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에 무단 계좌까지' 추락하는 은행…도덕적 해이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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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에 무단 계좌까지' 추락하는 은행…도덕적 해이 심각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8.10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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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까지 횡령 총액 592억원
지난해 1010억원 이어 역대 두 번째
은행권 내부통제 재정비 재차 '도마'
은행권 횡령 규모가 갈수록 커지며 도덕적 해이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은행권의 신뢰가 추락하고 있다. 횡령에 이어 미공개 내부정보를 활용한 거래와 무단 계좌 개설까지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은행권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구멍 난 내부 통제 시스템

1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국민은행 증권대행부서 소속 직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불공정한 거래를 한 혐의를 잡고 증권선물위원장 긴급조치(패스트 트랙)로 검찰로 사건을 넘겼다고 최근 밝혔다.

대형 은행 직원이 조직적으로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불공정 거래를 한 혐의가 드러난 건 처음이다. 이들은 지난 2021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61개 상장사 무상증자 업무를 대행하면서 무상증자 규모 및 일정에 관한 정보를 사전에 취득해 본인 및 가족 명의로 해당 종목 주식을 매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무상증자 공시로 주가가 상승하면 주식을 매도해 시세차익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모두 66억원 규모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이번에 적발된 직원 중 일부는 은행 내 다른 부서 동료, 가족, 친지, 지인 등에게 무상증자 정보를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 수령자가 얻은 이익 규모 역시 6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보인과 가족 및 지인 등이 거둔 부당이익 규모는 모두 127억원 상당이다. 금융당국은 "증권 업무 대행을 하는 은행 임직원의 미공개정보 이용 행위는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수 있는 중대 사안"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또 이날 대구은행 직원들이 고객 동의 없이 예금 연계 증권계좌를 임의로 추가 개선한 혐의를 잡고 긴급 검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대구은행 일부 지점 직원 수십명이 평가 실적을 올리기 위해 지난해 1000여건이 넘는 고객 문서를 위조해 증권 계좌를 개설했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된 직원은 내점한 고객을 상대로 증권사 연계 계좌 개설을 요청한 뒤 해당 계좌 신청서를 복사해 고객의 동의 없이 같은 증권사의 계좌를 하나 더 만들었다. 이들은 고객 동의 없이 계좌를 개설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계좌개설 안내문자를 차단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달 초 경남은행에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담당 직원이 562억원을 횡령하기도 했다. 해당 직원은 2007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부동산 PF  업무를 담당하면서 상환된 대출원리금을 제3자 계좌로 빼돌리는 수법 등으로 모두 562억원을 횡령·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 금감원은 서울 소재 경남은행 투자금융부서에 검사반을 투입해 사건 경위와 추가 횡령 사고 여부 등을 파악 중이며 경남 창원 본점에도 검사반을 보내 부동산 PF 대출 등 고위험 업무 전반에 대한 내부통제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경남은행에서 560억원대로 올해 최대 규모의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연합뉴스

반복되는 금융사고…금감원 "은행 내부통제 강화"

금감원은 계속되는 금융사고에 '내부통제 혁신방안'의 실효성 있는 실행을 강조하고 있다. 내부통제 혁신방안은 지난해 우리은행 600억원대 횡령사고 후 은행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지난해 11월 나온 대책이다. 장기근무자 인사관리 개선, 명령휴가·직무분리 제도 개선 등 모두 4개부문 29개 과제로 구성돼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8일 이와 관련해 "임직원 횡령 등 금융회사 직원의 일탈행위로 인한 금융사고가 이어지고 있다"며 "사고 예방을 위해 은행권과 함께 내부통제 혁신방안이 잘 정착돼 실효성 있게 작동될 수 있도록 지속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사고 원인 및 금융회사 내부통제 실태를 철저히 분석·점검해 미흡한 사항에 대해 신속하게 보완·지도 해야 한다"며 "금융회사의 자체점검 내역 중 '중요사항'에 대해선 금감원 차원에서 검증하는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지난 6월 발표한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의 시행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당 방안은 금융사가 임원별 내부통제 책무를 사전에 명확히 구분하고, 각 임원이 금융사고 방지 등 내부통제 의무를 적극적으로 이행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방안에 따라 금융회사 대표이사는 임원별로 내부통제 책임을 배분한 ‘책무구조도를 작성해야 한다. 책무구조도에서 금융회사의 주요 업무에 대한 최종 책임자를 특정해 내부통제 책임을 하부로 위임할 수 없도록 하는 원칙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공청회, 업권별 설명회 등을 개최해 업계 의견을 수렴한 후 속도감 있는 입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도 적용은 업권별로 충분한 준비기간을 부여하고 공포 후 1년 이내 은행·금융지주, 1년 6개월 이내 대형금융투자회사·종합금융투자회사·대형보험회사, 5년 이내 중소형 금융회사 등 단계적으로 시행한다.

은행권에 확산하고 있는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도 심상찮은 은행권 도덕적 해이

금융당국의 의지에도 금융권 전반에 퍼진 도덕적 해이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올해 횡령액이 이미 역대 두 번째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소속 양정숙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임직원 횡령 사건이 발생한 금융사는 모두 11곳, 33건으로 금액은 총 592억7300억원에 달한다. 금융사별로 보면 경남은행이 이번에 발생한 562억원 부동산 PF 대출 횡령 사건으로 최고액을 기록했으며 그 뒤를 7억1700만원의 신한은행이 이었다.

이 밖에 ▲농협조합 6억1300만원 ▲신협조합 4억3900만원 ▲기업 3억2200만원 ▲오케이저축은행 2억5100만원 ▲KB국민 2억2300만원 ▲NH농협 1억8500만원 ▲코레이트자산운용 1억6000만원 ▲우리 9100만원 ▲하나 7200만원 순이다.

최근 들어 횡령액은 크게 늘었다. 최근 6년 간 횡령액 총액은 2204억원이다. 연도별로 보면 ▲2017년 144억 7500만원 ▲2018년 112억 8400만원 ▲2019년 131억 6300만원 ▲2020년 177억 3800만원이다. 그러다 ▲2021년 34억 800만원으로 급감했지만 우리은행 직원의 횡령으로 ▲2022년 1010억 7200만원이라는 역대 최대 횡령액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7월까지 횡령액 총액은 592억원 규모에 달하는 등 횡령 사고와 규모는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금융권의 자정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상반기 농협, 수협, 신협 등 상호금융 횡령액이 크게 증가한 것은 단위 조합별로 각자 운영됨에 따라 폐쇄성이 매우 강하고 내부통제가 느슨할 뿐 아니라 사고가 발생해도 범죄금액 회수가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상호금융 기관 스스로 자정 노력과 국민에 대한 신뢰 회복에 최우선적으로 나서야 하고 금융당국도 피해 예방대책을 중심으로 행정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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