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태영건설 자구안 불충분"...워크아웃 난항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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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태영건설 자구안 불충분"...워크아웃 난항 예고
  • 박준호 기자
  • 승인 2024.01.04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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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인더스트리·에코비트·블루원 등 매각 제시
채권단 관심사인 SBS 지분매각은 언급 없어
산은 "태영, 워크아웃 진행하기에 충분치 않아"
박동주 기자 = 3일 오후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신청 관련 채권단 설명회가 열린 서울 산업은행 본점에 관련 안내가 나오고 있다. 2024.1.3
3일 서울 여의도의 산업은행 본점에서 태영건설 채권사 설명회가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태영건설이 기업구조개선(워크아웃)을 위한 자구안을 채권단에 제시했지만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만족스럽지 않다는 반응이다.

지난 3일 산은은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채권단 400여곳을 상대로 태영건설 워크아웃 관련 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에는 채권자협의회 구성과 운영, 태영건설 존속능력평가,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장 관리기준 수립 등 오는 11일에 있을 '제1차 채권자협의회' 안건이 논의됐다.

태영건설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과 ▲에코비트의 매각을 추진해 매각대금을 태영건설에 지원하는 안을 제시했다. ▲골프장 운영업체 블루원의 지분 담보제공과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 62.5%도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채권단 관심 사항인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 규모나 SBS(서울방송) 지분 매각 가능성은 언급하지 않았다. 태영건설은 SBS 지분매각 의사를 묻는 채권단 질문에 "최선의 방안을 찾겠지만 SBS는 방송사이고 제약 요건이 많아 의견을 드리기 어렵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태영건설의 자구안 약속이 첫날부터 지켜지지 않았으며 자구노력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양재호 산은 기업구조조정1실장은 설명회에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을 태영건설로 넣었어야 하지만 티와이홀딩스 채무변제에 활용하고 400억원만 넣었다"며 "3일 낮 12시까지 1149억원을 넣으라고 했지만 티와이홀딩스 채무 변제에 계속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라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가 당초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중 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약속했지만 확보한 자금을 티와이홀딩스의 채무를 갚는 데 사용했다는 것이다.

양재호 실장은 이어 "현재까지는 워크아웃을 진행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다"며 "태영이 자구노력을 더 해야 하고 합의된 내용을 더욱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돌입하지 못하면 법원의 법정관리(기업회생)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회생 절차시에는 협력업체 공사대금 등 상거래채권까지 모든 채권이 동결된다. 법원이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다고 판단하면 청산될 수도 있다.

이날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채권단 설명회에 직접 참석해 "어떻게든 정상적으로 사업을 마무리 짓고 제대로 채무를 상환할 기회를 주면 임직원 모두 사력을 다해 태영을 살려내겠다"고 호소했다.

그는 "태영건설의 현재 수주잔고는 12조원이 넘고 향후 3년간 연 3조원 이상의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영업이익률도 4%로 동종업계 상위권 회사들 평균보다 좋다"고 말했다.

시공순위 16위의 중견기업인 태영건설은 지난달 28일 부동산 PF 대출금 상환 문제로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4조5800억원이다. 이 중 4조300억원이 태영건설 자체 시행 PF 사업장 29곳에서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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