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반도체와 2차전지, 로봇과 인공지능(AI)이 국내 증시를 이끄는 동안 건설·기계주도 최근 꾸준히 우상향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인프라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글로벌 수요가 늘어난 덕분으로 풀이된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6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계 업종은 114.46포인트(10.56%) 상승했다.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 중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달만 18.9% 올랐으며, 두산밥캣(10.2%)과 HD현대건설기계(18.6%) 역시 급등했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이달만 외국인 순매수가 282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삼성전자(4847억원) 다음으로 높은 금액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5일까지 두산에너빌리티를 18거래일 연속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두산에너빌리티를 순매수하는 이유는 올해 하반기부터 대형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수주 확대가 예상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국내 건설기계 3사로 불리는 HD현대인프라코어, HD현대건설기계, 두산밥캣 실적이 호조를 기록한 것 역시 지수에 영향을 미쳤다. 

올해 1분기 HD현대인프라코어 영업이익은 약 150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50% 가량 증가했다. HD현대건설기계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8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1% 늘었다. 두산밥캣 역시 1분기 영업이익이 3700억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이로 인해 올해 들어 HD현대인프라코어 주가는 45% 올랐으며, HD현대건설기계(+13.50%), 두산밥캣(74.57%) 주가 역시 급등했다. 

이렇듯 건설·기계 관련 주가가 급등한 이유는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가 대규모 사회 인프라 투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은 지난 2021년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응해 1조2000억달러(약 1536조원) 분야의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 법안(IIJA)을 통과시켰다. 

법안이 통과되면서 도로, 철도, 교량, 상수도, 전력망 등 사회 기반 시설 투자가 활성화됐다. 이에 매출의 80~90% 가량이 해외에서 발생하는 국내 건설기계 3사가 호황을 맞은 것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경기민감주 중 산업재 수요는 과잉투자에서 나올 것이며, 실제로 미국 공장건설 지표는 작년 8월에 오히려 방향을 틀어 더 급등하고 있다"며 "건설기계 재고는 바닥이며, 한국과 중국 굴삭기 수출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미국 뿐만 아니라 인도와 유럽 등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중복투자가 일어나고 있다"며 "중복투자에 따른 수요급증은 납기 연장으로 이어질 것이고, 산업재 섹터에서 '공급병목' 현상 재현을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은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 등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미국 내에 공장을 깔기 위해 인프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도 코로나19 이후 사상 최대 규모의 경기 부양책인 유럽 복구 계획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우크라이나도 전쟁 이후 재건 사업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인도와 중동의 인프라 투자 본격화 역시 건설기계 수요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HD현대인프라코어에 대해 "유가 상승으로 투자 동력을 확보한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국가들의 경우 현재 다수의 신도시 프로젝트(메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며 "특히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하고 있는 네옴시티 프로젝트 등으로 인해 올해 매출상승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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