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변화 시도한 나영석의 새 예능 '뿅뿅 지구오락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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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변화 시도한 나영석의 새 예능 '뿅뿅 지구오락실'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7.3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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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 PD의 새 예능 '뿅뿅 지구오락실'. 사진제공=tv N

[강대호 칼럼니스트] tvN '뿅뿅 지구오락실(이하 지구오락실)'이 대중에게 관심을 얻고 있다. '지구오락실'은 나영석 사단이 tvN에서 새로 런칭한, 공식 홈페이지의 소개에 따르면 ‘신개념 하이브리드 멀티버스 액션 어드벤처 버라이티’ 프로그램이다. 

'지구오락실'은 그동안 나영석 사단이 보여줬던 예능 콘셉트를 따라간 듯하지만 새로운 시도가 눈길을 끈다. 그리고, 그 변화가 대중에게 먹히고 있는 듯하다.

나영석 예능, 안정적이었지만 진부하기도 했던

'지구오락실'을 시청하다 보면 나영석이 22년 경력의 PD라는 것을 계속 상기시켜준다. 물론 웃음 포인트다. 촬영 첫날 의도대로 진행이 되지 않자 당황하는 나영석에게 출연진들이 “몇 년 차 PD냐?”고 놀리더니 그 후에도 나PD가 당황할 때마다 계속 놀리는 것. 

하지만 MZ 세대 출연진들에게 놀림 받는 나영석은 지난 22년 동안 많은 예능 프로그램들을 성공시킨 PD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KBS2 '1박 2일'은 전 국민에게 그의 이름과 얼굴을 각인시킨 프로그램이었다. 

이후 tvN으로 이적해 '꽃보다' 시리즈와 '삼시세끼' 시리즈, '윤식당' 시리즈와 '신서유기' 시리즈 등의 시즌제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들 프로그램에서 파생된 스핀오프 예능을 만들기도 했다. 

나영석 PD의 장점은 여행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을 엮고 그 관계성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예능 문법으로 풀어내는 것에 있다. 

'1박 2일'을 예로 들면 출연진들과 게임을 빙자한 내기를 벌이며 전개되는 상황을 웃음 포인트로 짚어내거나, '삼시세끼' 시리즈나 '윤식당' 시리즈처럼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뭔가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출연진들의 서사로 연결해 내는 것이 그의 장점이었다. 

이러한 장점들을 보유한 나영석 PD의 예능 프로그램은 안정적이었다. 재미로서나 시청률로서나. 

하지만 기존 포맷을 그대로 사용해 진부하다는 평을 얻거나, 친한 연예인들을 여러 프로그램에 중복으로 출연시킨다는 지적이 있기도 했다. 덕분에 자기복제가 심하다는 비판도 있었다. 

'지구오락실', 나영석의 예능 문법에 변화가?

지난 6월 24일 첫 방송을 시작한 '지구오락실'은 얼핏 나영석 사단의 기존 예능을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뭔가 다르다.

우선 출연진 얼굴들이 싹 바뀌었다. 모두 MZ세대 여성 연예인들이다. 포맷은 '신서유기'와 비슷한 듯도 하지만 나영석 PD의 페르소나 강호동이나 이수근, 혹은 은지원의 흔적은 사라졌다. 

여성으로 바뀌고 젊어진 출연진의 등장만으로도 나영석 사단이 만든 프로그램의 분위기는 크게 바뀐 것처럼 보인다. 

특히, 좀처럼 식지 않는 출연진들의 강한 에너지는 '지구오락실'의 개성으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자유시간에도 텐션을 내려놓지 않는 출연진들은 제작진을 쉬지 못하게 만들며 긴장으로 이끈다. 

덕분에 제작진들이 방송에 잡히곤 한다.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제작진이 간혹 등장하기는 하지만 '지구오락실'에서 제작진 출연 장면은 유독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는 나영석 PD가 만든 기존 예능 프로그램들과 차별되는 지점이다. 

예를 들면 출연진에게 기획 의도가 먹히지 않아서 당혹해하는 왕작가 ‘이우정’과 그런 출연진에게 삐져버린 22년차 PD ‘나영석’이 자주 등장하는 식이다.

리얼을 추구하는 예능 프로그램 제작진은 보통 촬영 단계에서는 소극적으로 관여한다. 대신 사전 기획과 사후 편집에 공을 들이는 편이다. 

하지만 '지구오락실' 출연진들은 제작진들의 의도를 간파하거나 무시해 베테랑 작가와 PD를 당황하게 만들어 버린다. 덕분에 제작진들은 기획 단계에서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프로그램에 개입하게 되고, 나아가 비중 있는 출연자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모습들이 대중에게 먹힌 것으로 보인다. 천하의 나영석 사단이, 그 어떤 강력한 출연진들과의 신경전에서 진 적 없는 베테랑들이 당황하고 긴장하는 모습이라니. 대중은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제작진들의 숨겨진 면모를 볼 수 있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 듯하다.

그래서 나영석 PD의 오랜 경험이 빛나 보인다. 예전이라면 편집 과정에서 가위질했을 장면들을 비중 있게 처리한다. 안정을 선택하기보다는 새로움을 선택한 것. 대중도 그 새로움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움은 시간이 지나면 진부함으로

출연진이 뭔가에 도전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였던 시절이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도전의 탈을 쓰고 출연진들을 노골적으로 골탕 먹이는 프로그램이나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진부하다거나 가학적이라는 평을 얻는다. 

그래서 '지구오락실'처럼 반대로 출연진이 제작진을 곤란에 빠지게 하는 내용이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아니었을까. 

그런데 새로움과 진부함의 정의는 영원하지 않은 거 같다. 과거에 새로웠던 것이 지금 진부할 수 있고, 현재 새로운 것이 미래에는 진부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공식적으로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지구오락실'의 두 번째 촬영지가 대중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만큼 화제성이 높다는 증거다. 이는 나영석 PD가 지난 22년 동안 새로움을 추구하며 진부함과 싸워온 짬에서 비롯된 성과일지도 모른다. 

과거 인기만 추억하고 변화의 목소리에 귀를 닫은 예능 프로그램은 대중이 외면할 게 분명하다. 단순하지만 진리다. 어쩌면 나영석 PD가 지난 22년간 몸소 체득한 감각이 그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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