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탄탄한 경제, 유럽 높은 인플레"...고삐 죄는 중앙은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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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탄탄한 경제, 유럽 높은 인플레"...고삐 죄는 중앙은행들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3.06.30 1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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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조한 경제지표에 미 연준 긴축 정당화
ECB, 여전히 뜨거운 인플레에 매파적 태도 강화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중앙은행들이 더욱 매파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미 연방준비제도(Fed). 사진=연합뉴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중앙은행들이 더욱 매파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미 연방준비제도(Fed).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중앙은행들이 더욱 매파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굳건한 경제지표는 금리 인상을 더욱 정당화하고 있고, 유럽의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은 추가적인 긴축정책이 불가피함을 시사하고 있다. 

반면 시장은 여전히 긴축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어 중앙은행과의 괴리감은 더욱 벌어지고 있다. 

미, 굳건한 경제지표에 긴축정책 정당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은 29일(이하 현지시간) 스페인 중앙은행 주최 컨퍼런스에 참석, 모두 발언을 통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대다수는 연말까지 금리를 두번 혹은 그 이상 올리는 것이 적절하다고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금리를 연속으로 올리는 것도 배제하지 않았다"면서 "회의마다 결정이 이뤄질 것"임을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전일 유럽중앙은행(ECB) 포럼에서도 같은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지금까지의 정책이 충분히 제약적이지 않을 수 있다"며 더 많은 제약이 올 것으로 믿고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파월 의장이 매파적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데에는 여전히 높은 수준의 핵심 인플레이션이 자리를 잡고 있다. 

미국의 헤드라인 물가상승률의 경우 1년 전 9.1% 수준에서 정점을 찍은 이후 빠르게 상승률을 낮춰가고 있지만, 식품 및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핵심 물가상승률의 경우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5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대비 5.3%, 전월대비 0.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직전월인 4월(전년대비 5.5% 상승, 전월대비 0.4% 상승)과 비교할 때 큰 변화가 없는 것이다. 

경제지 포춘은 "파월 의장과 그의 동료들은 핵심 인플레이션의 고집스러운 수준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최소 두 차례의 추가 금리인상이 있을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된 견조한 경제지표는 연준의 긴축 정책의 타당성을 더욱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로 최종 집계됐다. 당초 시장에서는 1.4%를 예상했고, 잠정치는 1.3% 수준이었으나 이를 모두 웃돈 것이다. 

미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지출이 상향 조정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지출은 3.8% 증가에서 4.2% 증가로 상향 수정됐으며, 이는 지난 2021년 2분기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내구재 지출은 16.3% 증가해 전분기(1.3% 감소)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수석 디렉터인 스콧 호이트는 "전반적으로 미 경제는 여전히 훌륭하게 유지되고 있다"며 "경기침체 가능성은 줄고 있다"고 언급했다. 

NYT "시장은 여전히 긴축완화 기대...괴리감 커져"

긴축정책을 반대하는 목소리의 밑바탕에는 경기에 대한 우려가 깔려있었다. 지속적인 긴축 정책은 경제를 둔화시키고, 이는 미 경제를 침체로 이끌 수 있다는 우려가 그것이다. 

하지만 각종 경제지표들이 미 경제가 예상보다 훨씬 단단한 상황임을 시사하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금리인상 또한 정당화될 수 있다. 

문제는 시장은 여전히 긴축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투자자들은 연말까지 두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며 "그들은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경기 또한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연준이 연내 금리인상을 한 차례만 진행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장담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시장과 연준의 괴리가 커질수록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진다는 것이 NYT의 설명이다. 

ECB, 여전히 뜨거운 인플레 압력에 매파적 기조 강화 

매파적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연준 뿐만은 아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연준보다 더욱 매파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ECB의 기본 전망이 그대로 부합한다면 7월에는 인상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특히 유로존 국가들의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 또한 추가적인 긴축이 불가피함을 시사하고 있다.

이날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독일의 6월 CPI 예비치는 전년동월대비 6.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전월인 5월(6.1% 상승)보다도 상승폭이 커진 것이며, 당초 전문가들의 예상치(6.3% 상승)도 웃돈 것이다. 

핵심 CPI는 6월 전년대비 5.8% 오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역시 직전월인 5월(5.4% 상승) 대비 상승폭이 커진 것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경제학자 프란지스카 팔마스는 "독일의 6월 물가상승률은 여타 유로존 국가의 핵심 인플레이션이 하락한다 하더라도 ECB의 매파적 태도가 변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이 빅스텝을 밟은 점도 ECB의 매파적 태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잉글랜드은행은 지난 22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지난 3월과 5월 0.25%포인트씩 금리를 인상한 후 6월에 다시 0.5%포인트 인상의 빅스텝으로 복귀한 것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0.25%포인트 인상을 예상한 바 있다. 

금리 결정 전일 발표된 영국의 5월 CPI 상승률이 8.7%를 기록해 예상치를 크게 웃돌고, 핵심 CPI가 7.1%로 31년래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이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익명의 ECB 위원은 "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낮아진다면 그것은 성공으로 간주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예상치를 웃돌고, 잉글랜드은행이 했던 것처럼 재차 금리인상 속도를 높여야 한다면 이것은 실패한 정책으로 비난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다른 위원 역시 "우리는 영국의 상황에서 배울 수 있다"며 "우리가 잉글랜드은행과 같은 상황에 빠지지 않기 위해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여전히 인플레이션 수치가 높다면 ECB는 긴축의 고삐를 더욱 당기겠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편 FT에 따르면 유로존의 핵심 인플레이션은 지난 5월 5.3%에서 6월 5.5%로 상승폭을 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CB는 2025년까지 유로존 임금 상승률이 14%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반영해 이달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후 근본적인 물가 압력이 확실히 떨어질 때까지 금리를 계속 올릴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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