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채권시장, 리스크 체계 고장 났나···'좀비 회사채 레벨에 신기루'
상태바
미국 채권시장, 리스크 체계 고장 났나···'좀비 회사채 레벨에 신기루'
  • 이상석 기자
  • 승인 2023.09.26 10: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 채권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유럽채권시장과 관련 스프레드가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채권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유럽채권시장과 관련 스프레드가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뉴욕채권시장의 금리 고공행진 속에 리스크 프리미엄을 반영하는 체계가 정상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큰 이른바 '좀비 기업' 회사채의 스프레드가 낮아지는 등 가격에 '신기루'가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사모펀드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록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분석한 자료를 인용해 뉴욕채권시장의 크레디트 스프레드(금리차) 현황을 마켓워치는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CC' 등급의 회사채와 국채 금리 스프레드를 나타낸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이래 CCC 등급의 크레디트 스프레드는 내림세를 기록했다. 한때 1300bp를 오르내렸지만 이제는 900bp 내외에서 스프레드가 형성된 점이 차트를 통해 확인됐다.

주목할 만한 점은 유럽채권시장과 관련 스프레드가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 유럽채권시장의 CCC 등급 크레디트 스프레드는 줄곧 상승했다. 올해 1800bp에 육박해 코로나 발생 초기 수준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주요 활동 무대인 뉴욕·유럽 시장은 지난 10년을 비교했을 때 CCC 등급 크레디트 스프레드가 레벨·방향 측면에서 상당히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두 지역의 글로벌 기업들은 대서양을 넘나들며 서로의 지역에서 활동하고, 채권시장의 유동성과 리스크 프리미엄 반영 정도 역시 대동소이하기 때문이다.

CCC 등급은 국제신용평가사 S&P 기준으로 투자 부적격을 뜻하는 정크 등급 중에서도 극심한 투기 등급에 속한다. 

보통 디폴트 가능성이 50%를 넘는 좀비기업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기업 자체의 성장보다는 거시경제와 지원 자금에 의해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 경기 침체에 극도로 예민하다.

슬록 이코노미스트는 두 지역 모두 인플레이션 문제를 겪었고 미국의 경기 침체 확률(60%)은 유로존(50%)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점이 크레디트 스프레드에는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슬록은 미국과 유럽에서 저신용 등급 회사채 가격에 일관성이 없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뉴욕채권시장의 수급 특수성을 원인으로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나 유럽 모두 모든 것이 괜찮으면서 동시에 경기 침체에 빠질 수는 없는 것"이라며 "미국은 채권 투자자들이 국채 금리와의 스프레드보다 절대금리 레벨에 집중하기 때문에 금리 신기루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연준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이후 상황이 달라진 것을 고려하면, 투자자들은 인상에 따른 근본적인 펀더멘털 신용 위험과 높은 자본 비용보다 레벨에 대한 환상을 보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