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비슷한 듯 다른 '이번 생도 잘 부탁해'와 ‘킹더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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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비슷한 듯 다른 '이번 생도 잘 부탁해'와 ‘킹더랜드’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6.24 09:3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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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 칼럼니스트] 재미있는 구도의 두 드라마가 지난 주말 새로 선보였다. 여기서 재미있는 구도라는 표현은 여러 관점에서 비교하게 되는 채널인 tvN과 JTBC가 주말 드라마를 같은 날에, 그것도 비슷한 세계관을 가진 드라마를 동시에 편성한 걸 의미한다. 

다만 두 드라마는 방영 시간대가 다르다. 한 드라마가 끝날 즈음에 다른 드라마가 시작한다. 덕분에 여러모로 비교하며 시청할 수 있다. tvN의 ‘이번 생도 잘 부탁해’와 JTBC의 ‘킹더랜드’가 그 드라마들이다. 

tvN '이번 생도 잘 부탁해'는 전생을 기억하는 ‘반지음’이 전생의 인연 ‘문서하’를 찾아가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인생 19회차를 사는 여주인공 ‘반지음’은 신혜선이,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재벌 2세 남주인공 ‘문서하’는 안보현이 연기한다.

JTBC '킹더랜드'는 자본주의 웃음을 경멸하는 재벌2세 ‘구원’과 직장 안에서는 항상 웃어야만 하는 ‘천사랑’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까칠한 재벌 2세 남주인공 ‘구원’은 이준호가, 스마일 퀸 ‘천사랑’은 임윤아가 맡았다. 

겹쳐 보이지만 서사는 다르다

두 드라마는 뭔가 겹쳐 보인다. 우선 드라마의 배경이 모두 최고급 호텔이다. 물론 재벌인 남자 주인공 가족이 소유한 호텔인데다 두 남자 주인공은 호텔 임원으로 등장한다. 이런 구도에서 두 드라마의 여주인공은 호텔 직원 캐릭터일 수밖에 없다.

까칠한 남자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것도, 두 남자에게 어머니의 부재가 결핍으로 작용한다는 것도 비슷하다. 게다가 두 남주인공이 엄마의 기억이 남아 있는 호텔에 애착을 가지는 것도, 그래서 호텔 소유권을 두고 가족이나 주변 인물과 갈등이 일어나는 것도 유사하다. 

여기까지는 어쩌면 로맨스 드라마의 전형적인 구조일 수도 있다. 그런데 두 드라마의 이야기 전개는 전혀 다른 서사를 보여주고 있다.

tvN '이번 생도 잘 부탁해'는 로맨스에 판타지 요소를 심었다. 여자 주인공이 전생을 기억하는 인생 19회차 인물이다. 열아홉 번째 인생을 거쳐오며 얻어온 경험과 지식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그녀는 현생을 다재다능한 천재로 산다. 

JTBC '킹더랜드'는 오로지 로맨스, 혹은 로맨틱 코미디 공식에 충실한 드라마다. 남주인공은 모든 것을 갖춘 재벌가 도련님이고, 여주인공은 할머니 손에 자란 흙수저 여성이다. 그런 면에서 만화 ‘캔디’가 떠오르기도 한다. 

‘캔디’가 떠오르는 건 '이번 생도 잘 부탁해'의 여주인공도 마찬가지다. 한편으로 두 드라마의 여주인공들은 신데렐라를 비틀어 해석한 캐릭터처럼 보이기도 한다.

자기 힘으로 인생을 개척하는 두 여주인공

두 드라마의 여주인공들은 모두 적극적인 여성이다. 남의 손을 빌리기보다는 자기 힘으로 인생을 개척하려는 여성으로 등장한다. 남자의 지위 덕분에 신분이 올라가는 그런 여성들과는 차별된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

tvN '이번 생도 잘 부탁해'의 반지음은 전생에서 평생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던 남자를 찾아내고는 그에게 다가가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한다. 마침내 그녀만의 힘으로 남주인공이 있는 호텔에 입사까지 한다.

JTBC '킹더랜드'의 천사랑은 학력 제한을 뚫고 킹호텔 실습생으로 뽑히고는 상까지 받는 우수한 정규직 직원이 된다. 주위의 시샘이 있긴 하지만 오로지 능력만으로 한 단계씩 전진하는 여성의 모습으로 묘사된다.

그런 두 여주인공의 이름은 이들의 캐릭터를 상징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앞으로의 전개를 은유하고 있는 걸로도 보인다.

반지음의 한자가 만약 ‘지음(知音)’이라면 ‘마음이 서로 통하는 진정한 벗’이라는 의미가 있다. 전생을 기억하는 반지음과 어울리는 이름이다. 그래서 전생을 살면서 문수하의 과거 아픈 일들을 목격한 반지음은 그의 좋은 친구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어쩌면 문수하의 결핍을 부족함 없이 메워주는 여인이 되어줄지도. 

천사랑의 이름 ‘사랑’은 사전적 의미 그 자체인 걸로 보인다. 드라마에서 천사랑은 ‘스마일 퀸’으로 나온다. 어떤 상황에서도 웃는 그녀는 업무 때문에 웃기도 하겠지만 천성 자체가 사랑이 넘치는 여성으로 그려진다. 그래서 남주인공이 가진 상처를 사랑으로 치유해주는 구원자가 되어줄지도.

tvN '이번 생도 잘 부탁해'와 JTBC '킹더랜드'. 사진=tvN, JTBC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까?

1회와 2회가 방영된 지난 주말 두 드라마의 시청률 변화로만 보면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첫 회보다 두 번째 회차의 시청률이 오른 것을 보면 그렇다. 

'이번 생도 잘 부탁해'는 1회에 4.3% 시청률로 출발해 2회에는 5.5%를 기록했고, 1회에 5.1%로 출발한 '킹더랜드'의 시청률은 2회에서 7.5%까지 뛰어올랐다. 

시청률로만 보면 '킹더랜드'가 대중들의 호기심을 더 자극한 것처럼 보인다. 아마도 2PM과 소녀시대 출신의 이준호와 임윤아가 로맨틱 코미디로 만났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수치일 것이다. 1회와 2회에서 로맨틱 코미디로서의 정체성을 숨김없이 보여준 게 통한 것으로도 보인다.

반면 '이번 생도 잘 부탁해'는 로맨스 장르로서 조금은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내 죽음 뒤에 남겨진 사람들. 그들의 슬픔과 마주하게 되는 이상하고 신선한 19번째 내 인생"이라는 극 중 반지음의 대사가 은유하는 것처럼 사랑하는 이를 갑자기 떠나보내고 세상에 남겨진 이들이 슬픔을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주지 않을까. 

두 드라마는 마치 상의한 듯 절묘한 시간에 편성됐다. tvN '이번 생도 잘 부탁해'는 주말 밤 9시 20분에 시작하고, JTBC '킹더랜드'는 주말 밤 10시 30분에 시작한다. 두 드라마를 대략 이어서 시청할 수 있는 간격이다. 

로맨스 드라마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시작한 두 드라마의 화제성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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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민 2023-06-27 02:01:05
반지음의 뜻은 '신이 반할 정도로 지어냈음'을 줄인 이름이라고 합니다.

조웰 2023-06-27 01:53:19
문서하를 문수하로 표기했어요. 두 번이요. 수정 부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