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많이 올랐는데...사우디, 감산 고집하는 이유는?
상태바
유가 많이 올랐는데...사우디, 감산 고집하는 이유는?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3.09.06 12: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 경기부진에 수요 위축 전망 강화
빈 살만 왕세자 경제개혁 자금이라는 분석도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이 감산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전해지면서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이 감산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전해지면서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이 감산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전해지면서 공급 부족에 대한 전망에 무게가 실린 것이 유가를 상승세로 이끌고 있다. 

이미 유가가 연중 최고 수준으로 올라선 상황에서 산유국들이 감산을 지속하고 있는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우디·러시아, 감산 연장키로...브렌트유 90달러 상회

5일(미 동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86.7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날까지 8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한 것이며, 지난 2022년 11월15일 이후 최고치다. 

국제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는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다. 

최근 국제유가의 급등세에는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결정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해외 언론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지난 7월 시작한 하루 100만배럴의 자발적 감산 정책을 오는 12월까지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2월까지 하루 약 900만배럴 수준의 원유 생산량을 지속할 전망이다. 이는 최대 생산능력인 1200만배럴에 비해 25% 낮은 수준이다. 

사우디 에너지부 소식통은 SPA 통신에 "이 결정은 여전히 매달 검토될 것"이라면서도 "생산량은 상향조정되거나 하향조정될 수 있다"고 강조해 자발적 감산 규모 확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앞서 러시아 역시 하루 30만배럴의 석유 수출 규모 축소를 연말까지 유지하기로 했다고 알렉산더 노박 부총리가 밝혔다. 

中 경제부진에 원유 수요 감소 우려한 듯

세계 최대 산유국 두 곳의 감산 조처는 원유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경제 부진이 배경이 됐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중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원유를 가장 많이 사들이는 국가다. 하지만 최근 경제지표가 잇따라 부진하게 발표되는 등 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경기 부진으로 원유 수요 감소를 전망한 산유국들이 감산을 통해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맞추려고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가들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시장을 타이트하게 하고 유가를 끌어올리려는 시도는 중국 수요 개선 가능성이 제한적임을 보여준다고 경고한다"고 언급했다. 

중국의 경제 방향은 세계 원자재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한다. 올해 초부터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는 경기 회복 추세는 중국의 수요 개선을 기대하던 많은 트레이더들의 예측을 뒤집었다는 것. 

실제로 전일인 5일 발표된 중국의 민간 경기를 보여주는 8월 차이신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주 발표된 제조업 지표 또한 5개월 연속 위축세를 기록해 중국의 경기 회복이 녹록치 않음을 시사한 바 있다. 

백악관 에너지 고문을 지낸 밥 맥널리 래피던 에너지 애널리스트는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에 대한) 단결은 원유 가격을 짓누르는 세계 경제 성장 둔화의 위험을 제한하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며 "급격한 경기침체 가능성을 배제한다면 이러한 공급 감소는 세계 석유 수급에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하고, 원유 가격이 배럴당 90달러를 훨씬 넘어서도록 이끌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갈 경우 중국이 석유 구매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있는데, 이는 유가의 추가적인 상승을 이끌 수 있다. 

삭소뱅크의 상품 전략 책임자인 올레 한센은 "중국의 석유 수요는 역사적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유가가 계속 오른다면 중국은 원유를 구매하는 대신 생산에 더욱 주력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고유가, 고물가, 고금리 현상은 더욱 오랜 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벡티스 에너지 파트너스의 타마르 에스너 회장 역시 "사우디의 감산 정책으로 인해 유가가 오르기 시작한 지금 중국은 석유 구매에서 손을 뗄 수도 있다"며 "그들은 충분한 재고가 있기 때문에 원유 구매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빈 살만 왕세자 경제 계획 위해 고유가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일각에서는 사우디의 공격적인 감산 배경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야심찬 경제 계획 또한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우디 정부의 실세인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 경제 구조의 다양화를 위해 비전 2030을 제시한 바 있다. 

비전2030은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사우디의 경제 구조를 다각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어내겠다는 야심찬 경제 개혁 계획이다. 

사우디 입장에서는 이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유가를 지속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것이 주요 언론의 설명이다.

실제로 CNBC에 따르면, 올해 초 원유 생산량 감소와 유가 하락으로 사우디의 국내총생산(GDP)은 2분기 1.1% 성장에 그쳤는데, 이는 직전분기(3.8%) 및 전년동기(11.2%)에 비해 크게 둔화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빈 살만 왕세자의 야심찬 경제 계획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배럴당 약 100달러의 유가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감산 정책으로 인해 사우디의 경제 전망이 하향조정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가 상승을 우선시하는 사우디의 전략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