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주담대금리, 시중은행보다 낮아...금리 인상기 묘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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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주담대금리, 시중은행보다 낮아...금리 인상기 묘수일까
  • 박준호 기자
  • 승인 2023.10.23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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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주담대 채권...2019년 45.2조→올해 51.8조
"장기적으로 보험사 금리 다시 높아져"
국내 대형 보험회사 로고. 자료 제공=각사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갈수록 오르는 은행권 대출 금리에 0.1%라도 낮은 이자를 찾아 차주들이 보험사 문을 두드리고 있다.

보통 보험사 금리는 은행사보다 높은 게 일반적이지만 최근 시장의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달 초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4.17~7.14%였다. 반면 같은 기간 KB손해보험·삼성생명·삼성화재·교보생명·현대해상 등 보험사는 4.09~6.55%로 은행권에 비해 상단이 1%가량 높았다.

일반적으로 은행권은 조달금리가 낮고 재정 건전성이 높아 보험사보다 대출 금리가 낮다. 하지만 금리 인상기에는 보험사 금리가 은행권 금리보다 낮은 역전현상이 발생한다. 예·적금과 은행채 금리가 오르면서 시중은행 대출 금리도 함께 상승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또 보험사는 대출신청일을 기준으로 금리가 확정되지만 은행은 잔금일인 대출실행일을 기준으로 금리 적용한다.

보통 주택 매매계약 후 잔금을 치르기까지 최대 세 달까지 소요되는데 은행은 이 잔금일을 대출실행일로 삼아 주담대 금리를 적용한다. 하지만 보험사는 대출 신청일에 금리가 확정돼 이 세 달 간의 금리차에서 오는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10월 23일에 대출을 신청하고 세 달 뒤인 1월 23일에 대출이 지급돼도 금리는 10월 23일자로 적용된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적용 역시 보험사(50%)가 은행권(40%)보다 높아 차주들이 대출 받을 수 있는 금액이 크다.

개인 신용점수에 미치는 영향도 지난 2019년 법개정으로 크게 줄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보험사 등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으면 대출금리나 유형에 관계 없이 CB사(개인신용조회회사)가 산출하는 신용점수·등급이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금융당국은 대출금리·유형 등 특성을 평가에 반영해 신용위험을 세분화하도록 CB사의 개인신용평가 체계를 개선했다. 어느 금융권인지보다 받는 대출이 신용대출인지 담보대출인지, 금리가 높은지 낮은지에 따라 신용점수 반영 정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2018~2019년 6월 보험회사 대출채권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2022~2023년 6월 보험회사 대출채권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실제 보험사의 주택담보대출 채권 잔액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9년 6월 45조2000억원이었던 보험사 주담대 대출채권은 지난 6월 51조8000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6월 50조9000억원에 비해서는 9000억원이 늘었다.

하지만 현재 보험사의 대출금리가 은행권보다 낮다고 해서 무작정 보험사로 향했다가는 낭패 보기 쉽다. 대출을 갈아탈 때 발생하는 단점이나 우대금리 조건의 부재, 장기적으로는 제자리를 찾는 은행권과의 금리 차이 등 때문이다.

주담대는 대개 30~40년 장기간인 특성상 일정 기간이 흐른 뒤 다른 대출로 갈아타는 경우(대환대출)가 적지 않다. 이때 2금융권에서 은행권으로 대환시엔 한도 등이 깎일 수 있다.

우대금리를 적용할 수 있는 부수 거래 조건도 보험사에는 없다. 은행이 급여 자동 이체, 신용카드 사용, 어플리케이션 설치, 적금가입 등의 조건을 붙여 차주의 대출금리를 추가로 낮춰준다면 보험사는 이 조건이 한정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현 금리 역전 상황은 은행권과 보험업계 간 서로 다른 조달금리로 발생한 차이일 뿐 결국 보험사는 은행사 금리를 좇을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은행사가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를 기준으로 금리를 책정하는 것과 달리 보험사는 신잔액 기준 코픽스를 기준으로 한다"며 "신잔액코픽스는 신규취급액코픽스에 후행하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는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보험사 금리가 더 높아진다"고 전했다.

코픽스는 시중은행들이 제공한 자금조달 관련 정보를 기초로 산출되는 자금조달비용지수다. 

은행이 적용하는 신규취급액기준 코픽스는 해당 월에 새로 조달한 자금을 대상으로 산출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장금리에 신속하게 반영되지만 신잔액기준 코픽스는 일반적으로 시장 금리 변동에 서서히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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