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급락해 2500대에서 횡보 중
잭슨홀 미팅 경계감·중국 부동산 위기 우려 가속화
엔비디아 실적·가이던스가 국내 반도체주 변곡점 이끌어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오는 23일로 예정된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반도체주가 들썩이고 있다. 엔비디아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향후 가이던스를 제시하면 인공지능(AI) 테마가 추가 강세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국내 증시는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잭슨홀 미팅에 대한 경계심리와 중국 부동산 위기, 지난달까지 지속된 증시 랠리가 피로감을 가중시켰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반도체가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전문가들은 지난주 예상 외의 급락으로 코스피 레벨이 다운되면서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이에 반도체 이외에도 자동차, 기계, IT하드웨어 업종의 강세 반전 여부가 코스피 지수 반전을 선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23일 회계연도 2분기(5~7월)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챗GPT 열풍으로 AI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이번에도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앞서 엔비디아는 지난 5월 24일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1분기 실적과 2분기 전망치를 발표했다. 엔비디아는 당시 1분기 매출을 71억9000만달러라고 발표하며, 2분기에는 110억달러 매출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엔비디아 주가는 다음날인 5월 25일 뉴욕 증시에서 24% 넘게 올랐다. 같은 달 30일에는 장중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해 말 146달러대에서 이달 18일(현지시간) 432.99달러로 202%가량 오르며 S&P500 지수 구성 종목 중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최근 부진했던 코스피 분위기의 상승 반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초 이후 반도체를 비롯해 자동차, 기계 등이 코스피 시장의 상승을 이끌었지만, 최근에는 기대 이하의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반도체 관련주들은 이날 혼조세를 보였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300원(0.45%) 오른 6만6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미반도체는 3.29% 오른 5만9700원에 장을 마감했다. HPSP(4.07%), 이오테크닉스(1.39%) 등도 소폭 오른 가운데 SK하이닉스(-0.68%), DB하이텍(-2.79%)는 하락 마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와 자동차 등은) 6월 고점 이후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상대적 가격메리트가 높아진 상황"이라며 "이러한 단기 가격메리트 속에 12개월 선행 EPS는 상향조정 중이며, 밸류에이션 매력도 강해졌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를 중심으로 외국인의 매수세도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이달 초부터 이날까지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1397억원 사들이면서 끊임없는 선호를 드러냈다. 현대차(833억원), 현대모비스(614억원), 두산밥캣(442억원) 등 자동차와 기계 관련주에 대한 선호도 두드러졌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3분기를 지나면서 단기 업황과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보다는, 내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 내 타이트한 수급이 전망된다는 점을 더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내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의 경우 독보적인 HBM 시장 내 지배력을 가지고 있어 이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HBM은 대량의 데이터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초고성능·초고용량 메모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글로벌 HBM 점유율은 각각 40%, 50%로 합치면 90%를 상회한다.
최근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AI용 GPU 수요가 급증하면서 엔비디아의 GPU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엔비디아의 향후 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엔비디아가 양호한 실적 가이던스를 발표할 경우, 국내 반도체기업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실적발표는) 최근 주가가 쉬어가고 있는 미국과 한국의 반도체 및 AI 관련주들의 모멘텀 회복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재료"라며 "엔비디아의 실적 그 자체보다는 향후 가이던스의 시장 기대치 상회 여부가 엔비디아 포함 국내외 반도체 업종 주가의 변곡점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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