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와 혁신기업]⑩ 혁신 아이콘의 원조, 소니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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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와 혁신기업]⑩ 혁신 아이콘의 원조, 소니의 부활
  • 이영원 미래에셋대우 이사
  • 승인 2021.03.09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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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원 미래에셋대우 이사]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복귀한 1997년 새 마케팅 전략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브랜드 가치가 높은, 애플이 본받을 기업으로 거론한 곳이 나이키와 소니였다.

1979년 워크맨을 발표한 이래, 소니는 기술적 우위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의 형태에 변화를 줄 수 있는 혁신기업의 대명사로 군림해왔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이 본격화된 2008년 이후 적자로 돌아서며 혁신의 아이콘으로서 지위를 유지하지 못했다. 다시 부활을 준비하고 있는 소니의 스토리를 통해 혁신의 의미를 확인해 보자.

소니는 2차세계대전 직후 1945년 이부카 마사루와 모리타 아키오, 두 명의 동업자가 창업했다. 라디오 수리, 테이프 레코더, 전기밥통 등을 제조했던 소니는 트랜지스터의 출시 이후 트랜지스터를 기반으로 한 전자제품의 선두주자로 혁신의 아이콘으로 등극한다.

트랜지스터는 미국의 벨 연구소에서 1947년 개발되었고 진공관을 대체하면서 더 작고 값싼 전자기기의 출발을 가능케 했다.

소니의 혁신적인 전자기기 리스트

1950년대초 트랜지스터 개발 소식을 접하게 된 이부카 마사루는 동업자 모리타 아키오와 함께 트랜지스터의 상업적 활용에 나서기로 하고 1957년 포켓형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출시하면서 혁신의 길을 걷게 된다. 이후 소니가 출시했던 혁신적인 전자기기들의 목록이 이어지게 된다.

1960년 흑백 트랜지스터 텔레비전, 1969년 컬러 텔레비전인 트리니트론을 출시했다. 트리니트론은 소니를 부동의 세계1위 텔레비전 제조업체로 부상시켰다. 1969년에는 컬러 비디오 카세트 레코더의 프로토 타입을 발표하고 1971년에는 최초의 비디오 카세트를 시판했으며, 1975년에는 베타맥스 포맷을 발표했다.

1979년의 워크맨과 경량헤드폰을 발표했고, 1982년 네덜란드 필립스와 함께 컴팩트 디스크(CD)를 개발, 최초의 CD플레이어를 1982년 출시했다. 1994년에는 가정용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을 발매했고, 1996년에는 노트북 바이오를 출시했다.

가전제품 이외에도 미국의 CBS레코드 그룹의 매입(1984), 컬럼비아 픽처스 인수(1989)로 컨텐츠·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본격 진출하였고, 파이낸셜 홀딩스를 설립해 금융부문에도 뛰어들었다.

혁신의 성과를 거듭 과시하던 가운데, 특히 1979년의 워크맨은 소니의 혁신기업 이미지 형성에 가장 크게 기여한 대표적인 제품이 된다. 설립자 이부카 마사루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휴대용 음악플레이어였던 워크맨은 최초 출시 당시 녹음 기능이 빠져있는 등, 성공이 의심스러운 제품이었다.

기존의 카세트 테이프 재생 기기들은 카세트 레코더(Cassette Recorder)라는 이름으로, 카세트 테이프를 이용해 ‘녹음’을 주로 하는 기능의 제품이었고, 한국에서도 ‘녹음기’라는 제품명이 일반화 되어 있었다. 

워크맨은 소니를 글로벌 혁신기업의 아이콘으로 끌어올린 대표 상품이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부카 회장은 비행기 안에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제품의 필요성을 제안하고 녹음 기능을 삭제하는 대신 휴대가 가능한 카세트 플레이어를 탄생시킨다. 걸어 다니면서 음악을 듣는다는 취지의 제품명 워크맨(Walkman)으로 명명된 이 제품은 Walkman II, Walkman WM-20 등 진화를 거듭하며 2003년 생산이 중단될 때까지 3억 4000만대가 판매되는 공전의 기록을 작성하게 된다.

카세트 테이프를 사용하는 워크맨에서 세계최초의 휴대용 CD 플레이어(Walkman D-50), 역시 세계최초의 미니디스크 플레이어(Mini Disc Walkman MZ-1) 등으로 이어지는 음향기기 라인업은 인류의 음악감상 문화를 개인차원으로 새롭게 정의하는 혁신적인 제품군이 되었다.

