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락의 채권을 부탁해] 중앙은행의 대응① 물가와 자산가격은 결코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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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락의 채권을 부탁해] 중앙은행의 대응① 물가와 자산가격은 결코 다르지 않다
  •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애널리스트
  • 승인 2021.01.2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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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기로 실물과 자산시장 '괴리' 확대중
중앙은행, 괴리 즉 불균형에 대응하는게 기본 책무
단순히 물가 올랐다고 금리 올리는 건 아냐
글로벌 중앙은행 '출구전략', 물가보다 자산가격에 대한 견제로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애널리스트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애널리스트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 애널리스트겸 이코노미스트] 글로벌 각국은 코로나19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지원책을 내놨다. 정부는 재정을 풀었고, 늘어나는 재정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통화당국은 이제는 새롭다고 하기도 어려운 양적완화(QE)와 같은 수단을 통해 동원했다.

이른바 ‘돈풀기’로 대표되는 적극적인 정책의 결과 금리는 낮아졌고, 신용에 대한 접근은 쉬워졌으며 그 결과 자산시장은 뜨거워졌다. 실물은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늘어난 유동성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은 주식, 부동산 등의 자산가격은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했다.

당연히 자산시장의 고민도 커졌다. 통화당국이 자신들을 예의주시하기 시작했고 실물과 자산시장 간의 ‘괴리’를 언급하는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다.

필자의 이번 칼럼은 바로 그 ‘괴리’에서 출발한다. 이는 향후 중앙은행들이 출구전략을 가동할 경우 가장 우선시되는 사안인 동시에 중앙은행의 존재 이유가 다름 아닌 경제나 금융 전반의 안정이란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이슈이기 때문이다.

먼저 여기서 표현된 괴리를 유사한 다른 어휘로 한번 바꿔보자. 사전에서 괴리는 “서로 어그러져 동떨어짐”으로 풀이되는데 출발부터 상대적 개념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와 다르거나 차별적 상황이나 상태에 있음을 시사하는데, 필자는 이를 ‘불균형’이라고 표현해 보겠다.

불균형은 항상 이를 시정하거나 원위치로 복귀시켜야 하는 당위성을 유발한다. 또한 그 시정이나 조정을 행하는 것이 바로 중앙은행의 책무이기도 하다.

인플레 발생에 대한 이중적 의미

중앙은행의 설립 목적으로 일컬어지는 물가 안정을 살펴보자. 흔히 인플레이션이라고 표현되는 ‘물가가 불안한 상황’은 엄밀히 보면 상당한 불균형 혹은 괴리를 근간으로 한다.

인플레이션은 재화나 서비스 가격이 상승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실제 경제 활동에서 재화나 서비스 가격이 모두 동일하게 상승하는 경우는 없다. 특정 품목의 가격이 지나치게 상승하는 반면 다른 품목의 가격은 상승률에 이에 미치지 못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하락할 수도 있다.

논의의 편의를 위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재화나 서비스 가격이 동일한 상승률로 오른다고 가정해 보자. 아울러 이를 소비해야 하는 사람들의 소득(보통은 임금) 역시 동일한 비율로 상승한다고 해보자. 소비자의 선호 체계에 변화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가격이 오르기 전과 후의 소비량은 동일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가격만 상승했을 뿐이다.

가격이 올랐으니 당연히 인플레이션이 발생한 것이 맞다. 하지만 모든 가격이 품목별로 동일하게 상승하고, 소득까지 같은 비율로 증가한다면 단순히 물가가 올랐다는 이유로 가격이 상승하기 이전에 형성된 균형은 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이를 시정해야 할 명분이나 필요성도 크게 발생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실제 경제 상황은 이처럼 균등하고 차별화되지 않는 상태에서 가격이 오르거나 소득까지 동일한 비율로 늘어나진 않는다. 품목별로 차별적 동향이 나타나고, 그 과정에서 경제 주체들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특정한 품목에 대해서는 소비를 늘리거나, 반대로 다른 품목은 소비를 줄인다(혹은 특정 품목만큼 소비를 늘리지 못한다). 앞서 형성됐던 균형에 변화가 발생하는 것이다.

중앙은행들의 개입이나 액션은 이처럼 균형의 변화나 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경제 주체들의 행동이 달라지는 과정에서 정당성을 확보한다. 단순히 가격이 상승한다고 중앙은행이 나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괴리 혹은 불균형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들을 행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대응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중앙은행의 물가 안정을 위한 개입은 물가가 무조건 오른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불균형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전제로 이뤄진다. 앞서 언급된 ‘괴리’에 대해 단순한 표현 상의 수사(修辭) 만으로 간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불균형에 대한 대응은 어김없이 다른 부분에도 그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 최근 주식이나 부동산의 가격 상승은 어김없이 경제 전반의 불균형을 초래할 여지가 크다. 돈을 비롯한 여러 자원의 배분이 특정한 분야에 집중됨으로써 발생하는 부작용이 우려되는 것이다. 경제 전반의 균형적인 안정을 추구하는 중앙은행의 입장에서 충분히 견제할 수 있는, 혹은 견제가 필요한 대상인 셈이다.

중앙은행의 자산가격에 대한 대응이나 견제는 항상 적잖은 논란을 유발한다. 그리고 그 논란들 가운데 상당 부분은 중앙은행이 본인들의 고유한 영역으로 평가하는 물가 이외의 영역까지도 손을 대려고 한다는 것이다.

자산가격이 급등할수록 글로벌 중앙은행은 출구전략을 위한 카드를 만지작거릴 것이다. 사진= 연합뉴스
자산가격이 급등할수록 글로벌 중앙은행은 출구전략을 위한 카드를 만지작거릴 것이다. 사진= 연합뉴스

중앙은행이 물가 外에 주시하는 것들

하지만 중앙은행의 물가에 대한 대응은 물가가 단순하게 상승하는 문제에 대한 대응이 아니라 ‘불균형을 유발할 수 있는 여지가 큰 문제에 대한 대응’이다. 자산가격에 대한 대응 역시 동일한 맥락이며, 불균형을 시정하거나 안정을 추구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물가나 자산가격은 결코 다른 대상이 아니다.

필자는 향후 연준을 비롯한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경제 정상화가 이뤄진 이후 출구전략이 가동된다면 그 근거를 전통적인 범주인 물가보다는 자산가격에서 먼저 찾을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인플레이션이든 자산가격이든 중앙은행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안정’의 달성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물가의 경우 평균물가목표제(AIT)라는 일종의 안전 장치가 장착된 만큼 기준금리 인상이나 긴축 기조로의 전환이 이뤄질 경우 자산가격 견제가 우선적인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새해 들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 정책 당국자들의 거듭된 실물 경제와 자산가격 간의 ‘괴리’ 지적에 적잖게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이는 동시에 지금까지 경제나 금융시장 전반에 지원 일색으로 진행됐던 통화정책 이벤트를 보다 긴장감을 가지고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공동락은 대신증권 Research & Strategy 본부에서 이코노미스트 겸 채권 애널리스트로 재직중이다. 이데일리 채권전문기자로 출발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채권 투자에 관심을 갖기를 바라는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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