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역사 새로쓴 '윤종규 회장' 3283일만 물러난다 ...'잃어버린 영광 되찾고 리딩뱅크 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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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역사 새로쓴 '윤종규 회장' 3283일만 물러난다 ...'잃어버린 영광 되찾고 리딩뱅크 탈환'
  • 박준호 기자
  • 승인 2023.11.16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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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KB금융회장. 17일 9년만 퇴임
KB금융 당기순익, 회장 취임 후 3년만 2배 성과 등
2020년 순익 3조4522억 리딩뱅크 탈환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9월 25일 'KB 금융그룹 CEO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일할 맛 나는 직장'을 만들겠다. 현장에 활력이 넘쳐야 고객 신뢰가 높아진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2014년 11월 21일 취임사에서 밝혔다.

이어 "자긍심 회복, 신뢰 회복, 차별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약속하겠다"며 "임직원과 함께라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회장 재임  9년동안 소통을 강화하고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직원들을 직접 대면했고 비금융 부문 수익도 확장해 나갔다.

윤 회장은 지난 9월 25일 사실상 고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인수 받을 당시 한참 뒤쳐져 있었는데 이제 약간 앞서는 정도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며 퇴임의 변을 대신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오는 17일 물러난다.

지난 2014년 11월 21일 이후 3283일만이다. 9년 간 3번을 연임하며 최장수 회장에 이름을 올렸지만 그룹에는 변화가 필요하다며 직을 사양했다. 그동안 KB금융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성공했고 업계 선두 자리를 되찾았다.

취임 당시 상황은 정반대였다. 그룹 지배구조는 불안정했고 경영성과는 경쟁사에 열위였다. 카드사에서는 정보유출 사고가 터졌고 은행에서는 주 전산기로 말썽이었다. 직원들은 불법대출·위조·횡령 등 굵직한 사건들을 연이어 터뜨렸다.

지난 2001년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병하면서 탄생한 KB국민은행은 13년째 파벌 싸움 중이었다. 은행 주 전산시스템 교체를 두고서는 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집안싸움을 벌이다가 금융당국으로부터 나란히 중징계를 받고 각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2014년 1월 KB국민카드에서는 4000만건의 개인 신상정보와 결제계좌, 카드번호, 유효기간이 유출됐다. 사고가 함께 터진 농협카드와 롯데카드의 각 유출건수 2000만건을 합친 것과 같은 규모였다. 피해자 1만7000여명은 KB국민카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2013년 9월에는 도쿄지점 직원들이 1700억원을 부당대출 받았고 11월에는 국민주택채권 담당 직원의 90억원 횡령 사건이 적발됐다. 이듬해 1월에는 본점의 주택기금부 직원이 111억8000만원을 빼돌려 구속됐다.

2014년 상반기 KB금융의 당기순이익은 7652억원으로 경쟁사인 신한금융의 1조1360억원보다 3708억원 뒤처져 있었다. 전년 역시 신한금융 순이익이 1조9030억원이었던 반면 KB금융은 6420억원 뒤진 1조2610억원이었다.

직원들의 사기는 고객의 신뢰도와 함께 땅에 떨어졌다. 취임사에서 리딩금융그룹의 자긍심 회복, 고객 신뢰 회복, 차별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강조한 이유다.

우선 지배구조위원회 규정을 제정하고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검증 과정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경영진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관리체계를 구축해 지배구조부터 안정화하겠다는 의도였다.

최초 임기 3년간 금융지주회장·은행장을 겸임하며 갈등 소지는 원천봉쇄 했다. 이사회에는 경쟁사 CEO(최고경영자)였던 최영휘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영입했다. 하나금융 준법감시 부사장을 지낸 김유니스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 박재하 아시아개발은행연구소 부소장, 이병남 LG경영개발원 인화원 원장도 함께였다.

2020년 3월에는 지주사 이사회 내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위원회를 신설했다.

금융지주 최초로 자사주 소각도 단행했다.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기 위함이었다. 지난 2019년 1000억원, 지난해 3000억원, 지난 5월 3000억원 규모였다. 지난해 총주주환원율은 33%(현금배당성향 26%+자사주 3000억원 매입)로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높았다.

전 직원과 대화하는 시간을 갖고자 타운홀 미팅을 정례화 했다. 모든 계열사를 방문해 즉석에서 직원 질문에 직접 답했다. 지난 2018년부터 이어진 미팅은 코로나 때도 온라인으로 계속 진행했다.

수익 원천은 다양화 했다. 증권사와 보험사를 인수해 이익이 은행에만 쏠리지 않도록 했다. 2016년 현대증권 인수 당시에는 시장가치 3000억원의 3배가 넘는 9800억원을 입찰가로 써냈다. 숙원이었던 대형 증권사의 인수·합병으로 KB증권은 자기자본 3조9000억원 규모의 업계 3위에 올랐다. 올 상반기 KB증권의 매출액은 6조1301억원, 영업이익은 4583억원이다.

2020년 인수한 푸르덴셜생명은 자회사 편입 1년만에 상반기 당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2배 오른 1924억원을 기록했다.

생활 금융으로도 영역을 넓혔다. 부동산(KB부동산)·자동차(KB차차차)·건강관리(KB헬스케어)·통신(KB리브모바일) 분야 진출은 누구나 이용하는 금융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함이었다.

증권, 손해보험, 생명보험, 카드, 캐피탈, 자산운용 등 주요 계열사는 모두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올 1분기 KB금융 계열사 중 비은행의 당기순이익 기여도는 40.9%다.

KB금융의 당기순이익은 취임 후 3년만에 2배가 됐다. 2014년 1조4000억원에서 2017년 3조3118억원으로 뛰었다. 2020년에는 3조4522억원으로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취임 7년만이었다.

이듬해에는 금융사 최초로 4조원을 돌파했다. 시장은 KB금융의 올해 순이익이 5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9월 기자간담회에서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쇼트트랙이나 계주경기에서는 열심히 달리는데도 불의의 실수로 넘어지는 경우가 있다. 처음 인수받은 때가 그런 상황이었을지도 모른다"며 "트랙을 열심히 달려서 한참 뒤처져 있던 걸 약간 앞서는 정도에서 (양종희 후임 내정자에게) 터치한다"고 전했다.

9년 전 그는 취임사에서 "1등 금융그룹의 위상회복이라는 꿈을 이루고 대한민국 금융의 새 역사를 만드는 길에 2만5000 KB가족 모두가 함께 합시다"라며 "그리하여 훗날 우리의 노력들이 후배들에게 아름다운 도전으로 기억되도록 합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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