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오늘의 웹툰', 콘텐츠 창작자에게 권하고 싶은 드라마
상태바
[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오늘의 웹툰', 콘텐츠 창작자에게 권하고 싶은 드라마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8.13 10:0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대호 칼럼니스트

[강대호 칼럼니스트] 금요일과 토요일 밤 지상파 드라마들이 대중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MBC '빅마우스'와 SBS '오늘의 웹툰'이 그 주인공인데 시청률과 화제성 기준으로는 '빅마우스'가 우위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오늘의 웹툰'은 비록 주목도에서 뒤처져 있지만 웹툰 제작에 종사하는 이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고 있어 소재가 신선하다는 평을 얻고 있다. 그래서 콘텐츠 제작 분야에 흥미를 느끼는 대중의 관심을 얻는 모양새다. 

오늘의 웹툰, 또 하나의 성장 이야기?

SBS '오늘의 웹툰'은 웹툰을 소재로 한 드라마다. 웹툰 작가는 물론 웹툰 편집부와 직원들이 등장해 웹툰 제작 업계의 현실을 보여준다.

사실 ‘웹툰(webtoon)’은 우리나라에서 생겨난 단어다. ‘월드와이드웹’의 웹(web)과 ‘카툰’의 툰(toon)을 조합해 웹툰이 되었다. 출판된 책 형식의 만화와는 다르게 인터넷이나 모바일의 웹툰 플랫폼을 통해 보는 만화를 일컫는다.

우리나라에서 웹툰은 생각보다 가까이에서 목격된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웹툰을 보는 이들을 흔히 볼 수 있고, 웬만한 드라마나 영화의 원작이 웹툰인 경우가 많다. 

드라마 '오늘의 웹툰'도 원작이 있다. 일본 작가의 출판 만화 '중쇄를 찍자'가 원작으로 일본의 한 방송국이 드라마로도 만들었다. 

다만 일본 원작은 웹툰 편집부가 아닌 만화책 출판사의 편집부를 배경으로 한다. 당연히 웹툰 작가가 아닌 만화 작가들이 나온다. 원작에는 출판 만화가 인기이고 만화가를 장인으로 대접하는 일본 특유의 정서가 담겨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 리메이크하며 다분히 한국적 콘텐츠인 웹툰으로 변경한 듯하다.

'오늘의 웹툰'의 주인공은 전도유망한 유도선수 ‘온마음(김세정 분)’이다. 유도선수로 사는 것에 고민이 많았던 ‘온마음’이 웹툰 편집부에 계약직으로 입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아직 드라마 초반이지만 앞으로 나올 스토리를 예측해 보면 이렇다. 경험도 부족하고 입지도 불안한 계약직 사원 ‘온마음’이 다양한 웹툰 작가들과 부대끼며 성장해 가는 이야기가 아닐까.

이렇듯 향후 전개가 눈에 선하지만 '오늘의 웹툰'은 흥미로운 감상 포인트가 많은 드라마다.

웹툰 제작 업계라는 신선한 설정

우리나라 웹툰 시장 규모는 1조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웹툰은 특별한 지위를 갖고 있다. 다른 콘텐츠 장르에 원 소스를 제공해 새로운 숨을 불어넣는 존재인 것. 천만 관객이 든 영화부터 글로벌 OTT의 인기 시리즈물까지. 

이렇듯 대중은 웹툰을 보는 데에 익숙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웹툰을 만드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매주 예능에 출연하는 ‘태어난 김에 산다는’ 어느 웹툰 작가의 일상과 각종 방송에 패널로 등장하는 유명 웹툰 작가들의 단편적인 모습만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웹툰과 관련한 거의 모든 직종의 사람들이 나오는 '오늘의 웹툰'에 호기심이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이 드라마는 웹툰 작가는 물론 그들을 돕는 어시스턴트, 즉 보조 작가도 중요한 임무를 맡은 것으로 나온다. 문하생과 웹툰 작가 지망생들이 비중 있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웹툰 편집부 사람들, 특히 웹툰 피디(PD)가 하는 일들도 흥미롭게 묘사된다. 작가 일정 관리, 즉 마감 일정을 챙기는 일부터 작가 심기 관리까지. 심지어 화장실 막힌 변기 뚫는 것은 물론 집 나간 여자친구를 찾는 것까지 웹툰 피디들이 감내한다.

이렇듯 '오늘의 웹툰'이 웹툰 업계의 다양한 인간 군상과 그들의 치열한 일상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어 대중에게 신선하게 다가가고 있다. 

만화책의 추억부터 창작자의 애환까지

'오늘의 웹툰' 관련 소셜미디어를 보면 이 드라마 덕분에 옛 추억에 잠긴 이들이 많은 듯하다. 어릴 적 즐겨본 인기 만화의 명대사들을 드라마에서 인용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각 회차의 부제를 그 시절 인기 만화의 명대사에서 따왔다. 몇 개만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미래는 언제나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그 의미를 갖는다.” 한국 순정만화의 대가인 신일숙 작가의 '아르미안의 네 딸들' 대사에서 따온 제1화의 부제.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이란 있을 수 없는 거야.” 일본 만화가 미우라 켄타로의 '베르세르크' 대사에서 따온 제3화의 부제.

이 대사들을 직접 만화책에서 강렬하지만 섬세한 선의 그림과 함께 본 사람들이라면 그 감동을 오래도록 기억할 게 분명하다. 그리고, 글을 조금이라도 써본 사람이라면 이 대사들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 혹은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을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창작자의 고뇌를 '오늘의 웹툰'은 이야기 안에 잘 녹여내고 있다. 늘어지는 전개 때문에 의견충돌한 웹툰 작가와 웹툰 피디의 에피소드가 특히 그랬다. 지난 3회와 4회에 걸쳐 드라마는 작가가 겪는 창작의 고통은 물론 그 모습을 지켜보는 편집부 직원, 안전한 전개로 타협하기보다는 더 좋은 작품을 끌어내기 위해 채찍질하는 웹툰 피디를 그렸다. 

그 과정에서 시청자들의 마음에 와닿은 대사가 있다. “그리는 사람의 괴로움은 보는 사람의 즐거움과 비례하는 법이야.” 창작자의 방향과 편집부의 입장 사이에서 고민하는 웹툰 피디 ‘온마음’에게 편집부 선배가 쏟아낸 말이다. 

이 말은 비단 웹툰 창작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문학, 음악, 미술은 물론 블로그와 유튜브 등 창작이 이루어지는 모든 콘텐츠 분야 작가에게 주는 조언이기도 하다. '오늘의 웹툰' 관련 소셜미디어를 보면 이 에피소드에서 크게 공감했다는, 특히 온마음 선배가 내뱉은 말에 ‘뼈 때렸다는’ 시청자들의 감상평이 다수 있었다.

“재능 있는 자, 그 재능의 노예가 될지어다” 

이 드라마의 원작 '중쇄를 찍자'에 나온 대사이자 지난 4회의 부제이다. 비록 같은 날 경쟁하는 드라마보다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뒤처져 있지만 '오늘의 웹툰'은 삶의 자세를 되돌아보게 하는 신선한 드라마로 대중에게 다가가고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ㅇㅇ 2022-08-13 22:54:23
사실적ㅋㅋㅋㅋㅋ 창작자에게 권하고 싶은 드라마ㅋㅋㅋㅋ... 저기요 진짜 ‘창작자‘들 의견 좀 들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