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칼럼] 김의겸 의원이 한동훈 장관과 ‘충돌’하는 3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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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칼럼] 김의겸 의원이 한동훈 장관과 ‘충돌’하는 3가지 이유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 승인 2022.10.31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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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정치권은 연일 전쟁판이다. 국정 감사가 있었지만 여야 간 대결 구도만 기억나지 민생이나 중요한 정책 현안 그리고 정부의 감사가 제대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그래도 국정 감사 기간 동안 가장 기억나는 장면을 꼽는다면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한동훈 장관의 신상에 대해 파헤친 대목이다. 누군가의 제보를 받았고 일부 근거는 더탐사(전신은 열린공감TV)라는 인터넷 매체로부터 받았다고 한다.

김 의원이 밝힌 내용은 쉽게 믿기 어려울 정도다. 지난 7월 19일에서 20일로 넘어가는 새벽 시간에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한 지하 바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참석한 회식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이 자리에는 국내 최대의 로펌인 김앤장 변호사 30여 명이 있었고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 있을 정도로 꽤 넓은 공간이라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이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가수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노래를 불렀고 한동훈 장관은 가수 윤도현의 노래를 불렀다고 주장했다.

김의겸 의원과 협력했다고 하는 더탐사는 이 자리에 있었던 것으로 제보되었다고 하는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 권한 대행의 녹취록을 공개했고 사실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 모든 주장의 근거는 회식이 있었다고 하는 청담동 바에서 첼로를 공연했던 여성의 남자 친구가 제보를 한 내용이라고 밝히고 있다. 다소 황당하기도 하고 뚜렷한 근거도 없어 믿기 어려운 주장이다.

다소 황당하고 근거없어 보이는 주장

이에 대해 의혹을 받고 있는 당사자인 한동훈 법무장관은 국정 감사장에서 적극적으로 선을 그었다. 말도 안되는 황당한 내용으로 규정하고 자신의 장관직을 비롯해 향후 공인으로서 모든 것을 걸겠다고 반발했고 김의겸 의원에게 무엇을 걸 수 있는지 물어볼 정도로 목소리를 높였다.

더탐사가 인터뷰했다고 하는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는 한동훈 장관을 전혀 알지도 못한다면서 인터뷰는 모두 소설이라고 해명하면서 김의겸 의원과 더탐사를 고소했다. 김의겸 의원이 ‘동백아가씨’ 노래를 불렀다고 주장한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실 아침 도어스테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말도 안되는 내용이며 (김의겸 의원의) 선동적인 행동에 발언 자체를 아낀다’는 취지로 격렬하게 반발하는 모습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김의겸 의원과 더탐사에 대해 민형사상의 법적인 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이고 국민의힘은 김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거나 사법적 조치를 통해 ‘의원의 면책 특권’을 벗어난 발언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진위 여부를 떠나 김의겸 의원이 이번의 경우를 포함해 줄 곧 한동훈 장관 한 사람만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첫 번째로 ‘법무부와 검찰에 대한 견제’로 해석된다. 주장하는 내용을 떠나 김의겸 의원이 향하고 있는 목적지는 한동훈 장관이다. 김의겸 의원은 문재인 정권에서 대변인을 맡았고 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과 탄핵 과정에서 한겨레 신문의 기자로 맹활약한, 말하자면 머리에서 발끝까지 ‘친문’ 인사다.

문재인 정권이 가장 내세우는 치적은 북한이 아니라 검찰 개혁이다. 조국 전 장관을 법무부 장관 자리에 임명하고 검경 수사권 분리를 위한 ‘검수완박법’을 정권이 교체되기 전에 초스피드로 통과 처리한 배경이다. 그런 점에서 한동훈 장관은 더불어민주당이나 지지층에서 공적(公敵)일 수밖에 없다.

케이스탯리서치가 주간조선의 의뢰를 받아 지난 10월 14~15일 실시한 조사(전국1001명 유무선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1.8%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한동훈 장관에 대해 호감을 가지는지 아니면 호감을 가지고 있지 않은지’ 물어본 결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은 80.1%가 비호감 의견으로 나왔다. 김의겸 의원이 한 장관에게 매우 공격적인 이유로 풀이된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과 미래 보수권력에 대한 견제구

김 의원이 한 장관과 충돌하는 두 번째 이유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공격’으로 이해된다. 윤석열 대통령과 윤석열 정부에 불만이 많다고 하더라도 ‘대통령 탄핵’이나 ‘윤석열 퇴진’을 대 놓고 외치기는 부담스럽다. 청담동 의혹에도 대통령이 포함되어 있지만 한 장관을 정면으로 공격하는 이유는 한 장관이 대통령의 최측근이라 사실상 윤 정부의 핵심이고 총선 출마 가능성이 타진되고 있는 미래 보수 권력으로 볼 때 견제하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국정 감사에서 김 의원이 한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을 묶어 공격한 이후 정당 지지율에 변화가 있었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 10월 25~27일 실시한 조사(전국1001명 유선포함 무선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0.4%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지지율은 직전조사보다 3%포인트 더 올라간 30%로 나타났다.

이 국면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도 2%포인트 더 올라가고 국민의힘은 제자리걸음이었다. 이재명 대표가 수사 받는 여야 간 대결 국면에서 김 의원의 행동은 한 장관을 디딤돌로 하여 윤 정권에 대한 공격으로 읽히는 이유다. 

김의겸 의원의 폭로성 공격에 대한 세번째 이유 분석은 ‘자신의 존재감 부각’으로 이해된다.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에게 치명적인 내용을 폭로하면서도 근거나 정황은 대체로 부실하다. 어디 지하 술집인지 특정되지도 않았고 제보자나 인터뷰한 인물의 신빙성과 신뢰성마저 흔들린다.

실제 있었던 일로 가정하고 취재를 하더라도 회식에 참석했다고 하는 변호사, 술집에 있었던 관계자나 종업원, 실제 남자친구에게 관련 내용을 언급했다고 하는 여성 첼리스트 등에 대한 철저한 보강 취재도 없이 핵폭탄급 이슈를 터트렸다면 무책임한 행동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격적으로 공개한 이유의 배경에 ‘감출 수 없는 인지도 효과’를 이야기하게 된다. 빅데이터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에서 ‘김의겸’ 검색어를 입력해 본 결과 김 의원에 대한 평소 빅데이터 언급량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국정 감사장에서 청담동 술집을 발언하고 난 이후부터 김의겸 의원에 대한 언급량은 하루 2만 건 정도 대선 후보급의 관심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 스스로는 인지도와 상관이 없다고 손 사례를 치겠지만 발언 이후에 김의겸 의원에 대한 관심도는 역대급으로 올라갔다.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한동훈 장관에 대한 공격이 ‘폭풍 존재감’으로 연결된 결과다.

 

●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주된 관심은 대통령 지지율과 국정 리더십이다. 한국교육개발원·국가경영전략연구원·한길리서치에서 근무하고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을 거친 여론조사 전문가다. 현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을 맡아 리서치뿐 아니라 빅데이터·유튜브까지 업무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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