애플의 아이팟 출시 후 성장 멈춘 소니

하지만 2001년 애플 아이팟의 출시 이후 워크맨과 소니의 혁신 신화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2001년 소니에서도 디지털 음원을 네트워크 표준으로 채택한 NetMD Walkman을 출시했으나 MP3형식의 보편적인 디지털 음원방식을 채택한 아이팟과 여타 MP3플레이어 등에 밀려 사양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음향기기 이외의 분야에서도 2000년대 들어 소니의 발전은 정체를 보인다. 두 자리 수 수준으로 증가하던 매출액이 2000년 이후 정체상태에 들어서고, 2008 회계연도부터 적자를 기록하기도 한다. 기업 시가총액은 2000년을 정점으로 가파르게 하락했다. 아시아 최고의 IT기업 타이틀도 시가총액 기준으로 2002년부터 삼성전자에게 내주게 된다.

2000년대 소니의 부진은 아이팟 출시 이후 애플의 부상과 겹쳐지며 그 원인에 대한 다각도의 분석이 제기된다. 그 중 몇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기업내 시너지가 불가능했던 조직문화이다. 소니는 1994년부터 독립채산제를 시행한다. 사업부별 경쟁을 통해 유연성을 높이고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었으나, 사업부간 협력의 단절로 이어졌다. 네트워크 서비스를 기준으로 애플과 소니의 차이는 극명해진다.

애플에서는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맥킨토시 등 모든 제품 라인업에서 아이튠즈(iTunes)라는 하나의 플랫폼을 통해 동일한 아이디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반면, 소니에서는 텔레비전, 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 4가지 서비스가 각각의 서비스를 제공, 4개의 계정을 별도로 보유하고 각각의 아이디로 접속해야 했으며 제품간 연동도 불가능했다. 독립채산제가 통일된 전략을 가로막았던 것이다.

둘째는 프리미엄에 대한 집착을 들 수 있다. 소니는 디자인과 품질에 대한 강점을 바탕으로 제품가격에서 더 비싼 구성을 유지할 수 있었고 이는 ‘소니 프리미엄’으로 불렸다. 하지만 경쟁 우위가 사라져 감에도 프리미엄에 대한 집착을 이어가는 가운데 시장 자체를 잃는 결과를 초래했다. 북미시장에서 TV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며, 한국의 삼성, LG등에 시장을 내주게 되면서 경쟁력을 잃어갔다.

셋째는 지나친 사업다각화다. 컬럼비아 픽처스 인수로 대표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의 본격 진출과 게임, 금융산업으로의 다각화 과정에서 오히려 소니의 대표적인 제품 라인업에서 히트제품은 사라져 갔다. 전통적인 강점을 바탕으로 관련 사업 영역을 확장해 가기 보다는 경쟁우위를 보이는 제품이 감소하는 가운데 다른 사업의 기회를 모색하는 형태로 사업다각화가 진행된 것이다. 이는 정체성의 훼손, 소니 브랜드의 약화로 귀결되었다.

소니는 최근 수년간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2020회계연도에 창사 이후 첫 순익 1조엔대에 도전할 만큼 확실한 부활을 알리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선택과 집중'으로 부활하는 소니

2008년 회계연도(2008년 4월~ 2009년 3월)부터 2014회계연도까지 적자가 지속되고 매출이 정체된 상태를 보냈던 소니는 2015 회계연도도부터 부활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소니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구조조정이 존재했다.

▲경쟁력을 잃어버린 ‘VAIO’ PC 부문의 매각 ▲CCD에서 CMOS까지 강점을 보인 이미지 센서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와 압도적인 점유율 달성 ▲‘원 소니’ 개념에 입각한 하드웨어 ▲콘텐츠-사업부 간의 벽을 허물고 융합하는 시너지 전략 ▲이를 바탕으로 한 게임, 음악, 비디오 부문에서 구독경제 서비스 모델의 정착 등이 유효했다.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소니의 부침 과정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핵심 전략이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준다.

트랜지스터 시대 이후 기술과 디자인의 선두에서 혁신을 거듭했던 소니가 다시 이미지 센서와 게임, 컨텐츠의 핵심 사업분야로 재편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어려운 기간을 보냈던 근본적인 이유가 과도한 사업영역의 확장과 일관되지 못한 기업의 경영전략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소니는 2021년 시가총액이 2000년의 고점을 넘어 새로운 성장을 반영하고 있다. 소니의 부침이 혁신의 과정을 대변해주고 있다.

 

●이영원 이사는 연세대 경제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다. 대우증권에서 리서치 업무를 시작해 푸르덴셜투자증권, 현대차투자증권에서 투자전략을 담당했다. 미래에셋대우에 합류한 이후 해외주식 분석업무를 시작, 현재 글로벌 주식 컨설팅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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