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와 혁신기업]⑪ 잡스와 게이츠, 동갑내기 천재의 대결과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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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와 혁신기업]⑪ 잡스와 게이츠, 동갑내기 천재의 대결과 협력
  • 이영원 미래에셋대우 이사
  • 승인 2021.03.23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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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원 미래에셋대우 이사]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1955년 생 동갑내기로 PC의 출현과 더불어 IT업계의 강자로 떠 오른 각자의 회사를 창립하고 운영했던 라이벌이다.

둘은 회사의 창립 초기부터 컴퓨터 업계의 최고 제품으로 칭송받는 애플의 애플II 컴퓨터와 마이크로소프트의 IBM PC 운영체제인 DOS를 출시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가 애플II 컴퓨터의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인 ‘Multiplan’을 제공하는 협력을 통해 PC가 보다 대중적인 제품이 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바 있다.

두 회사, 그리고 두 거물의 두 번째 협력은 1983년 애플의 매킨토시 출시를 앞두고 재개된다.

매킨토시 출시를 통한 협력, 그리고 대결

애플II의 성공으로 주식시장 상장까지 이어지며 큰 성공을 거둔 스티브 잡스는 그러나 후속 모델 출시에 있어서 난항을 겪게 된다. 애플이 준비했던 야심작 Lisa는 개발과정에서 스티브 잡스가 배제되었고 1만 달러가 넘는 비싼 가격에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스티브 잡스는 Lisa 대신 매킨토시 프로젝트에 합류했고 매킨토시는 1984년 1월 그 유명한 ‘Apple 1984’ 광고와 함께 출시되었다. Lisa에 이어 GUI(Graphic User Interface)를 채택한 PC였던 매킨토시는 직관적인 사용법을 구현했고, 데스크탑 퍼블리싱, 그리고 그래픽 등에 탁월한 성능을 발휘하며 애플II에 이은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셀 프로그램이 매킨토시만을 위해 개발되어 출시되면서 더욱 각광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양사의 협력은 이내 치열한 경쟁과 전쟁과 비슷한 대결의 양상으로 전환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 엑셀은 당초 매킨토시만을 위해 개발하기로 했으나 매킨토시용 엑셀 발매 2년 후 윈도우 버전이 발표되었다. 더 큰 문제는 윈도우의 출시였다. 윈도우가 매킨토시의 자랑이었던 마우스를 활용한 GUI를 채택했기 때문이다.

매킨토시 개발 당시, 스티브 잡스는 빌 게이츠를 초청해 매킨토시의 GUI를 보여주며 이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개발을 부탁했었다. 하지만 빌 게이츠와 마이크로소프트사는 매킨토시용 소프트웨어 엑셀을 개발하는데 그치지 않고, IBM호환 PC용 윈도우를 개발, 발표한 것이다.

물론 초기 윈도우(버전 1.0에서 3.1X까지)는 운영체계가 아닌 DOS 기반 응용프로그램에 그쳤지만 그래픽을 이용한 인터페이스, GUI를 구현한다는 점에서 매킨토시의 영향을 받은 것은 분명해 보였다.

스티브 잡스(왼쪽)와 빌 게이츠는 필생의 라이벌이지만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했다. 사진=연합뉴스

서로를 향한 거센 비방전

아이디어를 도난 당했다고 판단한 잡스와 애플은 격렬하게 항의했지만 계약사항의 세부 허점을 이용한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의 출시를 막지는 못했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가 IBM호환 PC의 운영체계를 실질적으로 독점하고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을 익스플로러로, 워드와 엑셀, 파워포인트 등을 출시하며 승승장구한 반면 스티브 잡스를 쫓아낸 애플은 매킨토시 이상의 제품을 출시하지 못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잃어갔다. 잡스는 NeXT를 설립했으나 화려한 성공에 이르지는 못하면서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상대적으로 뒤처졌던 잡스는 게이츠를 창의력이 부족한 아이디어 도둑으로 취급했고 험한 말을 쏟아냈다. 반면 게이츠는 잡스를 허황된 꿈을 꾸는 사람으로 치부했으며, 코딩을 할 줄 모르는 실력 없는 자로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서로 반목하는 과정에서도 서로 상대방을 부정하지는 못했는데,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복귀한 뒤 서로의 관계는 극적으로 복원된다.

1997년, 쫓겨났던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복귀하고 처음 개최되었던 맥월드(Macworld)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력을 약속했다. 오래된 문제였던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의 디자인 도용 문제 등 특허 분쟁을 모두 중단하고 마이크로소프트가 매킨토시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계속 개발하기로 했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이후 애플은 순항을 거듭하게 된다. 아이맥, 애플스토어, 아이팟, 아이튠즈, 아이폰, 아이패드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제품을 출시하면서 애플II 출시 이후 멀어졌던 가장 혁신적인 기업의 지위를 되찾게 된다.

현재 애플은 시가총액 2조700억 달러로 전세계 1위, 마이크로소프트는 1조7800억 달러로 사우디 아람코에 이어 전세계 3위, 미국 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혁신의 순위를 기업 시가총액으로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혁신의 결과가 쌓이며 기업가치가 꾸준히 상승한 결과가 현재의 시가총액 순위임에는 분명할 것이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시가총액 기준 전세계 1위, 3위를 기록할 정도로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했다. 사진=연합뉴스

'세계관의 차이', 여전히 진행형

일반적으로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를 구별하는 가장 큰 차이로 각자가 형성한 생태계가 거론된다. 애플의 생태계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통합된 엔드투엔드(end-to-end) 방식으로, 다른 제품과의 호환이 불가능한 제품을 구성하는 대신 상품에 최대의 가치를 부여한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여러 회사의 제품에서 호환 가능한 표준운영체계와 소프트웨어를 통해 산업을 석권했다.

서로 다른 세계관에 기초해 협력과 경쟁을 반복해온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 양자의 관계는 스티브 잡스의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되는 가운데 서로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관계로 발전한다. 공동 인터뷰를 통해 서로의 철학과 세계관에 경의를 표하고 서로의 성과를 거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상대방에 대한 평가에는 마지막 단서가 붙어있다. “스티브가 지휘할 때는 통합적인 접근법이 효과적이지요. 그러나 미래에도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빌 게이츠)  “분할형 모델도 효과가 있었지요. 하지만 진정으로 훌륭한 제품을 만들진 못했습니다.”(스티브 잡스)

양자의 세계관은 현재도 경쟁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폐쇄적인 iOS-아이폰에 비해 개방적인 안드로이드(Android) 진영이 압도적인 점유율로 앞서가고 있다. 반면 전기차 등 새롭게 부상하는 산업에서는 아직 윈도우나 안드로이드에 준하는 표준 운영체계가 등장하지 못한 반면 개별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테슬라의 통합형 방식이 성과를 보이고 있다. 두 세계관은 혁신의 세상에서 경쟁을 이어갈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참고로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를 두고 격화되었던 대립과 관련해 최초의 아이디어를 구현한 곳은 애플도 마이크로소프트도 아닌 제록스의 팔로알토연구소(PARC)였다. 스티브잡스와 빌게이츠는 이 연구소를 방문하고 아이디어를 상품화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영원 이사는 연세대 경제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다. 대우증권에서 리서치 업무를 시작해 푸르덴셜투자증권, 현대차투자증권에서 투자전략을 담당했다. 미래에셋대우에 합류한 이후 해외주식 분석업무를 시작, 현재 글로벌 주식 컨설팅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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