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원 칼럼] 금리 상승이 증시를 추세적으로 떨어뜨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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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칼럼] 금리 상승이 증시를 추세적으로 떨어뜨릴까
  •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
  • 승인 2021.03.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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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 최근 들어 증시가 흔들리고 있다. 1월 25일에 3200포인트를 넘으며 고점을 기록했던 코스피는 1월말에서 3월 초 현재까지 그보다 낮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고, 변동폭도 매우 커졌다.

아래든 위든 하루 2% 이상씩 주가지수가 움직이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인데, 그만큼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우리뿐 아니라 글로벌 증시도 상승 추세가 한풀 꺾이는 모습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크게 하락한 것은 아니지만, 하루에 큰 폭으로 떨어지는 날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고점을 경신했던 얼마 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니다.

1월말 이후 증시가 이러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데에는 시장금리 상승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장기금리를 중심으로 한 시장금리 상승은 다양한 측면에서 증시에 부담을 줄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일 금리 상승이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 증시는 얼마나 타격을 받을 것인지 분석하고 있고, 이번 금리 상승으로 사상 초유의 거품이 붕괴될 것이라는 극단적인 전망도 등장하고 있다.

금리상승은 증시에 확실한 부담 요인

시장금리가 높아지는 것은 분명 증시에 부담을 준다. 주식뿐 아니라 모든 자산 가격에 그렇다. 자산 가격의 현재 가치는 결국 해당 자산을 보유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미래 수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것이고, 금리는 이때 미래 수익을 할인하는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타인 자본을 사용하는 기업 입장에서 볼 때 금리는 비용이다. 금리가 높아지면 타인 자본의 비용이 높아지니 기업의 이익은 당연히 줄어든다.

거시 경제 측면에서 보더라도 금리가 오르면 시간에 걸친 대체 효과가 발생한다. 저축을 할 수 있는 가계는 금리가 오르면 소비 대신 저축을 늘린다. 그런데 금리가 올라 투자 비용이 올라가니 기업은 이 돈을 가져다 쓰지 않는다. 경제 전체의 활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자산시장과 관련해 더 큰 이슈는 부채다. 주지하다시피 짧게는 2000년대, 좀 더 길게는 금(gold)이라는 기준점이 통화 체계에서 사라진 후 나타난 세계화와 금융화의 물결은 부동산뿐 아니라 주식, 채권 등의 투자에서 레버리지 사용을 부추겼다.

이러한 변화는 당연히 자산가격의 금리 민감도를 키웠다. 금리가 낮아지면 빚을 내 투자하는 사람이 늘어 자산가격이 급등하고, 반면 금리가 오르면 디레버리징이 나타나며 자산가격이 하락할 가능성 역시 높아지게 된 것이다. 여러 면에서 금리 상승이 증시에 부정적인 현 상황은 나름의 근거가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발 금리상승 변수가 코스피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러한 점들만을 강조하다 보면 상황 판단에 있어 오류를 범하기 쉽다. 금리가 경제와 자산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독립변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주가, 환율, 유가 등 모든 가격 변수가 그러하듯 금리, 즉 채권의 가격은 그 자체도 다른 여러 요인들의 영향을 받는 종속 변수다. 좀 더 정확하게는 경제, 다른 자산가격과 유기적으로 상호 작용을 하는 살아 있는 변수라고 할 수 있다.

금리 때문에 주가가 움직이기도 하지만, 사실 금리와 주가는 그 시기의 경제 상황과 앞으로의 경제 상황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두 시장의 가격뿐일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앞서 설명과 달리 우리는 금리와 주가가 같이 오르는 시기를 많이 경험한다. 요즘처럼 금리가 오르면 주가가 떨어지고 금리가 내리면 주가가 오르는 시기도 있지만,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바로 직전 몇 달간에는 반대로 시장금리와 주가가 같이 올랐다.

과거에도 이러한 현상은 흔히 발견된다. 이는 금리가 다른 가격 변수와 마찬가지로 경제나 정책, 다른 사회적 현상을 반영하는 변수라는 점과 위험자산의 대척점에 서 있는 대체재의 가격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자금을 조달하는 입장에서는 경제가 좋고 물가가 오르면 더 비싼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다른 자산이나 실물 경제에 투자해도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채권 투자를 줄여 다른 자산을 사려고 하기 때문에 주가와 금리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그렇다고 금리와 주가가 가격으로서 전반적인 물량 조정 기능을 수행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두 가격은 각각 채권 및 주식시장 내에서 물량 조정 기능을 수행하기도 하지만, 나아가 경제 자체의 조정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

특히 주식은 미래 명목 수익이 물가가 오를 때 같이 오르지만, 채권은 명목 수익이 고정되어 있다는 고유의 특성 때문에 물가 상승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경제가 과열되어 물가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떨어져(즉, 금리가 올라) 자산시장을 포함한 경제 전체를 식히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특성을 이용한 정책이 금리를 통한 통화정책이다.) 결국 금리가 오르면 언젠가는 주가가 떨어질 확률이 높아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언제’인가다. 경제적으로 볼 때 수요가 늘어 가격이 오르고, 높은 가격이 수요를 줄여 다시 가격을 내리는 것은 동학(dynamics)이고 시간을 요하기 때문이다.

금리가 저점으로부터 오르기 시작한다고 해서 경제가 바로 수축되는 것은 아니다. 경기 회복시 수요 증가와 함께 물가가 올라 금리가 오르는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다가, 어느 순간이 되면 반대 움직임이 나타난다는 얘기다.

