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칼럼] 이태원 참사가 대통령과 여야에 날리는 ‘1% 경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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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칼럼] 이태원 참사가 대통령과 여야에 날리는 ‘1% 경고장’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 승인 2022.11.07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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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이태원 참사는 우리 국민의 슬픔일 뿐만 아니라 지구인의 슬픔이 되었다. 156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고 이 중에는 외국인이 26명이나 포함되어 있다. 이태원의 지역적 특성상 많은 외국인들이 모였고 결국 참사의 비극을 비켜가지 못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해 워낙 많은 언론 기사와 보도 방송이 나오고 있으므로 더욱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우리가 이 참사를 어떻게 수습하는지를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사고는 3단계로 나누어 분석하게 된다. 첫째는 사고의 예방 차원이고 두 번째는 현장의 구조 차원이고 셋째는 사태의 수습 차원이다.

사고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예방이다. 왜 이태원 참사를 피해갈 예방 수단이 작동하지 않았을까. 많은 인파가 좁은 지역에 몰려든다면 데이터로 또는 통계 수치로 ‘위험’이라는 신호를 감지하게 된다. 이 위험 신호를 감지하는 수단으로는 직관적인 모니터링, 자동으로 감지되는 예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장에서의 신고가 있다.

용산구청과 관할 경찰서가 이태원 일대와 이태원역 내부를 여러 대의 CCTV로 확인하는 직관적인 모니터링이 작동하지 않았다. 자동적인 예고 시스템 또한 작동하지 않았다. 이태원의 좁은 공간에 경상남도 통영시 전체 인구와 맞먹는 13만 명의 인파가 들이닥친다면 이태원역의 승하차객이나 인구 밀집도롤 감지하는 센서 등을 통해 경고 신호가 울려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행정시스템 전반의 부실과 무능 

이번 참사에 경찰과 소방 등 공공 구호 조직과 자지단체, 정부의 행정 조직이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이유는 현장 신고에 따른 출동 수단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적어도 가장 최후의 보루나 다름없는 112 신고 시스템 자체가 무너진다면 다 무너진 것이기 때문이다. 일선 경찰서의 경찰관 한 명 또는 현장 소방서의 구조대 한 명의 잘못이 아니라 우리 구호 조직과 행정 조직 시스템 전반의 부실과 무능으로 연결된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일주일 여 만에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가 매우 의미심장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갤럽이 자체 조사로 11월 1~3일 실시한 조사(전국1001명 유선포함 무선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0.4%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 아니면 잘못 수행하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윤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직전 조사보다 1%포인트 내려간 29%로 나타났다. 다시 20%대로 주저앉았다.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정당 지지율을 물어본 결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직전 조사보다 1%포인트씩 하락해 각각 34%, 32%를 기록했다.

민심은 천심이다. 1%포인트지만 대통령부터 여야 국회까지 ‘1%의 경고장’을 국민들은 날렸다. 놀라운 민심의 조화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가장 무거운 책임을 가져야 할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국민의힘에 대해 똑같이 1% 포인트의 지지율 하락으로 성적을 매겼다. 향후 이태원 참사 수습에 대해 미리 경고장을 통해 ‘제대로 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있는 결과다.

먼저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은 무엇일까. 사고의 수습과 진상 규명 그리고 책임자 처벌이다. 사고의 현장 수습은 어느 정도 되어가는 단계이므로 국가수사본부의 압수 수색 등을 통해 진상이 규명되고 이에 따른 책임자 처벌이 있다. 이 과정은 지극히 행정적이고 예고된 수순이다. 대통령은 일반적인 행정보다 국민 여론을 반영하고 수렴하는 더 막중한 책무를 지고 있다. 이번 사태 수습 과정에서 드러난 민심의 화살은 몇몇 책임자를 향해 정조준 되어 있다.

우선적으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그리고 박희영 용산구청장이다. 물론 선출직이 포함되어 있지만 대통령이 어떤 결단을 내릴 지에 따라 민심의 향배는 달라진다. 이태원 참사 대응 관련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 역시 한껏 고조되어 있다. 외신 기자회견에서의 몰염치한 태도나 현장감 없는 인식은 윤 대통령의 기민한 대응과 대조되며 많은 빈축을 사기에 충분했고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두 번 이상 더 울리는 태도였다.

빨리 무너진 민심을 정상적으로 수습하고 좌초되기 일보 직전의 경제 국면을 전환시키는 동력을 얻기 위해서라도 윤 대통령의 책임자 징계는 불가피해 보인다. 국민들이 여론조사에서 보낸 ‘1% 경고장’은 대통령의 태도에 따라 앞으로 크게 달라질 것으로 판단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등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책임자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민심의 향배가 달라질 공산이 크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의 태도에 따라 달라질 민심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국민들의 평가에서 예외가 아니다. 이태원 참사가 있고 윤석열 정부의 각종 악재가 터져 나오는 시점이지만 국민들은 더불어민주당의 손을 들어주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적지 않은 영향을 주겠지만 그보다 더 큰 평가는 이태원 참사에 대한 더 본질적인 대응 태도다.

불과 6개월 전까지 집권 여당이었고 지금도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이태원 참사를 윤석열 정권 퇴진의 정쟁적 수단으로 삼거나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를 무마하기 위한 방탄 성격이 된다면 ‘1% 경고장’은 ‘10% 마이너스 지지율 경고장’ 이상의 무서운 악재로 돌변하게 된다.

이태원 참사의 준엄한 메시지는 국회가 싸움터가 아니라 민생 서비스를 위해 서로 상생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중요한 역할이 ‘국민의힘’에 달려 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국정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경찰이 관여된 수사를 경찰이 하는 것은 적합하지 못하고 외부에서 특히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에서 더 신뢰성 있게 파악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쟁이 철저하게 배제되는 여야 사이의 진정성 있는 협력이라면 누가 마다하겠는가.

이태원 참사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과 K-콘텐츠와 K-안전으로 선풍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던 찰나에 우리의 부끄러운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현주소이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민 여론의 평가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참사의 범인을 찾아내는데 혈안이 될 게 아니라 원인을 제대로 찾아내고 달라져야 할 사회 시스템이 무엇인지를 곱씹어 봐야 하는 중대한 시간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제 역할을 가멸차게 해야 할 시간이다. 만약 주어진 기대와 기회를 저버린다면 두 번 다시 회복되지 않는 ‘정치 참사’가 될 거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주된 관심은 대통령 지지율과 국정 리더십이다. 한국교육개발원·국가경영전략연구원·한길리서치에서 근무하고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을 거친 여론조사 전문가다. 현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을 맡아 리서치뿐 아니라 빅데이터·유튜브까지 업무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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