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지수 ELS' 내년 상반기 원금손실액만 3조원대 육박...금융당국, '불완전판매' 조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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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지수 ELS' 내년 상반기 원금손실액만 3조원대 육박...금융당국, '불완전판매' 조사 착수
  • 박준호 기자
  • 승인 2023.11.28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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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H지수, 2021년 상반기 1만2000선에서 이달 6000선 등락
원금 40~50% 손실 발생 예상...내년 상반기 만기도래 ELS 6조원대
투자자, 금융사 민원·금감원 분조위·집단소송 등으로 대응 가능
▲홍콩증권거래소 전경. 사진=연합뉴스
홍콩증권거래소 전경.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홍콩 H지수(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에서 대거 손실이 예상되며 해당 상품을 판매한 은행들이 투자자들에게 설명 의무를 다했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당국 조사 결과 설명 의무를 소홀히 한 불완전판매로 판정되면 판매사는 손실액의 최대 80%까지 책임을 질 수 있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이나 투자자들이 제기하는 법정 소송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

투자자들은 원칙적으로 금융상품 투자의 책임을 지지만 불완전판매시에는 판매사에 민원을 제기하거나 금감원에 분쟁 조정을 요청할 수 있으며 법적 소송을 제기해 대응할 수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20일부터 홍콩 H지수 ELS를 판매한 은행들의 불완전판매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최근 홍콩 H지수가 급락하면서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관련 ELS 상품의 원금손실이 대거 발생할 것으로 판단해 현황 파악에 나선 것이다.

28일 오후 3시 기준 홍콩H지수. 자료=구글금융 홈페이지 캡쳐

지난 2021년 상반기 1만2000선이었던 H지수는 지난해 10월 말 5000대, 최근 6000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면 약 40~50% 원금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월 말 기준 원금 손실 가능 구간에 진입한 ELS는 7조원이며 이 중 6조원이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한다. 만기일까지 홍콩 H지수가 극적으로 반전하지 않는 이상 손실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은 현재 해당 ELS를 판매한 은행들이 판매 당시 투자자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했는지, 적정 등급 상품을 판매했는지, 법에 따라 상품 위험 설명을 충실히 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법에 따르면 ▲설명의무 ▲적합성 ▲적정성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행위 금지 ▲허위·과장광고 금지라는 6가지 의무 중 하나라도 어길 경우 불완전판매로 판정된다.

투자자들은 금융투자상품 구매시 불완전판매가 의심되면 판매사에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 금융사 금융소비자보호부서에 보상·배상 가능성을 따져 보는 것이다.

서울 여의도의 금융감독원 본원. 사진=연합뉴스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해 투자금의 일부를 돌려받는 방법도 있다.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서는 판매사와 투자자 간 분쟁을 조정한다. 판매사는 분조위 결정문을 검토 후 내부 의사결정 절차를 거쳐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

지난 2021년 분조위는 라임 펀드 판매 은행에 투자손실 배상비율을 65~78%로 결정했다.

당시 우리은행은 원금보장을 원하는 80대 초고령자에게 위험상품을 판매했고 IBK기업은행은 투자경험이 없는 60대 은퇴자에게 투자대상의 위험성을 미설명해 각각 78%, 65%의 투자 손실을 배상할 것을 권고 받았다. 각 은행들은 분조위의 결정을 수용하고 투자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분조위의 결정을 수용하지 않더라도 금융사에서는 자사 이미지 악화 우려와 금융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투자원금을 돌려주기도 한다. 분조위 권고대로 판매사가 잘못을 인정하면 차후 법인과 기관, 전문투자자의 개별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지난 2021년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 펀드 판매로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라는 분조위 권고를 받았지만 불수용 한 대신 일반투자자 831명에게 2780억원의 투자원금을 사적 합의 형태로 전액 반환했다.

분조위의 결과는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권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투자자들은 정식 소송으로 돌입한다.

집단소송은 투자자들이 가진 자료들을 취합할 수 있어서 증거수집에 유리하고 비용을 나눠 분담해 전문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상으로도 부담이 덜하다. 법원이 사건의 파급효과를 감안해 보다 신중한 판단을 기대할 수도 있다.

다만 변호사가 다수 피해자들의 사정을 일일이 주장하지 못하는 한계와 개별소송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증권·펀드 관련 분쟁은 투자자의 연령, 투자성향·경험, 피해액수 등에 따라 소송이 달라질 수 있는 개별적 특수성이 중시된다.

집단소송과 개인소송을 절충한 소규모 집단 소송 방법도 있다.

지난 2020년 2월 라임자산운용 펀드 투자자 4명은 "전 대신증권 반포WM(자산관리)센터장이 '완전히 안정적', '확정 금리형 상품' 등의 표현을 사용해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판매했다"며 대신증권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9월 21일 투자금 80%를 반환하라는 판단을 내렸다. 1심에서는 투자금 전액 반환 판결이 나왔다.

다만 전부터 펀드·증권 상품 투자를 쭉 해왔던 투자자는 승소가 어려울 수 있다. 지난 2014년 증권사를 상대로 원유 파생결합증권(DLS)의 불완전판매를 주장한 투자자들에게 법원은 "원고가 파생상품 투자 경험이 풍부해 위험도를 인지하고 있다"며 투자자 패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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