또 경기는 가격뿐 아니라 다른 요인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금리가 오른다고 경기와 자산시장이 바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지금은 '그때'가 아닌 몇가지 이유

그렇다면 지금은 어떻게 판단해야 할 시기일까? 지금이 바로 그 ‘언제’ 아닐까?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다.

일단 경기 측면에서 보면 지금은 회복 국면이다. 저금리와 대규모 재정정책에 의존하고 있고, 금리가 더 낮았을 때보다 금리가 조금이라도 오른 지금은 부담이 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충격으로 크게 위축됐던 시기로부터의 충격이 줄어드는 시기로의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회복을 이어나갈 가능성은 매우 높다. 각국의 성장률 전망치도 상향 조정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리의 조정을 통해 경제의 과열을 식히려는 정책당국의 움직임이 예상되는 시기도 아니다.

최근 미국 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밝힌 바와 같이 미국 경제는 여전히 완전고용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고, 일부 원자재 가격 상승이 물가를 올릴 수 있지만, 이것이 물가의 지속적인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경제 내의 수요가 공급을 크게 초과할 상황이 아니라는 인식이다. 

심지어 파월 의장은 미국의 물가가 3년 내에 목표치 2%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물론 올해 2분기 일시적인 물가 상승은 불가피하다. 성장률도 매우 높을 것이다. 기저 효과 때문이다. 연준이 작년에 평균물가타겟(Average Inflation Target)을 거론한 것은 기저 효과가 나타날 것임을 이미 알고 있고, 이에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은 미국의 경기회복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며 제로금리 정책을 유지할 뜻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미 연준이 자산가격 상승이 과하다고 생각해 통화정책을 바꿀 위험은 없을까?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다. 연준이 전통적으로 자산가격을 통화정책의 중심에 두지 않았던 경험도 이런 판단의 근거이기도 하지만, 지금과 같은 양극화 시기에 당국이 정책 무게 중심을 어디에 둘 것인지가 자명하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낮은 금리는 고소득층이나 고액 자산가에게 더 유리하기 때문에 소득과 빈부 격차를 확대시키지만 저소득층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반면 높은 금리는 격차를 축소할 지는 몰라도 부채가 많은 저소득층에게 치명적이다. 높은 금리가 정부의 부담을 가중시켜 재정 정책을 펼칠 여력이 줄면 타격을 받는 것은 결국 저소득층이다.

아직 주가하락의 시그널은 '미미'

우리나라는 어떨까?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코로나19가 초래한 (오프라인 서비스업에 대한) 제조업 활성화와 온라인 서비스 확대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가 우리 경제와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우리 역시 극심한 양극화에 시달리고 있고, 고용시장은 취약하다. 정부 부채의 증가는 불가피하고 증세 논의까지 나오는 마당에 긴축적 통화정책을 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이번 제조업 활황이 떨어지고 있던 우리 잠재성장률을 끌어 올릴 것인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그런데 풀린 돈은 결국 수혜를 받는 쪽으로 흐른다. 경제가 별로 좋지 않지만 수혜를 받는 기업들의 주가가 오르는 데는 이러한 구도가 영향을 미친다.

증시가 한없이 오를 순 없다는 건 자명하다. 금리가 오르지 않아도 주식시장은 그 자체의 가격 조정 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에 너무 오르면 수요가 줄고 공급이 늘어 가격이 고점보다 낮은 새로운 균형을 찾아갈 수 밖에 없다.

지금 이미 너무 오른 상태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 경험으로 볼 때 가격이 너무 높다는 신호는 가격 그 자체보다 기업 실적이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와, 과열을 방지하고자 하는 중앙은행의 신호로부터 시작된다. 어느 순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이 경우 큰 폭의 가격 조정과 긴 하락 기간이 이어질 수 있지만, 아직은 신호가 희미하다.

가능성이 낮아 보이지만, 일각에서 얘기하듯 무차별적인 재정자금 살포로 화폐가치가 급락하고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경우에도 위험이 찾아올 수 있다. 지금 나타나고 있는 상태가 이미 그러한 상황을 암시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주요국의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고, 기저 효과에 의한 상승이 그 이후에도 지속될 것인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물가가 아닌 정부 부채 부담 자체가 시장금리를 끌어 올려 문제를 일으킬까? 미국의 경우 적어도 시장금리를 통제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유럽 역시 지난 번 남유럽 재정위기와 같은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아직까지 조짐은 나타나고 있지 않다. 그리스 국채 10년물 금리는 최근 상승에도 불구하고 1%를 밑돌고 있고, 독일의 경우에는 마이너스 금리가 장기화되고 있다. 

금리 상승이 지속될수록 증시의 부담이 커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과거 경험은 경기 회복기의 금리 상승이 주가 상승과 장기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과, 빠른 금리 상승으로 증시의 일시적 조정이 나타나면 그 기간에 금리가 다시 하락해 부담을 줄인다는 점을 알려준다. 보통 조정 기간은 3~4개월이었다. 경기 침체로 주가가 하락할 때 1년 이상 이어지는 것과는 다르다.

조정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증시가 곧바로 다시 오를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다만 아직 통제 못할 물가 상승과 재정 부담 증가에 따른 통제 못할 금리 상승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금리 상승으로 증시가 추세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 최석원 센터장은 연세대 경제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다.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화증권 등에서 채권분석, 경제분석 파트장을 역임했으며 과거 수차례에 걸쳐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다. 한화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거친 후 메리츠화재에서 직접 자산운용을 맡기도 했다. 2016년부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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