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장애인을 바라보는 우월적 시선을 꼬집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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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장애인을 바라보는 우월적 시선을 꼬집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7.0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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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 칼럼니스트] ‘정상’이라는 단어에서 ‘차별’이 느껴진다면 그 사람은 ‘차별감수성’이 높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만약 이런 사람들이 장애인을 마주한다면 ‘정상인’이라는 단어 대신 ‘비장애인’이라는 단어를 선택할 것이다. 어쩌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하는 것도 차별의 시작일지도 모르지만.

케이블 ENA 채널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장애인을 바라보는 비장애인의 시선을 통렬히 꼬집는다. 이 드라마는 ‘자폐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변호사가 비장애인들 사이에서 편견과 차별을 딛고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상한 변호사?

드라마 제목에 쓰인 ‘이상한’은 주인공인 우영우(박은빈 분)가 다른 사람에게 비치는 모습을 상징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그녀의 말과 행동이 비장애인의 시선에서는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의 직업이 변호사다. 그러니 더더욱 이상하게 비칠 수밖에. 

주인공 우영우는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이지만 읽은 것을 사진처럼 기억하는 천재이기도 하다. 특히 법을 사랑해 어린 시절부터 법전을 동요처럼 외우고 다녔다. 서울대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했고 변호사 자격시험 성적도 최상위권이다. 편견도 차별적 시선도 있었지만 대형 로펌에 변호사로 입사까지 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장애인이 역경을 딛고 성공하는 어디선가 본듯한 통속 드라마 같다. 그런데 대중들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시청하며 여느 드라마와는 다른 점들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우영우 변호사는 배정받은 사건에서 동료 변호사들, 비장애인 변호사들이 미처 보지 못한 면들을 짚어낸다. 유리한 법 조항을 찾아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의뢰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끄집어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의뢰인의 마음마저 어루만지는 좋은 변호사인 것. 

이런 과정들을 따뜻하게 그려내는 이야기 전개가 대중들에게 신선하게, 혹은 진정성 있게 다가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일까. ENA라는 조금은 낯선 케이블 채널에서 선보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방송 첫 주가 지나가기도 전에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3회와 4회가 방영된 이번 주는 같은 날 방영된 여러 채널의 드라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물론 지상파 방송을 포함해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 컷

자극적이지 않은 순한 드라마

드라마의 인기는 재방송 편성을 보면 알 수 있다. 다가오는 주말만 하더라도 ENA와 ENA DRAMA 채널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재방송을 하루에도 여러 번 편성했다. 

뉴스 미디어들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많이 다뤘는데 ‘착한 드라마’라거나 ‘힐링 드라마’라는 평가가 많다. 폭력이 난무하고 갈등 관계로 복잡한 여느 드라마들과 다른 콘셉트가 대중에게 어필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 평가에 동의한다. 그런데 필자는 ‘자극적이지 않은 순한 드라마’라고 덧붙이고 싶다. 주인공이 법을 다루는 변호사이고 주요 배경 또한 로펌과 법원이기는 하지만 첨예한 갈등과 대립 속에서도 ‘사람’이 먼저 보이고 그들의 ‘향기’까지 느껴지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자극적인 맛을 찾을 때도 있지만 뭔가 순한 맛이 땅기는 날도 있지 않은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그런 드라마가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순하지만은 않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마음 한구석 어딘가가 뜨끔해지기 때문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대중들이 범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느끼지 못하는 ‘편견’과 ‘차별’을 지적한다. 정상인(?) 관점에서 장애인을 바라보는 우월적 시선을 꼬집고 있는 것.

드라마에서 우영우 변호사를 상대하는 인물들은 장애인을 향한 편견과 차별을, 때로는 이를 인식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대사뿐만 아니라 상황으로도, 노골적 설교가 아닌 은유나 비유로도 알려준다. 그 지적 대상은 등장인물뿐 아니라 시청자들로도 향한다.

그런데 분명 지적당하며 꼬집혔지만 아프지는 않다. 다만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고 반성하게 만든다. 거기가 바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지점인 것 같다. 그래서 순한 드라마로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판타지 드라마일까

이 드라마의 선한 영향력을 다룬 기사 중 발달 장애인 가족들이 희망을 얻고 있다고 언급한 기사가 있었다. 장애인을 향한 편견과 차별을 지적하고 바로 잡는 부분에서는 그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 속 우영우가 성장하고 성공한다고 해서 여느 장애인도 그럴 수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 세상은 드라마 속 세상과는 다르다. 자료에 따르면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성인 장애인 중 1~2%만 직업을 갖고 독립적 생활을 영위한다고 한다. 5~20%는 가족 등 주변 사람의 간헐적 도움을 받아야 하고, 그 외는 타인의 도움을 전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드라마 속 주인공 우영우 변호사는 위에서 언급한 1~2% 안에서도 특출한 인물에 들 것이다. 발달 장애인 중 기억력, 암산, 퍼즐, 음악 등에 특별한 재능을 가진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이 나올 확률은 100만분의 1이라고 한다.

통계로만 보더라도, 우영우와 같은 천재적 재능을 가진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이 나올 확률은 극히 낮고, 만약 나온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 현실에서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을 가진 인물로 성장할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굳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장르를 구분한다면 동화나 판타지가 아닐까 싶다. 동화 같은 일은 동화 속 세상에서만 벌어지고, 판타지는 현실 속 세상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을 상상으로 그려내기 때문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 컷.

그래도, 아니 그래서 다음 주가 기다려지는

이번 주 수요일과 목요일 ‘우영우 변호사’는 또 성장했다. 의뢰인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는 장애인 변호사라는 한계를 느꼈지만 그녀의 도움이 필요한 곳에 변호사의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이 드라마 특유의 착한 메시지까지 전하는 것은 물론이였고.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을 포함한 발달 장애인은 한때 미완성 인간의 표본으로 ‘도태’의 대상이 되었다고 한다. 드라마에서도 언급한 나치 독일뿐 아니라 심지어 미국에서도 ‘우생학자’들 주도로 장애인들을 격리해 불임시술까지 시키는 정책이 운용되었었다. 격리 캠프에 수용됐던 사람들이 아직 생존해 있을 정도로 비교적 최근까지 벌어진 사실이었다고.

극도로 비인간적인 차별이 사라졌다고 해서 평등한 세상이 된 것은 아니라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이야기한다. 대신, 우리가 평소 아무 생각 없이 내뱉었던 ‘정상’이나 ‘보통’ 같은 단어에서조차 편견과 차별이 담겨 있다고 알려준다. 목소리 높인 웅변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만연한 편견과 차별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뜨끔하게 꼬집어주는 것.

아무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다음 주를 기다리게 만드는 드라마다. 한편으로는 어떤 공상에 잠기게도 한다. 드라마 덕분에 대중들이 변화한다면 어쩌면 세상도 변할 수 있도록 이끌지 않을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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