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25세 1급 비서관 인사가 초래한 상대적 박탈감
상태바
[권상집의 인사이트] 25세 1급 비서관 인사가 초래한 상대적 박탈감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1.06.28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2021년 대한민국에서 청년정책은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다. 코로나19 여파로 취업난 한파가 이어지고 있고 아파트 가격 폭등으로 인해 2030세대의 공무원 시험 준비와 코인 투자, 주식 투자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심각해진 청년 문제를 해결하고 한층 더 가깝게 2030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청와대가 꺼낸 카드는 25세 청년비서관 임명이었다.

청와대에서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더 가깝게 그리고 자주 듣는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젊은 학생과 취준생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는 대학 아니면 마땅치 않은 것도 사실이기에 청년정책 업무를 추진할 청년비서관직을 신설한 것 역시 올바른 방향임엔 틀림없다. 올해 청년정책 예산은 일자리와 교육, 주거 등을 포함해 24조에 육박한다.

청년비서관직 신설까지는 좋았으나 문제는 그 이후에 있었다. 청년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해당 업무를 수행할 자리를 정책관(2급)에서 비서관(1급)으로 높였다면 정말 자리에 적합한 인물을 찾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였어야 했다. 공개 채용을 통해 수많은 2030세대에게 문을 열고 '흙 속의 진주' 같은 인재를 찾았다면 이번 논란은 없었을 것이다. 

정무수석 해명, 논란을 더 키웠다 

상대적 박탈감은 사회심리학 용어다. 심리학적으로 사람은 가장 가까운 주변인과의 비교를 통해 자기 자신을 평가한다. 예를 들어, 내가 아무리 뛰어나도 내 옆에 비슷한 또래가 훨씬 더 우월한 자리에 쉽게 올라섰다면 사람은 본능적으로 박탈감에 빠진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은 상대적 박탈감을 보다 손쉽게 설명하는 속담이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의 해명은 젊은이들의 분노와 좌절을 단순한 상대적 박탈감으로 해석했기에 문제를 더 크게 키웠다.

그의 발언은 크게 세 가지 점에서 문제였다. 첫째, 당초 청와대에서 남녀공동비서관제를 염두에 두고 젊은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청년비서관직에 적합한 인물을 꾸준히 물색했지만 적합한 남성 후보를 찾지 못했다고 밝힌 점이다. 

둘째, 이 정무수석은 여기에 더 나아가 이번 청년비서관은 평생 공무원이 아닌 정무직이기에 비정규직이며 근무를 해도 대통령 임기까지만 할 수 있기에 1년도 못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셋째, 해당 비서관의 역량과 자질에 대해 꾸준히 검증해왔고 야당 대표인 이준석 대표 역시 괜찮은 인물이라고 얘기했기에 임명에 문제가 없다고 그는 밝혔다.

가장 중요한 인사관리를 이렇게 가볍게 바라 본 것에 대해 당혹스러움을 느낀다. 젊은이와 소통할 수 있는 인물을 정말 찾고 싶었다면 땀 흘리며 노력하는 전국의 수많은 2030세대를 위해 공개 채용을 진행, 기회를 모두에게 동일하게 제공했어야 한다. 적합한 인물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적합한 인물을 찾기 위해 정말 모든 노력을 다했는지 묻고 싶다.

아울러, 청년비서관직은 정무직이며 기간도 짧고 청년정책을 총괄하는 자리가 아님을 고려해달라는 의미는 무슨 뜻인지 아무리 해석해도 이해가 안 간다. 기간도 짧고 청년정책에 대한 권한도 없는 자리이며 정무직 공무원으로서 비정규직이기에 박탈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해명은 박성민 청년비서관에게 과연 무슨 도움이 되는지 묻고 싶다. 

