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리포트] 크리스마스 이브를 '장진호전투 승리의 날'로...中공산당, 서방문화 차단 나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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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리포트] 크리스마스 이브를 '장진호전투 승리의 날'로...中공산당, 서방문화 차단 나서나
  • 베이징=박신희 특파원
  • 승인 2023.12.28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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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를 ‘장진호 전투 승리의 날’로 홍보
상하이시 카운트다운 행사 등 정부와 기업의 연말 행사 취소 줄이어
폭죽과 불꽃놀이 허용 등으로 분위기 살리기 안간힘
박신희 특파원
박신희 특파원

[베이징=박신희 특파원] 중국에서 크리스마스부터 연말 카운트다운 행사로 이어지던 중국의 연말 분위기가 사라졌다. 

중국은 크리스마스가 휴일로 지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크리스마스를 휴일로 정한 서구권 나라들과 비교하면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화려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이런 가운데 중국 관영매체들이 크리스마스 이브를 장진호 전투 승리의 날로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더욱 가라앉은 상황이다.

중국 관영 베이징TV는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12월 24일은 '핑안예'(平安夜·평안한 밤, 크리스마스이브의 중국식 표현)가 아닌 장진호 전투 승리의 날"이라고 적었다.

중국 중앙TV(CCTV)와 차이나데일리 등은 장진호 전투에 대해 '미군 2만4000 명을 포함해 총 3만6000 명을 섬멸했다'고 말한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을 인용하며 '12월 24일은 평안한 날이 아니라 장진호 전투 승리 73주년'이라고 표현했다.

사진은 장진호 영화 포스터. 사진=바이두 캡처
사진은 장진호 영화 포스터. 사진=바이두 캡처

이런 중국 정부의 크리스마스에 대한 입장 때문에 그동안 상점 및 기업을 중심으로 크리스마스 장식물이나 행사 등을 통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지만 올해는 이러한 분위기 마저도 많이 사라졌다.

또한 중국의 더딘 경제 회복을 반영하 듯 연말 연시 행사들도 취소되거나 축소됐다. 

매년 상하이에서 열리던 와이탄의 카운트다운 등 신년 맞이 행사도 올해는 열리지 않는다. 상하이시는 매년 연말 와이탄 등 주요 지역에서 화려한 레이저 쇼 등의 행사로 신년 맞이 행사를 진행해 왔는데 올해는 화려한 카운트다운 행사를 배제하고 일부 경관 조명만을 진행하기로 했다.

기업들의 연말행사도 거의 자취를 감췄다. 연말연시가 되면 기업들은 대형 행사들을 열고 돈과 상품을 나눠주며 연말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그러나 올해는 중국 국영기업은 물론 민간기업까지 송년 모임을 조촐히 치르거나 송년 모임 자체를 취소하고 있다.

더딘 중국 경제의 성장과 부동산 시장의 몰락 그리고 높은 취업률 등으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적으로도 대형 행사나 모임을 열어 흥청망청하는 모습이 중국 정부의 부정부패 단속 분위기와 맞물려 기업들이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폭죽과 불꽃놀이 허가 등으로 침체된 분위기 살리기 안간힘

지난 27일 관영 통신 신화사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중앙판공청과 국무원 판공청은 최근 잇달아 발표한 '2024년 춘제(春節·중국의 설) 기간 공작(업무) 수행 관련 통지'를 통해 "각 부문과 사업 단위는 직원들이 섣달그믐날(除夕·추시) 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안배하라"고 지시했다.

통지는 "춘제 기간 인민대중이 즐겁고 평화로운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보장하고 모든 단위가 유급 연차 휴가나 각종 휴가 제도를 이용해 직원들이 섣달그믐날 쉬게 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인들이 춘제 만큼 중시하는 음력 섣달그믐날이 내년 춘제 연휴에서 제외된 데 대한 불만이 커지자 중국 정부가 통지를 통해 진화에 나선 것이다.

그리고 중국인들의 불만 중 하나였던 춘제 때 폭죽과 불꽃놀이 전면 금지 조치도 풀릴 전망이다. 

중국의 폭죽과 불꽃놀이는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 때 안녕을 기원하며 터뜨리는 전통 놀이로, 농촌 지역에서는 춘제 보름 전부터 정월 대보름까지 이어지며 연초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담당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 분위기가 실종된 중국에선 환경문제 등으로 금지됐던 폭죽과 불꽃놀이가 다시 허용될 전망이다. 사진=유튜브 캡처
크리스마스와 연말 분위기가 실종된 중국에선 경기회복의 일화으로 음력 설날전야 등 중국 명절때 환경문제 등으로 금지됐던 폭죽과 불꽃놀이가 다시 허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지난 27일 남방도시보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전인대 법제공작위원회(법공위) 선춘야오 주임은 전날 전인대 상무위원회 제7차 회의 업무 보고에서 "일부 지방정부가 시행하는 폭죽과 불꽃놀이 전면 금지는 합법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선춘야오 주임은 "현(縣)급 이상 지방정부는 폭죽·불꽃놀이를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이 있지만 전면 금지는 상위 법률과 규정에 부합하지 않으며, 사실상 실천하기도 어려운 만큼 상위 법령에 맞춰 수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폭죽과 불꽃놀이는 2021년 허난성이 성(省) 전역을 금지 구역으로 고시하고 코로나19로 규제가 더욱 확산, 강화되면서 전국에서 거의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면서 폭죽과 불꽃놀이 허용을 요구하는 청원이 빗발치자 올해 춘제 때는 대부분 지방정부가 제한적으로 허용하거나 단속하지 않고 묵인해 왔는데 최근 다시 폭죽과 불꽃놀이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중국 정부의 입장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과의 어려운 관계속에서 경제 성장을 이루기 위해 내수 시장을 활성화에 노력하고 있다. 연말 연시 침체된 분위기는 중국 내수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중국 정부도 연말연시 내수 활성화를 위한 분위기 띄우기에 고심이 깊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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