답변 덕분에 대중들은 한국조폐공사 직원이 화폐에 들어갈 인물을 디자인할 때 어떤 고민을 했는지, 어떤 시도까지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또한 국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전문인이지만 대중에게는 생소한 수어 통역사와 속기사가 어떤 표현까지 통역할 수 있고 받아 적을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덕분에 대중들은 이들 직종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 공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금지된 출입문 안쪽의 사람들

‘관계자 외 출입금지’는 외부인들이 들어갈 수 없는 곳을 다룬다. 그곳은 공간이면서 시설이다. 그런데 방송을 보다 보면 사람이 보인다. 그 공간과 시설을 있게 한 사람들이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가 정규 방송으로 편성되며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나로우주센터’다. 마침 누리호 발사를 앞둔 시기였다. 출연진들은 누리호 발사 관련한 곳곳을 견학했는데 발사대는 물론 테스트 중인 누리호도 볼 수 있었다.

그 모든 곳을 누리호 제작 관계자와 발사 관련한 실무진들이 안내하며 설명했다. 그런데 그들의 표정이 인상 깊었다. 과거의 실패와 실패 극복 과정을 거치고 새로운 발사를 앞둔 그들의 표정은 표현하기 어려운 고뇌가 서려 있었다. 

그들은 모두 자기 분야에서 20년에서 30년 넘게 연구한 전문가들이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의 연구 결과가 만천하에 공개되는 행사를 앞둔 그들의 심정은 얼굴에도 나타나 있었다. 장난기 충만한 출연진들이 숙연해질 정도로 누리호 발사를 앞둔 그들은 부담감에 짓눌려 있었다. 

누리호 발사가 성공한 후 제작진은 이들을 다시 찾았다. 부담감에서는 해방된 표정이었지만 다음 단계 연구를 위해 다시 마음을 잡는 그들의 모습은 처연해 보일 정도였다. 누리호 발사 성공에는 엉덩이 무거운 연구진들의 헌신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sbs 예능 프로그램 '관계자 외 출입금지'

지난 6일 방영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편에서도 30년 이상 프로젝트를 수행해 온 관계자들이 출연진들을 상대했다. 조종사로, 혹은 전투기 엔지니어나 사업 담당자로 30년 넘게 일한 직원들의 이야기는 국산 헬기와 전투기 개발 성공에, 그리고 항공기 수출 성사에 그들의 꾸준함과 성실함이 크게 이바지했음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출연한 연예인들은 관계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가 전투기를 만들 수 있고 수출까지 한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그동안 뉴스에서 많이 다룬 소식이었지만 관심 있는 이들만 알고 있는 특수한 정보였는지도 모른다.

이 지점이 ‘관계자 외 출입금지’를 의미 깊은 방송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이번 에피소드를 앞두고 밀리터리 매니아들이 많이 설레했었다. 그동안 뉴스나 관련 기관에서 공개한 공식 영상으로만 접했던 국산 전투기 KF-21과 FA-50의 새로운 영상이 예고편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KF-21 시험비행사들의 생생한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들은 그 어느 드라마나 영화보다 감동적이었다. 이들의 여유 넘치는 모습은 시험비행이라는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는 시험비행사들의 책임감과 담대함을 보여주는 듯했다. 

또한 KF-21의 모습과 FA-50 생산 라인을 다양한 앵글로 보여주었는데 그동안의 공식 영상과는 비교할 수 없는 콘텐츠로 밀리터리 매니아들이 기억할 게 분명하다.

시청률로만 판단하기 어려운

이렇듯 ‘관계자 외 출입금지’는 그곳과 관계없는 이들은 접하지 못할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방문처는 물론 방문처를 관할 하는 각종 정부 기관에 촬영을 허가받아야 한다. 촬영 허가 후에는 방문처와 촬영 콘셉트를 협의하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지난 방송들을 보면 제작진의 사전 노력이 많이 들어갔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시청률이 제작진의 노력을 치하하기에는 다소 낮은 2%대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관계자 외 출입금지’는 시청률로만 판단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 되어가는 듯하다. 매니아를 중심으로 화제성이 올라가고 있으니까. ‘관계자 외 출입금지’는 어쩌면 대중들이 웰메이드 ‘교양형 예능 프로그램’, 혹은 ‘예능형 교양 프로그램’으로 기억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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