해당 비서관의 역량과 자질은 충분하다고 강조했으나 사회생활을 하지 않았고 취업을 위해 아직 노력하지도 않은 젊은 정치인이 당에서 일부 경력을 쌓고 종편 출연을 통해 인지도를 쌓은 것 외에 무엇을 했는지 필자는 기억나지 않는다. 야당 대표가 괜찮은 인물이라고 강조했다고 해서 청년정책을 맡을 수 있고 청년층을 대변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1996년생인 박성민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1급인 청와대 청년비서관에 임명한 것과 관련해 '공정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사는 이벤트가 아니다

청와대에서 청년비서관직을 신설하며 관련 비서관과 행정관을 전국 모든 2030세대를 대상으로 공개 채용하고 투명하게 해당 과정을 진행했다면 25세가 1급 비서관으로 선발되었어도 논란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이들을 대상으로 공개 채용을 진행했다면 우리가 알지 못했던 보석 같은 인재를 발굴할 가능성도 훨씬 높았을지 모른다. 

MB정부가 그나마 잘한 일은 2010년 8월 청와대에서 근무할 5급 행정관을 공개 채용으로 선발했다는 점이다. 당시 행정관 채용 인원은 8명이었지만 총 842명이 지원해 경쟁률은 105대 1을 넘어섰다. 서류심사와 면접심사를 진행, 선발된 8명 중엔 갓 30살이 넘은 최종 합격자도 있었다. 그러나 누구도 이에 대해 불공정 이슈를 제기하지는 않았다.

당시 잡음이 없었던 이유는 기회를 모두에게 평등하게 제공했고 채용 단계별로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했기 때문이다. 842명의 지원자 중 합격자는 10명 미만에 불과했지만 지원자들은 불만을 느끼지 않았다. 모두가 지원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각 단계별로 합격자와 불합격자 안내를 명확히 제공하는 등의 노력이 병행되어 논란이 최소화되었다.

청와대도 이에 고무되어 향후 경제수석실 등 정책 부서로도 공개 채용을 통해 행정관 선발 인원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그 이후 지금까지 청와대에서 공개 채용은 진행되지 않았다. 청와대에 들어가기 위한 내부 투쟁이 극심해 공개 채용을 통해 투명하게 자리를 부여하는 것에 반대하는 이들이 많다는 후일담도 들렸다.

과거 청와대에서 근무한 인사는 필자에게 청와대에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너무 많고 당에서도 말 그대로 순번이 있을 정도로 경쟁이 극심하다는 얘기를 전했다. 틀린 말이 아닌 것이 청와대 행정관도 퇴임 후 공기업 감사 또는 대기업 임원으로 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하물며 정무직이어도 1급 비서관은 재계에서 대접 자체가 다르다.

대기업에서는 1급 공무원 출신을 전무 또는 부사장으로 영입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만큼 1급 비서관의 무게감이 크다는 의미다. 참고로, 기업에선 MZ세대를 이해하기 위해 MZ세대 인재를 곧바로 전무로 영입하는 일은 없다. 중요 포지션에 인물을 배치하려면 능력 못지 않게 구성원을 이끄는 리더십 역량과 다양한 경험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

인맥주의가 능력주의를 부활시키는 악순환 

이번 일로 젊은이들은 각종 커뮤니티에서 역시 ‘인맥’이 최고라는 얘기를 되풀이하고 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실력보다 인맥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건 암묵적 사실에 가깝다. 대학 입학 그리고 회사 입사 더 나아가 사업을 하는데 있어서도 유능한 실력보다 강력한 인맥을 알고 있으면 훨씬 더 유리한 성과를 거머쥘 수 있다는 걸 모르는 이는 없다.

20대가 능력주의를 요구하는 건 바로 이런 맥락에서 비롯된다. 부모의 지위와 부, 태어난 지역에서 오는 능력의 격차보다 인맥의 격차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는 이 비합리적인 일상이 너무 자주 그리고 익숙하게 벌어지고 있다. 제발 특권이나 인맥 없이 모두에게 기회라도 평등히 주어지고 공정하게 땀 흘린 노력을 봐달라는 것이 이들의 바램이다.

아무리 땀 흘리고 노력해도 그 노력의 과정이 중시되지 않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면 박탈감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노력해도 누군가가 강력한 인맥으로 손쉽게 높은 자리를 단숨에 차지한다면 능력주의의 소환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질 것이다. 어쩌면 젊은 세대가 얘기하는 능력주의는 노력주의의 다른 이름일지 모른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다. 동국대 재직 중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받았다. 9월부터는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로 일하고 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