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원 칼럼] 하반기 증시, 만만치 않은 몇 가지 고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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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칼럼] 하반기 증시, 만만치 않은 몇 가지 고민들
  •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
  • 승인 2021.04.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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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 작년 3월부터 시작된 증시 상승 추세가 1년 이상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사실 작년 3월 코로나19로 인한 충격 전에도 주가는 오르고 있었다. 2018~2019년의 수축 국면을 마치고 경기가 회복할 조짐을 보이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2019년 기록했던 8월 저점부터 따지면, 최근 기록한 코스피 3220포인트까지의 상승은 거의 1년 8개월째 진행되고 있다. 

물론 이 기간 중 작년 3월을 제외하고도 몇 개월씩의 조정이 나타난 바 있다. 3월부터 8월 초까지 거의 1000포인트를 쉼없이 오른 이후 약 2개월에 걸쳐 증시는 등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다시 9월말부터 올해 1월까지 약 800포인트 오른 후 최근까지 2개월 이상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못했다.

오른 속도를 감안할 때 하락 폭은 미미했다. 6~7% 정도 내린 후 다시 되올랐던 것이다.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뚜렷한 상승 추세였던 것이다.

주가가 오른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큰 줄기만 남기고 보면 세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정부의 힘으로 경기가 꾸준히 회복됐다. 둘째는 통화당국이 낮은 금리를 유지했다. 셋째, 과거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증시로의 자금 유입이 있었다.

그래서 아직까지 국내 증시는 상승 추세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보이고, 내년의 경제와 유동성 환경을 반영하기 시작할 상반기까지 지금보다 더 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올해 여름 이후 증시에는 만만치 않은 복병들이 숨어 있다는 생각이다. 특히 크게 세 가지 정도는 계속 살펴봐야 할 주제라고 생각한다. 워낙 큰 흐름의 국내 자금이 증시로 이동 중이기 때문에 과거 2011년부터 2017년간의 장기적인 조정 흐름으로 복귀할 것이라고는 판단하지 않지만, 지적할 세가지 요인은 적어도 최근 두 차례보다는 폭이나 기간 측면에서 더 큰 크고 긴 조정을 나타나게 할 만한 요인들이기 때문이다. 

3% 이상 성장, 지속될 수 있나

첫째, 경기와 관련된 부분이다. 일단 내년 경기 사이클이 올해와 같은 탄력을 이어나갈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올해 국내 성장률은 IMF 전망 기준 3.6%로 2%대 중반 정도로 추산되는 잠재성장률을 크게 웃돌 전망이지만, 내년에도 3% 이상을 지속할 것인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성장률은 물가를 자극해 정책 방향을 바꾸게 만들거나, 그 자체로 수요의 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실 이에 반대되는 의견도 많다. 최근 미국에서는 미국 경제가 향후 2~3년간 골디락스 상태에 놓여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전문가들이 생기고 있다. 통제 가능한 범위의 물가 상승 압력과 저금리, 그리고 적절한 수준의 성장률이 공존하는 기간이 길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우리 경제가 올해 3% 중반대의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이같은 추세가 내년에도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양극화가 수요를 억제하고 있기 때문에 물가와 금리가 억제되고, 집단 면역에 따른 오프라인 수요의 회복과 강력한 재정정책이 성장을 뒷받침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경제 상황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은 한편으로 모순적이고, 그렇기 때문에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집단 면역이 진행될 경우 코로나19에 따른 양극화가 해소되며 수요가 늘어날 것이고, 이러한 상황임에도 강력한 재정정책이 이어질 경우 물가와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각국 정부는 2022년부터 지금과는 다른 정책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정책금리를 높이진 않지만 유동성 공급을 줄이거나, 이미 시작된 것처럼 무차별적 대출 지원이나 만기 연장을 줄이기 시작할 수 있다.

미국의 연준이 금융기관의 코로나19 사태로 일시 완화했던 건전성 관련 규제를 조금이나마 강화하고, 국내 정책당국이 지속되고 있는 기업 대출 만기 연장을 어떤 시점에선가 되돌리려는 움직임은 모두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물가와 금리에 대한 우려, 유동성 회수 움직임은 과거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증시에는 부담을 줄 가능성이 크다. 역사적 관점에서 금리가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금리가 낮아질수록 긴 듀레이션의 주식 가치가 크게 반응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소폭의 금리 상승에도 증시가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경기와 관련된 우리 이슈 중 하나는 코로나19 사태가 오히려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돋보이게 만든 반면 코로나19의 종식 또는 집단 면역이 이와 반대의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점이다. 오프라인 활동과 관련된 소비를 줄이는 대신 늘어난 노트북, 가전 등 내구재 제품 구매가 우리나라 주요 기업의 실적에 긍정적이었다면, 집단 면역에 따른 소비 패턴의 변화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과정에서 글로벌 가계는 엄청난 저축을 축적해 왔다. 최근 무디스는 2019년말 대비 글로벌 초과 저축 규모의 증가가 5.4조달러에 달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글로벌 GDP의 6%에 달하는 규모다. 이는 상황이 안정될 경우 소비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에 적용될 수 있는 소비 패턴 변화의 부정적 효과를 상쇄할 만큼의 수요가 창출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전기차 등 큰 흐름의 수혜도 지속될 수 있다.

