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시장 뒤흔든 매파적 발언은 없을 듯
다만 높은 인플레 지적하는 강경한 태도는 유지될 듯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정책 심포지엄인 잭슨홀 회의가 개막한 가운데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의 연설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앞서 지난해 잭슨홀 회의 당시 파월 의장이 예상치 못한 강경한 매파적 발언을 내놓으면서 뉴욕증시가 큰 충격을 받은 바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지난해와 같은 '잭슨홀 쇼크'가 반복될 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경계감을 늦추지 않고 있는 가운데, 월가 및 국내 전문가들은 파월 의장이 단정적인 발언을 내놓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잭슨홀 쇼크는 없을 것"
지난해 8월26일 잭슨홀 미팅 당시 파월 의장의 발언은 매서웠고, 후폭풍은 거셌다.
지난해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 연준은 빅스텝(0.5%포인트 금리인상)을 밟는 등 지난해 잭슨홀 미팅은 가파른 금리인상을 이어갔던 시기에 열렸다.
연준의 가파른 금리인상 행진 속에서 잭슨홀 미팅을 앞두고 발표된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둔화한 것으로 나타나자,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가 다소 늦춰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빠르게 키웠던 바 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파월 의장은 지난해 잭슨홀 미팅 당시 "단 한번의 월간 물가지표 개선으로는 물가상승률이 내려갔다고 확신하기에는 모자라다"며 시장의 낙관론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을 했다.
긴축 완화 기대감으로 단기간 상승하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파월 의장의 강경한 발언 직후 3.4% 급락하면서 크게 휘청인 바 있다.
지난해 '잭슨홀 쇼크'를 지켜봤던 투자자들은 올해 잭슨홀 회의가 열리기 이전부터 신중한 자세를 이어왔다. 7월 CPI가 둔화했으나, 시장은 보합권에 그치는 등 극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또 엔비디아의 어닝 서프라이즈 소식에도 불구하고 전일 뉴욕 3대지수는 일제히 1%대 하락세를 보였는데, 이 역시 파월 의장의 연설을 앞두고 경계심리가 팽배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파월 의장이 지난해와 같은 강경한 발언을 내놓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가 보다 뚜렷해졌고, 시장 또한 무리하게 낙관론을 펼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파월 의장이 시장에 충격을 주는 매파적 발언을 내놓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SMBC 니코 시큐리티스의 미국 수석 경제학자인 조셉 라보그나는 "나는 파월 의장이 가능한 한 중립적인 위치에서 연설을 이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는 어떤 식으로든 궁지로 몰아넣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는 시그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고, 일부 연준 위원들 사이에서도 이미 충분한 금리인상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다, 시장에서도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매파적 발언을 내놓을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 금리가 분명히 제약적인 수준에 도달해있고, 시장이 내년 중반 혹은 하반기 이후 금리인하가 이뤄질 것이라는 연준 자체의 전망을 수용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그에게 얼마나 매파적인 태도가 필요한 지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그래도 매파적 예상...높은 인플레 지적 이어질 것"
일각에서는 파월 의장이 지난해만큼 공격적인 수준은 아니더라도 매파적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7월 CPI 등 인플레이션 둔화 신호도 분명히 나타나고 있지만, 최근 국제유가가 강세를 보이는 등 물가 둔화세가 주춤할 수 있다는 신호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인플레이션 나우 캐스팅에 따르면, 8월 CPI는 전년대비 3.83%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 7월 3.2% 상승에 비해 상승폭이 재차 확대된 것이다.
LPL파이낸셜의 쿠석 글로벌 전략가인 퀸시 크로스비는 이를 언급하며 "파월 의장은 연준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끝낼 것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며 "파월은 중립적인 것에서 조금 더 매파적이기를 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스테이트스트리트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마이클 애런은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극복됐다고 확신하지 않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파월 의장으로부터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물리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전념하고 있다는 강경한 이야기를 예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모건스탠리의 세스 카펜터 연구원 역시 "파월 의장이 잭슨홀에서도 강경한 태도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며 "실제로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있다는 더욱 설득력있는 증거를 볼 때까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극적인 흐름 없을 것...덜 매파적이라면 긍정적일 듯"
시장이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 가능성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는 만큼 주식시장 또한 극적인 흐름으로 전개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20년간 잭슨홀 미팅 당일 S&P500 지수의 변동폭은 평균 0.33%에 그쳤고, 올해와 같이 10% 이상의 강력한 랠리가 이어진 시기로 한정할 경우에도 평균 마이너스(-)0.38%에 그쳤다는 점에 주목한다"며 "긴축 발언 강도나 데이터에 의존한 금리 결정 방식 등 파월 의장의 발언 자체에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극적인 충격은 제한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내다봤다.
반대로 시장의 예상에 비해 매파적이지 않다면, 즉 원론적인 수준에서의 발언이 나온다면 주식시장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잭슨홀 미팅 당시 낙폭이 컸던 이유는 직전 흐름과 정반대의 정책 스탠스가 확인됐기 때문"이라며 "오늘 밤 연설에서 원론적인 수준의 발언이 나온다면 고조된 경계감을 되돌릴 확률이 오히려 높아진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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