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자금 345조' 은행… 퇴직연금에 주목하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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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자금 345조' 은행… 퇴직연금에 주목하는 까닭은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7.26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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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시장 345조 시대…2032년 860조원 규모로 성장
국민연금 고갈 우려 속 안전자산 선호 뚜렷…IRP 성장
비이자수익 확대 기조 속 은행권 수수료 수익성에 주목
6월 말 기준 적립된 퇴직연금 규모는 345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은행권이 비(非)이자수익 확대 방침의 일환으로 고령화 추세에 발맞춰 커져만 가는 퇴직연금 시장 선점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300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지난 12일부터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의무적으로 도입되면서 금융사들의 마케팅 전쟁 역시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에 따르면 2032년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86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말(331조원)의 약 2.6배에 달한다.

디폴트옵션 도입 한 달여를 맞아 주요 은행들은 치열한 마케팅 전쟁에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디폴트옵션' 한 달, 적립금·수익률 1위는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사에 적립된 전체 퇴직연금(DB·DC·개인형IRP) 규모는 지난 6월 말 기준 모두 345조8140억원이다. 지난해 말 331조7240억원보다 4.25% 증가했다. 

현재 퇴직연금 시장은 시중은행에 집중되고 있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2분기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중 은행 비중(179조3882억원)은 절반을 넘는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은행권의 78%, 전체 40%가 넘는 140조2638억원의 퇴직연금을 운용하고 있다. 

디폴트옵션에서도 마찬가지다.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디폴트옵션 적립금액은 976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상품 적립액 1조1019억원 중 88.6%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은행별로 보면 해당 기간 신한은행이 적립금 약 3333억원을 확보하면서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KB국민은행 3117억원 ▲하나은행 1478억원 ▲NH농협 1203억원 등으로 이었다. 우리은행의 경우 637억원으로 가장 적은 적립금을 기록하면서 5위를 기록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운용 기간 이뤄낸 성과를 강조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적립금 1위'를 대대적으로 내세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3월엔 퇴직연금 고객관리센터를 신설하고, 퇴직연금 가입 고객에 대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관리서비스와 수익률 제고를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KB국민은행은 '수익률 1위'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국민은행의 '디폴트옵션 고위험 포트폴리오 1호' 상품의 수익률은 3개월 5.83%, 6개월 14.16%다. 이는 증권·보험사를 포함해 전체 고위험 상품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이다. 나머지 은행별 고위험 포트폴리오 상품의 6개월 수익률을 보면 ▲하나은행 9.56% ▲신한은행 9.29% ▲NH농협 8.31% ▲우리은행 7.90% 순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은 올해 상반기 기준 전 금융권 중에서 퇴직연금 적립금 증가액이 가장 많았다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6월 말 기준 하나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전년 말 대비 2조2000억원 늘어난 29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은 물론 증권사, 보험사를 포함한 전 금융권 퇴직연금 사업자 중 적립금 증가액수가 가장 많았다. 

우리은행은 연금자산관리 유튜브 세미나를 개최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Q&A 코너를 통해 생방송에서 퇴직연금 자산 관련 정보와 설문 참여로 소정의 경품도 받을 수 있는 이벤트를 통해 디폴트옵션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고 고객들을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디폴트옵션에 대한 금융소비자들의 관심이 늘어나는 만큼 시중은행들이 저마다 차별화 된 모습을 부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절반이 넘는 점유율을 확보한 은행권이 퇴직연금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퇴직연금 시장에 주목하는 까닭

은행권이 퇴직연금에 주목하는 까닭은 크게 ▲안전자사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는 점과 ▲수수료 수익이다. 

특히 은행권의 주요 과제인 비이자수익 확대 방침에 따라 퇴직연금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수익은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지난해 말 은행권 퇴직연금 수수료 총수익은 7780억3000만원으로 전년보다 6.7% 증가했다. 국민(1597억8400만원) 신한(1562억5000만원) 하나(1161억1200만원) 우리(1083억9100만원) 기업(1002억300만원) 은행은 1000억원대 수수료를 챙겼다. 하지만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은 원리금 보장형 기준 △DB형 연 1.58% △DC형 연 1.8% △IRP 연 1.46%로 연 1%대에 머물렀다. 하나은행의 DB·DC 퇴직연금 수익률이 각각 연 1.70%, 연 2.08%를 기록해 가장 높았다. IRP 수익률은 신한은행이 연 1.77%로 선두였다.

국민연금 고갈 우려 등으로 IRP 시장이 본격 성장기에 접어든 것도 퇴직연금 시장에 은행권이 주목하는 이유다. 현재 청장년층 세대가 은퇴할 시점이 됐을 때 국민연금으로 인한 노후 대비가 어려울 것이라는 걱정이 늘면서 개인적으로 퇴직연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실제로 IRP 상품의 적립금 규모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은행권의 IRP 적립금은 2019년 17조5963억원에서 2022년 38조2837억원으로 3년 사이 117.6%(20조6874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DB·DC 상품의 적립금 증가율은 각각 37.3%와 42.9%였다. 여기에 정부까지 나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기존 연간 700만원이었던 연금저축과 IRP 등을 합친 세액공제 상한선을 900만원까지 올리며 가입 유도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비자 개인 성향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현재 금리 등 상황을 감안할 때 퇴직연금 시장은 은행권에 나쁘지 않게 돌아갈 것"이라면서 "고금리 시기에 수익성 상품 투자보다 안정적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이란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적립금을 운용할 상품을 지정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지정해둔 운용 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으로 운용되는 제도다. 기존 퇴직연금을 쌓아만 두고 운용하지 않았던 가입자가 많았던 탓에 수익률을 끌어 올리기 위해 도입됐다. 제도 도입을 위해 2021년 말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 개정됐고, 지난해 7월12일부터 1년간 시범 운용 기간을 거쳐 지난 12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퇴직연금 가입 형태는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나뉜다. 회사가 퇴직금을 직접 운용하는 확정급여형은 디폴트옵션 대상이 아니다. 퇴직연금을 받는 가입자가 운용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확정기여형과 개인형 퇴직연금 계좌가 있는 이들은 의무적으로 디폴트옵션을 설정해야 한다.

디폴트옵션은 법적 의무사항이라 확정기여형 적용 사업장의 경우 미도입시 시정명령과 과태료 등이 부과될 수 있다. 개인형 퇴직연금 가입자는 미설정시 처벌받지는 않으나 금융회사로부터 계속 디폴트옵션 설정 안내를 받게 되며,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을 수 있다.

대상자들은 증권사와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투자위험 등급(초저위험·저위험·중위험·고위험)에 따라 제시하는 7∼10개 운용 방식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기존에 퇴직연금으로 투자를 해왔던 가입자라면 디폴트옵션을 선택해도 당장 그 방식대로 적립금이 굴러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6주 동안 별도의 운용 지시가 없으면 사전에 지정했던 옵션에 따라 퇴직연금이 운용된다. 선택한 옵션을 바꾸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고, 적립금의 일부에만 디폴트옵션을 적용하고 나머지는 다른 곳에 투자할 수도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41곳의 퇴직연금 사업자(금융회사)가 고용노동부로부터 승인을 받아 135개의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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