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IT업계의 이면...제왕적 리더십과 권위적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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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IT업계의 이면...제왕적 리더십과 권위적 문화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1.06.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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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IT업계는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분야 중의 하나이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검색포털 기업부터 게임 기업, 소프트웨어 기업까지 젊은이들이 선망하고 트렌드를 선도하는 기업은 대부분 IT기업이다.

아울러, 대기업의 수직적·관료적 조직문화에 비해 수평적이라고 알려진 IT업계의 조직문화도 취업준비생들이 희망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문제는 지난 주 내내 IT업계의 수직적 문화와 고압적인 리더의 해악이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는 점이다.

IT업계의 상징이 수평적인 조직문화, 자율성과 유연성으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데 비해 그 실상은 국내 대기업보다 훨씬 더 심한 권위적인 문화의 일상이라는 점이 다시 한 번 알려졌다. 반면, 업계에서는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다. 

어느덧 제왕이 된 IT업계 경영자들 

4년 전, 모 방송사 시사프로그램에서 IT업계의 병폐를 취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끝내 기획한 방송이 진행되지 못했던 적이 있다. 업계 경영진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았고 의외로 폐쇄적인 조직문화로 인해 관련 취재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다시 말해 IT업계의 수직적 문화와 권위주의는 업계에서 일상이 된 지 이미 오래다. 

당시에도 많은 언론사에서 IT업계의 일상이 된 ▲철야근무 ▲관련종사자의 자살 ▲경영자의 제왕적 리더십을 비판했으나 그 이후 업계에서 이에 대해 비판적 성찰과 함께 조직관리 및 문화에 대대적인 체질 개선 작업을 진행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제조업과 달리 창의성과 혁신성을 강조하는 IT업계에서 권위주의는 왜 만연되는 것일까?

참고로 기업의 조직문화는 경영자의 언행과 가치관에 좌우된다. 대단한 석학을 거론할 필요 없이 경영학, 사회학, 심리학에서 조직문화는 해당 조직을 이끄는 리더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 보편적 상식이다. 아쉽게도 게임 및 포털을 중심으로 성장한 IT업계에서 지난 20년 사이에 부각된 기업의 경영진이 보여준 리더십 편차는 매우 큰 편이다.

1990년대 후반, 기업가정신을 지닌 20대 후반~30대 중반 젊은 기업가들이 IT업계에 도전했다. 네이버를 비롯해 우리에게 알려진 다수의 게임 및 IT기업들은 모두 이때 등장했고 그 이후 지금까지 30년 가까이 업계를 주름잡고 있다.

문제는 기업이 순식간에 급성장하면서 경영진이 거처야 할 리더십 경험을 제대로 쌓지 못했다는 데 있다.

모든 성과의 이유를 인물중심주의에 두는 우리나라 특성상 기업의 초고속 성장은 경영자의 유능한 리더십과 조직관리 능력으로 직결된다. 20대 후반~30대 중반 과감히 시장을 개척한 기업가들이 구성원(follower)으로서의 경험을 거치지 않고 경영자(leader)의 위치에 오르다 보니 이들의 지나친 자신감은 리더십에 있어서 결국 독(毒)이 되었다. 

겉으로는 수평적 소통, 유연성과 자율성을 강조하지만 실상 IT업계에서 꽤 많은 경영자는 여전히 신비주의적 행보를 보이거나 독단적인 의사결정 추구 또는 직원들에게 막말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기업의 성과와 자신의 리더십을 동일시하다 보니 자신의 의견에 합리적 반론을 제기하는 직원은 그 순간 조직에서 찍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네이버 직원의 사망사건을 계기로 IT업계의 수직적·권위적 조직문화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업가정신과 리더십을 혼동해서는 곤란하다 

대다수의 IT기업은 직급제를 폐지하고 호칭을 ‘이름+님’ 또는 영어 이름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금도 IT업계 노동조합에서는 업계에 만연한 수직적 관료주의 문화와 제왕적 리더십을 비판하고 있다. 외부에서는 가장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업종으로 알려져 있으나 내부에서는 외부의 시선과 평가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경영진들이 리더십 훈련을 체계적으로 학습하지 못하다 보니 2000년대 초반 기업이 급성장하면서 단숨에 업계를 주도하는 리더로 부각된 이들은 자신의 경영 역량을 과신하고 리더십에 대해 지나친 자신감을 보인다. 신경심리학자 이언로버트슨은 자신의 정당성을 결코 의심하지 않는 ‘권력에 대한 자기도취 단계’로 이러한 현상을 설명한다. 

언론이 이들의 과도한 자신감을 키워 문제를 부채질 한 점도 한몫한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중반 IT업계 기업들의 성과를 보도하며 경영자의 리더십과 기업가적 역량을 부각시키다 보니 해당 기업을 이끄는 주요 경영진은 자신의 리더십에 대해 우월감을 갖게 되었다. 이후, 군대식 모델의 상명하복은 IT업계에 빠르게 자리잡았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에서 기업가정신과 리더십을 혼동하거나 혼합해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해외에서는 이미 기업가정신과 리더십을 구분해서 리더의 역량을 평가하고 있다. 불확실한 환경에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여 시장이나 사업을 개척한 기업가정신과 구성원에게 신뢰를 주어 자신감을 심어주는 리더십은 방향성 자체가 다르다.

스티브 잡스나 잭 웰치의 경우 CEO로서 기업가정신은 매우 탁월하다고 평가 받고 있지만 리더십에 관해서는 부족한 점이 많다고 해외의 인사관리 학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경영자로서 신규 시장과 사업 영역을 창출한 점은 인정하지만 그 과정에서 임직원에게 공포를 안겨주는 조직관리를 보였다면 리더십 역량은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제학자 우석훈은 “민주주의는 늘 회사 문 앞에서 멈춘다”고 강조하며 직장 민주주의의 정착이 여전히 국내 기업에겐 쉽지 않다는 점을 꼬집고 있다.

기업가정신이 탁월하다고 해서 리더십까지 우월하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이제부터라도 경영자의 역량을 평가할 때 이를 명확히 구분해서 살펴보는 비판적 검토와 고찰이 필요하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권력은 그것을 소유한 모든 사람을 타락시킨다”고 경고했다. IT업계에서 지금도 폭언과 독단적 의사결정을 일삼는 경영자들이 경청해야 할 조언이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다. 동국대 재직 중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받았다. 9월부터는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로 일하고 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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