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리포트] 中, 일본 오염수 방류이후 거세진 반일감정 '장기화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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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리포트] 中, 일본 오염수 방류이후 거세진 반일감정 '장기화 조짐'
  • 베이징=박신희 특파원
  • 승인 2023.08.2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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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때 반한 감정과 닮은 꼴 
中 정부 "일본의 이기적 행위" 오염수 방류 강력 규탄 
일본인 학교에 돌 계란 던지는 등 중국인들 과격 행동 이어져 
재중 일본기업 원전 오염수 방류 불똥 튈까 전전긍긍 

 

[베이징=박신희 특파원]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이후 중국인들의 반일 감정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일본 대사관 앞에 일본인을 경멸하는 글귀가 걸리고, 일본인 학교에 돌과 계란이 날아들고, SNS에 일본에 대한 욕설과 비판이 넘쳐나고 일본 상품 불매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난 2016년 한국의 사드 배치로 인해 발생한 반한 감정과 닮음 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016년 한국이 사드를 배치하기로 하면서 중국에서는 반한 감정이 거셌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을 비롯해 각 부서 대변인과 관영매체들이 한국을 거세게 비난했고 이는 반한 감정으로 번지며 한한령이라는 한중간의 감정의 벽을 만들었다. 

중국 정부는 여행사를 통한 한국 관광을 전면 금지했고 중국에서 사업을 전개하던 한국 기업은 불매 운동으로 퇴출 위협을 받으면서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한국 콘텐츠는 중국에서 거의 자취를 감췄으며 문화 콘텐츠 관련 한중간의 교류도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선에 머물렀다. 

주중 한국대사관에서는 중국인들의 반한 감정이 커지며 상호간의 충돌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서 재중 한국인들에게 외출시에 큰 소리로 한국말을 하지 말고 가능한 외출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일본 정부의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반일 감정 폭발 모습이 사드 때와 많이 닮았다.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중국인들의 일본 정부 규탄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이론 대사관 앞에서 오염수 방류를 규탄하는 중국인들의 모습. 사진출처=유튜브 캡처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중국인들의 일본 정부 규탄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이론 대사관 앞에서 오염수 방류를 규탄하는 중국인들의 모습. 사진출처=유튜브 캡처

중국 정부는 외교부 뿐만 아니라 각 부처 대변인들 그리고 관영매체들이 전방위적으로 일본 정부의 원전 오염수 방류를 규탄하며 반일 감정을 끌어올리고 있다. 

주중 일본 대사관은 반일 감정을 경계하며 재중 일본인들에게 외부에서 일본어로 큰 소리로 말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일본 불매 상품 리스트가 SNS 등에 게재되며 중국 상품 불매 운동도 확산되고 있다. 

중국인들은 일본 관련 가게나 음식점에 가는 것을 꺼리고 일본 관련 가게나 음식점은 일본어와 일본이라고 적힌 글자를 가리고 있다. 사드 때 한국 음식점들이 한국어를 가리거나 중국어로 바꾼 것과 닮은 꼴이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어렵게 재개된 일본 단체관광은 예약을 취소하는 중국인이 속출하고 있다. 

한한령으로인해 한국 문화 콘텐츠의 중국행이 막혔던 것처럼 일본 문화 콘텐츠의 중국행도 당분간 막힐 가능성도 높다. 

원전 오염수 방류 이후 일본 대사관에서 26일 열릴 예정이던 일본인 피아니스트 콘서트가 연기됐다. 그리고 중국 연예계는 이번 원전 오염수 방류 사태가 일본인의 중국 방송 금지 및 공연 금지 등으로 이어질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은 불매운동 리스크가 돌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기업이 타깃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며 자세를 바짝 낮추고 있다. 

지난 2016년 사드 때는 한국 기업 중 롯데가 주요 타깃이 돼 결국 중국에서 철수해야 했다.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도 이번 원전 오염수 방출로 인해 높아진 반일 감정이 자신의 기업으로 향하는 걸 경계하고 있다. 

지난 24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된 직후 중국인들이 기시다 일본 총리 사진을 들고 거세게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4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된 직후 중국인들이 기시다 일본 총리 사진을 들고 거세게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 정부의 강력 대응에 일본 정부도 놀란 모양새다. 일본 정부는 중국 정부의 일본 해산물 수입 금지에 강력 반발하며 수산물 금수 조치 해제를 요청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전혀 일본의 요청을 받아들일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중국 정부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친서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달하기 위한 일본 공명당 대표의 방중을 무산시키고 기시다 총리가 긴급기자회견에서 제안한 전문가 토론도 명분 쌓기 용이라며 받아들이지 않는 등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강경한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사드로 인한 한한령은 7년이 지난 지금도 진행형이다. 이를 지켜본 일본 정부는 이번 사태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미중간의 관계 악화 속에서 미국측에 서 있는 일본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이 원전 오염수 방류를 통해 터진 만큼 중국인들의 반일 감정은 일본인 학교에 돌과 계란을 던지는 등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중국 정부의 원전 오염수 방류로 높아진 반일 감정은 원전 오염수 방류를 중단하지 않는 한 단기간에 해소될 만한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중국 정부는 중국 국민들의 건강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해 주변국을 생각하지 않는 일본의 이기적인 행위라는 비판하고 있는 만큼 오염수 방류가 지속되는 한 쉽게 일본 정부에 대한 공격을 거둬들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원전 오염수 방류로 인한 반일 감정은 사드 때와는 달리 중국의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상황이기 때문에 경기가 좋지 않은 중국 입장에서 일본과의 대치 국면을 오래 끌지 못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원전 오염수 방류가 수십년간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중국인의 반일 감정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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