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K-반도체 육성' 위한 우수 인재 제대로 확보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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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K-반도체 육성' 위한 우수 인재 제대로 확보하려면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1.05.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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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정부는 지난 13일, 국내 기업들과 함께 ‘K-반도체 전략 보고’를 통해 반도체 강국 실현을 위한 구체적 전략을 발표했다.

미국과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붓고 있는 상황에서 시스템 반도체 공략에 나선 우리도 그 대책을 선언한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메시지의 핵심은 반도체 기업들이 늘 호소해온 반도체 전문 인력 육성에 있다.

향후 10년간 정부는 반도체 인력 3만 6000명을 양성하겠다고 공개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역시 반도체 인재 채용과 산업혁신 강화에 앞장서겠다고 정부의 메시지에 발을 맞췄다.

블록체인 전문가 육성에서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인력 양성 다시 인공지능으로 방향이 바뀌다가 최근 프로그래머에서 반도체 인재 육성으로 급격히 상황이 유턴되는 느낌이다. 

반도체 인재 영입 위한 중국의 물량 공세 

물론,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블록체인 등을 모두 아우르는 핵심 개념은 반도체다. 그러므로 반도체는 이공계 응용 분야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분야로 손꼽힌다. 대한민국이 반도체 패권을 장악한 이유에 관해 1970~1990년대 국내 고교의 내로라하는 인재들이 모두 전자공학, 컴퓨터공학 등 공대에 진학했기에 가능했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중국이 경제 분야에서 산업 패권을 주장하면서 거의 모든 분야에서 대한민국을 앞섰지만 여전히 막대한 투자와 지속적인 연구개발에도 불구하고 우리와 격차를 보이는 분야는 바로 반도체다. 중국은 늘 기술력 부족과 첨단 반도체 장비 부족의 악순환에 시달리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중국의 전략은 간단하다. 막대한 금액으로 인재를 빼오는 것이다.

참고로 국내에서 반도체 인재 확보에 빨간 불이 켜진 건 2010년 이후부터다. 공교롭게도 중국이 첨단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우수인재를 무차별하게 빼오는 시기와 겹친다. 한국과 대만의 최고 인재들이 근무했던 삼성전자, TSMC의 반도체 인력은 중국의 스카우트 1호 대상이다. 연봉 5~10배, 현지 주택 제공, 자녀 국제학교 보장 등의 유혹을 거부할 이는 없다. 

국내와 대만의 핵심인력이 중국으로 건너가면서 중국은 본격적인 반도체 굴기에 나섰고 시진핑 국가주석은 5년 내 반도체 인재 50만명을 양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10년간 3만 6000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무색하게 만드는 대규모 물량 공세다. 국내 이공계 우수인재가 의대로 진학하는 상황에서 반도체 인재 육성 역시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경기 평택 삼성전자 평택단지 3라인 건설현장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보고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경기 평택 삼성전자 평택단지 3라인 건설현장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보고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도체 인재 육성, 숫자보다 질이 중요하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감안, 반도체 인력 육성에 관한 세부 계획을 공개했다. 학사 인력 1만 4400명, 석·박사 인력 7000명, 실무진 1만 3400명 등을 육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대학 내 편입학 등을 고려 반도체 학과 정원을 대폭 확대하는 등 반도체 인력 양성을 활성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반도체 인재 육성에 관한 질적 측면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4년 중앙일보와의 언론 인터뷰에서 이공계 인력 육성 문제에 관해 이공계 인력의 전체 숫자보다 질적 측면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관련 분야 인력의 숫자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우수인재를 해당 분야로 끌어들일 수 있는지 그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지적은 반도체 우수인재 육성에도 타당한 조언이 될 수 있다.

중국이 첨단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는 우수인재가 의대보다 칭화대 등 공대로 진학하는데 있다. 대만의 TSMC가 강한 이유도 반도체 학과에 대만의 최고인재들이 집결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와 기업도 반도체 인력 숫자에 앞서 국내 최고의 인재들이 어떻게 해야 반도체 분야에 관심을 갖고 몰입할 수 있을지 그 방안에 중점을 둬야 한다.

이 점에서 대학과 정부는 반성과 고민을 거듭해야 한다. 지난 5년간 국내 대학은 이공계 분야에서 다양한 인재를 교수로 채용했지만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트렌드에 부합하는 인재만 선발했기에 기초가 되어야 할 반도체 인재 육성은 소홀한 편이었다. 정부 역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 대비 상대적으로 반도체 분야에는 귀를 기울이지 못했다.

문제는 어떻게 우수인재를 반도체 분야로 집결시키느냐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반도체 분야에 진학하는 우수인재에 대한 다양한 혜택이 있어야 한다. 현재 반도체 분야 기업들에 대한 각종 세금 감면 등 혜택은 보이지만 국내 우수인재가 반도체 분야를 선택했을 때 어떤 로드맵을 통해 성장하고 어떤 대우를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내용이 전무한 상황이다.

반도체 우수인재 육성, 내재적 동기만으로는 부족하다

서울대는 컴퓨터공학과 정원을 몇 년 간 동결했지만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 인원은 지난 10년간 5배로 급증했다는 기사가 나오며 국내 대학의 안일함을 지적한 기사들이 대거 나타났다. 일리 있는 지적이나 단순히 정원을 늘린다고 해서 우수인재가 온다는 근거는 없다. 지방대 의대보다 서울대 공대의 입시 결과가 더 낮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반도체 연구는 실제로 대학원 이상을 나와야 제대로 된 연구를 진행할 수 있고 다양한 기술혁신을 창출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반도체 학과 정원 확대와 함께 학·석사 통합과정 도입과 전액 장학금 지급 그리고 산학연계 활동을 통한 실무 경험도 축적되어야 한다. 반도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우수인재는 기업에서 펠로우(Fellow)로 인정하여 정년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애국심과 반도체에 대한 흥미 등 내재적 동기만으로 반도체 분야의 우수인재를 확보할 수 없다. 의대에 우수인재가 몰리는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는 전 국민이 잘 알고 있다. 우수인재의 혁신성이 발휘되려면 이들의 실험을 장려하고 시행착오를 용인하는 각종 제도와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는 양적, 질적으로도 경쟁 국가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다. 동국대 재직 중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받았다. 9월부터는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로 일하고 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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