다만, 국별 상대적 비교의 측면에서 볼 때 우리는 여행 등 오프라인 소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수혜를 덜 볼 가능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반기에는 소비 패턴 변화에 따른 영향을 세심하게 살펴봐야 할 이유다.

미중 갈등은 여전히 진행형

하반기에 고려해야 할 또 하나의 이슈는 미중 갈등의 심화다. 최근 들어 미국과 중국이 상대국에 대해 직간접적인 비난에 나서고, 실제로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게다가 바이든 대통령 당선 이후의 양상은 트럼프 대통령 당시와 사뭇 다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미국은 대선에서의 개입을 이유로 러시아의 외교관을 추방했고, 이유는 다르지만 동유럽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다. 당연히 러시아 역시 미국 외교관을 추방하는 맞대응에 나서고 있다. 한마디로 같은 편과 다른 편이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나눠지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구 소련이 존재했던 냉전 시기를 기억나게 하는 사건들이다.

물론 냉전 자체가 경제와 주가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또한 글로벌 제조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위치를 감안할 때 이념적 대립에 의해 세계화 자체가 진행되지 않았던 과거와 지금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순 없다.

하지만, 기존의 세계화 상황에서 교역의 배타적 블록화가 진행되는 과정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블록 내의 교역은 활성화되겠지만, 블록 밖에서는 교역을 줄어들 수 있다. 일시적으로는 기술적인 우위를 무기로 중간자적 입장을 취할 수 있겠지만, 연속성을 보장하긴 어렵다.

현재의 갈등 구조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 것인지를 지금 예단해서 대응할 순 없다. 다만,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고, 여러 학자들은 그 끝에 대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코로나19 사태가 한편으로는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문제에 더 집중하게 만들어 경쟁 강도를 줄이고 있다는 측면에서 코로나19 집단 면역 이후의 상황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2012년 2월 17일 미국을 방문한 시진핑 당시 중국 국가부주석(왼쪽)과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부통령
바이든 대통령의 집권 이후에도 미중 갈등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사진은 2012년 미국을 방문한 시진핑 당시 중국 국가부주석(왼쪽)과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부통령. 사진=연합뉴스

증세, 주요국의 현실적 의제될 가능성 커

셋째는 증세 흐름이다. 앞서 경기와 물가 논의에서도 그렇지만, 현재 글로벌 경제는 한마디로 정부 주도 경제다. 금융위기 이후에는 그나마 재정 확장에 대한 이론적, 심리적 제한이 정부 부채 증가 속도를 제약해 왔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팽팽하게 당겨진 줄이 일시적으로 끊어진 느낌이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증세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재닛 옐린 장관은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법인세 하한 설정을 통해 과거 디지털세 논의로 알려진 ‘매출이 진행된 나라에서의 과세’ 관련 구체적 진행을 제안했고, 얼마 전 블룸버그 뉴스는 미국 내 고소득층의 자본이득세 인상 가능성을 지적했다.

미국이 주요국에 제안을 한 이상 양극화의 해소, 크로스보더 기업들 대상의 과세 형평성 제고, 정부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는 이제 주요국의 현실적인 의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법인세 감세를 되돌리겠다는 점과 부자 증세를 여러 차례 주장한 바 있고, 이를 추진하려는 의지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련된 재원이 재정 투입 또는 재정 건전성 확보를 통해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기업과 가계에 부담이 될 가능성, 세후 이익의 감소를 통해 주식 투자자에게 부담을 줄 가능성도  있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법인세율이 낮지 않고, 재정 부담 측면에서도 다른 국가에 비해 여유가 있는 편이라 대규모 증세로 경제가 충격을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공기업, 연기금 부채 등 우발채무를 포함한 전체 채무의 규모가 너무 커진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보유 자산의 내용과 연기금의 설계 구조를 볼 때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인구 감소 가능성이라는 큰 이슈가 남아 있지만, 이에 적합한 구조를 재설계할 기회와 시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최근 들어 재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본 소득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글로벌 증세 논의가 우리나라의 해외 진출 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언급한 이슈들이 경기가 회복되고 유동성이 풍부한, 어찌 보면 증시 투자자들에게는 최적의 환경을 바로 훼손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여전히 필자는 추가적인 주가 상승을 전망한다. 물가 상승은 올해 3분기 이후 약화될 것으로 보이고, 미중 갈등과 증세는 아직까지 치명적인 위험으로 다가오지 않고 있다. 현 상태가 유지되면, 주가는 당분간 ‘너무 높아지면 조정을 받고 다시 되오르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지적했던 위험들이 조금 더 투자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다가 올 수 있고, 이 시점에 주가가 높은 수준이라면 위험에 대한 반응도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 투자자라면 항상 이 위험들을 항상 주목해야 할 것이다.

 

● 최석원 센터장은 연세대 경제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다.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화증권 등에서 채권분석, 경제분석 파트장을 역임했으며 과거 수차례에 걸쳐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다. 한화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거친 후 메리츠화재에서 직접 자산운용을 맡기도 했다. 2016년부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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