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락의 채권을 부탁해] 나의 ‘물가 상승’과 너의 ‘인플레이션’은 서로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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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락의 채권을 부탁해] 나의 ‘물가 상승’과 너의 ‘인플레이션’은 서로 다르다
  •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 애널리스트 겸 이코노미스트
  • 승인 2021.03.23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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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준의 인플레 언급, 어떻게 읽어야 하나
금융시장 "연준이 2%이상 인플레를 용인하려 하나" 의구심
채권시장 반응 과도하지만, 당분간 금리 변동성은 커질 것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애널리스트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애널리스트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 애널리스트 겸 이코노미스트] 3월 연방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미국 연준(Fed)은 최근 부상한 인플레이션 이슈에 대해 조목조목 본인들의 견해를 밝혔다. 올해 예상되는 물가 상승은 마이너스 유가와 같은 지난해 '기저효과'에 따른 것일 뿐만 아니라 일시적이고, 장기적으로 지속될 여지는 없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필자는 사실 인플레이션 이슈에 대한 이번 진단은 통화당국이 내놓을 수 있는 가장 친절하면서도 논란의 여지를 최소화하는 조치였다고 평가한다. 또한 지난해 평균물가목표제(AIT) 도입을 통해 올해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안전장치까지 사전적으로 마련했다는 사실까지 감안하면 이들의 대응은 딱히 흠을 잡을 만한 것이 없다.

 

일각에서는 거듭해서 인플레이션에 대해 동일한 입장을 밝힌다는 반론도 있으나, 어떻게 보면 연준의 입장에서는 그 정도 이상으로 입장을 밝히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도 해본다.

 

그러나 채권을 비롯한 금융시장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웬만해서는(2023년까지 인상은 없을 것이란 점도표를 통해)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언급에 대해서는 단기금리가 안정을 보이며 Fed에 대한 신뢰를 보인 반면에 장기금리 상승과 수익률곡선 스티프닝을 통해 당국의 물가 인식에 상당한 의구심을 피력했다. 아울러 현재 물가 상승 압력을 Fed가 통제하지 못한다거나, 더 나아가 Fed가 인플레이션을 용인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표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Fed) 의장. 사진= 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준(Fed) 의장. 사진= 연합뉴스

연준 언급에도 장기금리 오르는데...

이처럼 Fed의 적극적인 입장 표명에도 채권시장은 Fed의 의도와는 달리 인플레이션 이슈를 상당한 충격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필자는 중앙은행과 시장 간에 물가에 대한 일종의 커뮤니케이션 오류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한다. 즉 모두가 인플레이션을 주목하고 있으나, 중앙은행과 시장이 보는 인플레이션 간에는 상당한 인식의 간극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인플레이션은 문자 그대로 물가가 상승하는 것이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물가가 상승한다고 이를 곧바로 안정시킬 필요는 없다. 즉 물가가 올라서 특정 분야로 돈이나 자원이 쏠려 경제 주체들의 행동에 왜곡이 발생하는 것이 통화당국이 우려하는 물가 상승인 동시에 인플레이션이 문제가 되는 상황이다.

 

그 과정에서 2% 목표는 중앙은행의 경계가 높아지는 영역의 의미이며, 건전한 기대 경로를 통해 물가가 상승하고 목표치 부근에서 완만한 등락을 보인다면 문제가 되는 물가 상승이 아니라는 것이 최근 연준이 보여준 인플레이션에 대한 인식이다(1/28일자 필자의 칼럼 “중앙은행의 대응① 물가와 자산가격은 결코 다르지 않다” 참조 요망. 아래 관련 글 첨부).

 

반면 채권 등 금융시장에서는 지난 수년 동안 물가가 목표치에서 상당한 거리를 두고 낮게 유지됐던 상황에서 어떤 원인으로든 현재 상승했다는 사실 자체에 더욱 주목하는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과 내후년에도 물가가 2%를 상회한다면, 이것 자체가 단순한 물가 상승이 아닌 부담스러운 인플레이션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인플레는 인플레다...금리 변동성 커질 것

 

필자는 최근 채권시장이 보여준 중앙은행과 차별화된 인플레이션 문제에 대한 인식이 다소 과도한 반응과 동향이라고 판단한다. 다만 적잖은 기간에 걸쳐 인플레이션 문제가 금융시장의 핵심 이슈로서 의미 부여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시장과 중앙은행 간의 인플레이션 인식 괴리에서 오는 금리의 변동성 확대 국면은 당분간 지속될 여지가 커 보인다.

 

● 공동락은 대신증권 Research & Strategy 본부에서 이코노미스트 겸 채권 애널리스트로 재직중이다. 이데일리 채권전문기자로 출발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채권 투자에 관심을 갖기를 바라는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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