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 소비자들 '대용량'에 손이 간다…유통업계도 맞춤형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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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시대, 소비자들 '대용량'에 손이 간다…유통업계도 맞춤형 마케팅
  • 김솔아 기자
  • 승인 2023.06.28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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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량 대비 저렴…'거거익선(巨巨益善)' 트렌드 부상
야쿠르트 그랜드 누적 판매 1억병 돌파
편의점 대용량 상품 매진 행렬…관련 상품 확대
GS25의 '점보 도시락' 컵라면이 '우리동네GS'앱 검색어 1위를 달성하고 있는 모습. 사진=GS리테일
GS25의 '점보 도시락' 컵라면이 '우리동네GS'앱 검색어 1위를 달성하고 있는 모습. 사진=GS리테일

[오피니언뉴스=김솔아 기자]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더 많은 용량을 즐길 수 있는 '대용량 기획 상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크면 클수록 좋다는 '거거익선(巨巨益善)' 트렌드다. 이에 식음료업계를 비롯해 편의점 등 유통채널들도 용량을 키운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소비자 지갑 열기에 나섰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최근 1~2개월 기준 식품 소비(구매) 경험이 있는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고물가 시대에 식비 부담이 커지며 양이 많고 저렴한 대용량 식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응답자의 대부분(86.8%)이 대용량 식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었고 그에 대한 만족도 역시 68.0%로 나타났다. 

대용량 식품을 구매하는 이유로는 용량 대비 가격이 저렴하고(64.6%, 중복응답), 원래 자주 이용하던 제품이며(31.2%) 오래 먹을 수 있다(24.8%)는 점을 꼽았다. 

hy 대용량 발효유 ‘야쿠르트 그랜드' 제품 이미지. 사진=hy
hy 대용량 발효유 ‘야쿠르트 그랜드' 제품 이미지. 사진=hy

실제 hy(한국야쿠르트)의 대용량 발효유 브랜드 ‘야쿠르트 그랜드’는 최근 누적 판매량 1억병을 돌파했다. 야쿠르트 그랜드는 지난 2015년 ‘야쿠르트’를 대용량으로 즐기고 싶다는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출시했다. 용량은 280ml로, 기존 제품의 4배 이상이다. 출시 당시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며 일평균 7만병씩 팔렸다. 첫 해 누적 판매량도 1500만병을 넘겼다. 현재 총 8종의 그랜드 제품을 판매 중이다.

hy 관계자는 “‘야쿠르트 그랜드’는 대용량 발효유 카테고리를 개척해 많은 소비자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제공해 온 제품”이라며 “그랜드 야쿠르트 시리즈는 오리지널 야쿠르트의 맛과 감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넉넉하게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SPC 배스킨라빈스도 지난달 브랜드를 상징하는 숫자를 담은 ‘31온스’의 대용량 블라스트 2종과 커피 1종을 선보였다. 기존 배스킨라빈스 레귤러 사이즈 음료 2잔을 합친 분량으로 917ml 용량의 테이크아웃 전용 제품이다.

편의점업계도 대용량 제품 수요 증가에 따른 수혜를 톡톡히 입으며 관련 제품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최근 런치플레이션으로 한 끼 해결을 위해 ‘빅(Big)’, ‘더블(Double)’, ‘롱(Long)’ 등의 이름을 달고 용량을 늘린 삼각김밥, 김밥을 찾는 수요가 크게 늘면서다.

모델들이 이마트24
모델들이 이마트24 '더빅 더블삼각김밥'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이마트24

이마트24가 올해(1월 1일~6월 19일) 삼각김밥·김밥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더빅·더블삼각김밥’, ‘대용량 김밥’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 삼각김밥·김밥 증가율인 33%와 비교해 38%p 높은 수치다.

대용량 삼각김밥·김밥 매출 증가율을 상권별로 살펴보면 학교·학원 상권이 210%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오피스 91%, 독신주택 76%, 산업지대 71%, 일반주택가 56%가 뒤를 이었다.

런치플레이션에 학교·학원, 오피스, 독신주택가 상권을 중심으로 간편하면서도 가성비 좋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대용량 삼각김밥·김밥을 찾는 고객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마트24가 판매하는 더빅삼각김밥은 일반 삼각김밥(100g~110g)보다 중량을 약 50% 늘린 상품(150g~160g)으로 밥 한 공기(200g)와 비슷한 양이다. 가격은 1500원~2000원 수준이다.

