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원 칼럼] 현금을 줄이고, 자산을 산다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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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칼럼] 현금을 줄이고, 자산을 산다 ②
  •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
  • 승인 2020.11.17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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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 그런데 여러 자산들 중에서도 우리나라 주식은 상대적 매력도, 규제, 가격 측면에서 모두 보유에 유리한 자산으로 평가되는 상황이다.

일단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리나라 누적 확진자는 여전히 3만명을 밑돌고 있다. 인구 100만명당 누적 확진자 수는 550명 수준으로 3만명을 넘는 미국이나 유럽 주요국과 비교 자체가 안 된다. 

사실 우리뿐 아니라 한·중·일 세 나라의 상태가 모두 안정적인데, 이 때문에 일본 역시 주가가 29년만의 최고치를 경신하며 오르고 있다. 일본의 인구 100만명당 누적 확진자 수는 920명 수준이고, 중국은 이 수치가 60명에 불과하다.

코로나, 관리할 능력 갖추면 악재만은 아냐

특히 이번 코로나19 충격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기 때문에’ 과거 어느 때보다도 더 강력한 정부의 소득 보전 정책이 나오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소비가 반등하면서 생산 차질이 심하지 않은 국가의 생산과 수출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즉, 투자가 정체된 상황에서 가동률 상승과 재고 감소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는 결국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실적이 예상을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 내수 기업의 타격과 더불어 생산 차질까지 나타나고 있는 국가와 기업들에 이들 국가와 기업이 더 매력적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규제 측면에서도 국내 주식시장은 공매도 금지 기간의 연장에 이어 대주주 양도세 기준 강화의 유예와 같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한국판 뉴딜이 제시되는 가운데, 각종 정책이 뉴딜 산업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기득권의 반대로 추진되지 못하던 신기술의 적용 역시 빨라질 법한 상황이다.

결국 사모펀드 문제가 또 다른 규제 강화로 이어지는 모습이 나타나고는 있지만, 적어도 상장 유가증권 시장에 대해서는 대거 유입된 개인투자자를 보호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고, 그 효과도 관찰된다.

주식, 주가수익비율·채권가격 감안시 비싸지 않아

가격 측면에서는 두 가지가 지적되어야 한다. 일단, 우리 시장은 최근의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주요국 주식시장보다 주가수익비율이 높다고 볼 수 없다. 여전히 14배 정도를 기록해 20배가 넘는 미국, 일본이나, 15~20배 사이에 있는 유럽 국가에 비해 낮은 편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높은 수준이긴 하지만, 과열로 보긴 어렵다.

또 하나의 대표적인 자산인 채권 가격과 비교해 보면 주식의 매력도가 더 크게 느껴진다. 주요국에서 금리와 역의 관계에 있는 채권 가격은 역사상 최고치에 있다. 즉, 채권을 보유해서 얻는 기대수익은 매우 작은 상황이다. 지난 8개월간 올라왔고 연중 최고치라고 해서 우리 주식시장이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주장을 하긴 어렵다.

최근 신규 확진자수 200명대로 올라선 코로나19의 재확산여부는 증시의 향방을 가를 수 있는 중요한 변수중 하나다. 사진=연합뉴스

가격 측면에서 또 하나 지적해야 할 사항은 환율이다. 현재의 경제 상황이 달러에 대한 원화 강세 압력을 높이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원화 주식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싸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환율은 결국 그 나라의 경제적인 상황, 달러화의 유입 정도, 국내에서 유동성을 공급하는 정도, 그리고 이에 대한 기대, 외화 부채의 지급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데, 어느 면에서도 우리나라는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상황 하에서 소득 보전 정책으로 제품 소비는 늘었지만, 해외 여행 등 서비스 소비는 늘지 않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서비스 부문의 만정적인 적자를 기록하던 우리 경제로 볼 때 달러화 유입 요인 또는 유출 감소 요인이다. 

몇가지 위험요소들

물론 몇 가지 위험은 고려해야 한다. 가장 큰 위험은 채권의 가격이 싸지는 것이다. 사실 채권이 비싼 것은 정부와 중앙은행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현재 나타나고 있는 현금을 줄여 자산을 사는 행위의 상당 부분은 정부와 중앙은행에 의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주요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비싼 채권값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것이라 투자자들이 믿고 있다는 점이다. 

채권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는 주된 이유는 경제에서도 신뢰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일단 일반물가가 오르거나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발생하면 채권 가격은 떨어질 것이다. 실질성장률이 높아지면서 채권 가격이 떨어질 수도 있는데, 이 경우는 그나마 충격이 덜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기업들 역시 이익이 늘어나 채권으로 옮겨 가려는 돈을 주식시장에 조금 더 묶어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상황에서 물가는 빨리 올라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현재 소비가 다시 회복된 것은 정부가 소득을 보전해 주었기 때문인데, 이는 지속적일 수 없다. 미국에서는 일부 실업급여가 노동소득을 넘어서는 노동자들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이 같은 사례를 일반화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2~3분기 GDP 수준은 지금보다 더 크게 나타났을 것이다.

또한 국내에서는 일부 기업들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경제 전체적으로 볼 때 많은 기업들이 정부와 한국은행의 지원 및 유동성 공급에 의해 생존하는 상황이다. 일본에서 보았듯이 구조조정을 지연하고 한계 기업에 대한 지원을 지속하면 생산은 지속되고 디플레이션 압력이 유지된다.

오히려 이보다는 신뢰가 깨졌을 때가 더 걱정인데, 지금 신뢰의 중심에는 민간 부문을 지원하기 위해 단기간에 급격하게 부채가 늘어난 정부가 있다.

만약 신뢰가 깨져 금리가 오르고, 정부의 부채 이자 지불 능력이 낮아지며 다시 금리가 오르는 상황이 전개되면, 경제적인 충격이 나타나더라도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아직까지 그러한 조짐은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계속해서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이다.

백신 개발 실패 등 코로나19와의 대결이 길어질 가능성이 커질 경우에도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지금은 시간과의 싸움일 뿐 코로나19는 결국 통제될 것이라는 믿음이 강하고, 각국 정부의 주장과 제약업체의 임상 실험 결과 발표는 이 같은 믿음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이 같은 위험보다 현금을 줄이고 자산을 사는 선택의 힘의 훨씬 더 강하고, 앞으로도 이러한 힘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에 따라 선택되는 자산들이 바뀔 수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국내 주식을 선택하는 투자자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오른 후 조정이 반복되더라도, 내년 상반기 주가는 지금보다 높은 수준일 것으로 생각된다.

 

● 최석원 센터장은 연세대 경제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다.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화증권 등에서 채권분석, 경제분석 파트장을 역임했으며 과거 수차례에 걸쳐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다. 한화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거친 후 메리츠화재에서 직접 자산운용을 맡기도 했다. 2016년부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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