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노른자 땅부터 지방 아파트까지...부동산개발 시장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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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노른자 땅부터 지방 아파트까지...부동산개발 시장 난항
  • 박준호 기자
  • 승인 2023.12.13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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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르피에드청담' 우여곡절 끝 대출연장 합의
인천 서구 프리미엄 아파트, 선순위 청약 미달
전국 악성 미분양 1만224호 중 8270호가 지방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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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부동산 개발 사업자들이 자금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교적 사업성이 좋은 강남의 노른자 땅에서 시행된 사업에서도 대출 만기 연장이 간신히 이뤄졌다. 인천의 대형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는 선순위 청약에서 미달이 발생하며 자금 융통에 빨간 불이 켜졌다.

지방과 비거주 부동산은 공급이 수요를 뛰어넘어 아예 파산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그동안은 정부의 지원으로 연명해 왔지만 이젠 이마저 불투명해졌다. 금융당국이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에서 사업성이 있는 곳은 살리고 없는 곳은 정리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부동산PF 부실 사업장에 대해서는 시장원칙에 따라 정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 원장이 지난 11일 '제1회 보이스피싱 우수 지킴이' 시상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부동산PF 부실 사업장에 대해서는 시장원칙에 따라 정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 원장이 지난 11일 '제1회 보이스피싱 우수 지킴이' 시상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2일 "사업성이 미비한 사업장이나 재무적 영속성에 문제가 있는 건설사나 금융사는 시장원칙에 따라 적절한 조정·정리를 해야 한다"며 "자구노력과 손실부담 등을 전제로 한 자기 책임 원칙의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간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사업장에 자금을 빌려준 대주단의 협약으로 대출 만기를 연장해주고 수조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며 상당수 PF를 유지해 왔다.

부동산 PF는 신용이나 담보 대신 사업계획서만 보고 대출을 실행한다. 건설사가 준공을 중단하거나 완공됐다 하더라도 미분양이 발생하면 돈을 빌려준 금융사들은 대출금 회수가 어려워진다. 부동산경기가 침체되면서 이는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최근에는 사업성이 충분할 것으로 여겨졌던 서울 강남의 노른자 땅에서 마저 대출 만기가 간신히 연장됐다.

지난 10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르피에드청담'의 사업 시행사인 미래인에 1800억원을 빌려줬던 새마을금고는 대출 만기 연장을 반대했다.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당초 지난 8월이었던 만기는 이미 두 차례 유예된 상태였다.

미래인은 새마을금고를 비롯한 26개 금융회사에서 4640억원의 브릿지론 대출을 받았다. 대출 만기 연장 조건은 26개 채권자의 '전체 채권액의 3분의 2 이상 동의'였다. 새마을금고는 전체 브릿지론의 약 39%에 달하는 자금을 선순위로 대출해준 상태였다.

만기가 연장되지 않았다면 브릿지론은 기한이익상실(EOD)로 토지를 공매해 자금이 회수될 예정이었다. 새마을금고는 지난 5일 이자 일부 상환과 서울시 인허가 진행 등을 조건으로 내년 5월까지 만기를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DK아시아가 인천 서구 일대에 추진한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는 1·2순위 청약에서 전 타입 미달이 발생했다. 1409가구 모집에 691명이 청약을 신청해 평균 경쟁률은 0.49:1이었다. 평당 분양가가 2160만원으로 주변 시세 대비 2배 비쌌던 게 주 원인이다.

해당 단지는 총 2만1313세대의 분양 계획 중 첫 번째 시범단지다. 향후 총 사업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미다.

DK아시아는 지난 2019년 2월 하나은행에서 2900억원 규모로 부동산PF 자금을 조달했다. 같은 해 1월에는 2600억원을 조달해 총 5500억원을 확보했다. 총 사업비는 2조5000억원이다.

지난 10월 말 기준 전국 준공후 미분양 주택 현황. 자료=국토교통부
지난 10월 말 기준 전국 준공후 미분양 주택 현황. 자료=국토교통부

수도권과 서울의 주거 부동산 시장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물류센터 등 비주거 부동산 개발시장은 이미 공급이 수요를 뛰어넘었다.

부동산 솔루션 전문기업 JLL에 따르면 수도권 연면적 1만평 이상 물류센터의 공실률은 지난 1분기 12.6%, 2분기 16%로 역대 최대 수준을 찍은 후 3분기 13.1%로 소폭 감소했다.

지속적으로 대량 공급이 이어진 탓이다. 수도권에는 올해에만 2분기째 100만m² 이상의 물류센터가 공급됐다.

지방에서는 아파트 시장의 악성 미분양(준공 후 미분양)이 문제가 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 호수 1만224호 중 8270호(80.8%)가 지방에 있다. 전국 미분양 주택은 5만8299호 중 5만927호(87.3%)가 지방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증권사는 PF 중 44%를, 캐피탈사와 저축은행은 35%를 지방 사업장에 공급하고 있다.

기초체력이 되는 대형 건설사들은 손실을 감내하고 아예 PF에서 발을 빼기도 한다.

지난 2월 도급 순위 8위인 대우건설은 책임준공을 맡았던 울산의 한 주상복합 사업장의 브릿지론에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더 큰 손실이 나기 전에 440억원의 손실만 떠안기로 결정한 것이다. 해당PF와 연관한 금융기관들은 새로운 시공사를 찾거나 토지를 매각해 대출금을 회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우건설은 왕길역 로열파크 씨티의 시공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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