전주비빔, 통햄참치마요, 매콤제육 삼각김밥 등 총 13종의 더빅 상품을 운영 중인 이마트24는 빅사이즈 삼각김밥을 찾는 고객 수요에 맞춰 '더빅 2종'을 결합한 더빅더블삼각김밥 판매 실험에 나선다. 기존에 일반 삼각김밥 2종을 결합한 더블삼각김밥은 있었지만 '더빅 상품을 더블로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기존 8알에서 14알로 용량을 늘린 롱롱김밥에 대한 고객 호응이 높아짐에 따라 다양한 롱롱김밥 상품도 지속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이처럼 가성비를 앞세워 용량을 늘린 상품을 지속 확대하는 것은 고물가에 대응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고객들의 소비를 촉진시켜 가맹점 매출 증대에도 도움이 되겠다는 전략"이라고 밝혔다.

GS25도 용량을 크게 늘리고 '점보' 타이틀을 내건 제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점보 상품들이 완판, 품절을 기록하며 ‘소량화’에 주력하던 편의점의 MD 전략 또한 ‘대량화’로 변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편의점 GS25가 지난 15일 넷플릭스와 손잡고 선보인 ‘넷플릭스점보팝콘’은 출시 직후 ‘새우깡’, ‘포카칩’ 등을 제치고 400여종의 스낵 중 매출 1위를 기록했다. 해당 상품은 일반 팝콘 상품 대비 6배에 달하는 특대형 스낵(중량 400g) 콘셉트로 기획됐다.

특대형 PB 스낵이 카테고리 1위에 올라선 것은 최초 사례다. 초기 넷플릭스와의 협업 마케팅 효과로 주목 받은데 이어 ‘가용비’(단위 용량당 가격)가 입소문을 타며 판매량이 폭증했다는 것이 GS25의 설명이다.  

실제로 해당 상품의 가격은 6900원으로 70g 수준의 용량에 1500원~1700원 하는 소용량 팝콘 대비 10g 당 20%~30% 저렴하게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GS25가 특대형 콘셉트로 선보인 '점보 상품' 이미지. 사진=GS리테일
GS25가 특대형 콘셉트로 선보인 '점보 상품' 이미지. 사진=GS리테일

지난 1일 GS25가 선보인 ‘혜자로운맘모스빵’ 또한 편의점에서 찾아보기 힘든 빅사이즈(420g, 4900원)로 기획돼 성공한 상품 중 하나다. 가성비 도시락의 대명사로 불린 ‘김혜자 브랜드’를 베이커리로 확장한 첫 번째 상품으로 6월 기준, 베이커리 분류 매출 순위 1위에 올라섰다.

해당 상품도 일반 빵(100g기준, 평균 가격 1800원) 대비 높은 가성비에 '반값 행사'(애플페이 결제 시)등의 혜택까지 더해져 베이커리 분류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끌어냈다.

한정 수량만 시범 운영하기로 했던 ‘점보 도시락’은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GS25의 정식 상품으로 전환됐다.

점보 도시락(729g)은 기존 '팔도 도시락'(86g)을 8.5배 키워 출시한 초대형 컵라면으로 출시 직후 5만개 물량이 빠르게 완판됐다. 전국 가맹점과 고객들의 추가 물량 요청이 계속되면서 GS25는 점보 도시락을 정식 상품으로 운영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GS25는 지난 16일부터 주 1회 3만여개 물량의 ‘점보 도시락’ 공급을 재개했으며 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일반 구매 수요 외에도 해외 관광객의 기념품, 고객 사은품으로 활용하려는 업체들의 이색 수요까지 확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권민균 GS리테일 가공기획팀 MD는 “불황형 소비 경향 확대로 가성비, 가용비를 비롯해 '가잼비' 등을 갖춘 편의점 대용량 상품이 매출 상승을 견인하는 킬러 콘텐츠로 발돋움 하고 있다”며 “젊은 고객들의 가벼운 주머니 사정을 지원하는 취지로 차별화 대용량 상품을 지속 선보여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GS25는 생산라인을 총 동원하는 등 공급 물량 확대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10대부터 30대 사이 고객이 '점보 도시락' 구매 비중의 89%를 차지했다. 점보 도시락 효과로 GS25의 6월 차별화 컵라면 매출은 전년 대비 84.9%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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