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CJ제일제당 갈등 장기화…유통가 '합종연횡'에 소비자 웃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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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CJ제일제당 갈등 장기화…유통가 '합종연횡'에 소비자 웃는 까닭은
  • 김솔아 기자
  • 승인 2023.06.15 1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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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CJ제일제당 가격 결정권 경쟁 7개월째
쿠팡 "대기업 빠지자 중소기업 식품 판매 늘어"
네이버에서 신세계까지…동맹군 늘리는 CJ제일제당
양사 마케팅 경쟁에 소비자 할인 혜택 폭커져
햇반 매일잡곡밥 상품 이미지. 사진=CJ제일제당
햇반 매일잡곡밥 상품 이미지. 사진=CJ제일제당

[오피니언뉴스=김솔아 기자]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쿠팡과 CJ제일제당 사이의 갈등이 7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작년 12월 양사가 납품 가격을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햇반 등 CJ제일제당 제품의 쿠팡 공급이 중단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CJ제일제당이 쿠팡을 제외한 각종 유통기업과 협업해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쿠팡도 CJ제일제당을 겨냥한 듯한 보도자료를 잇달아 내며 양사 갈등이 더욱 길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쿠팡의 '저격'…"독과점 기업 빠지니 중소업체 성장"

쿠팡은 15일 올해 1분기 식품 판매액이 1년 전과 비교해 20% 성장했다고 밝혔다. 업계는 이같은 쿠팡의 자료 공개가 CJ제일제당을 의식한 행보라고 풀이한다. 국내 식품업계 1위인 CJ제일제당의 발주를 중단한 상황에서도 괄목할만한 식품 판매 성장률을 거뒀다는 해석이다.

쿠팡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식품 판매액(신선식품 제외)은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20% 늘어났다. 이같은 식품 카테고리 성장세는 같은 기간 쿠팡의 전체 매출 성장세와 비슷한 수준이다. 쿠팡은 올 1분기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이 20% 늘어난 7조3990억원(58억53만달러)을 기록했다.

자료제공=쿠팡

통계청 자료를 살펴보면 국내 온·오프라인 음식료품 판매액은 올 1분기가 전년 동기와 비교해 6% 성장하는데 그쳤다. 쿠팡의 식품 성장률이 국내 식품 성장률보다 3.3배 높은 셈이다. 이 기간 국내 전체 온오프라인 유통시장(소매판매액·자동차 연료 제외) 규모도 4% 성장하는데 그쳤다. 올 1분기 음식료품이 전체 유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로 가장 높다. 

쿠팡은 전국 지역 곳곳의 중소·중견 식품 제조사들이 가성비와 품질을 갖춘 식품 판매를 늘린 점이 쿠팡의 식품 판매 성장률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쿠팡 관계자는 "이는 국내 유통시장을 덮친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악재 속에 일궈낸 성과로, 치열한 국내 유통시장에서 오랜 기간 빛을 보지 못한 무수한 중소·중견 식품 기업들이 가성비와 품질로 무장한 좋은 상품을 늘린 점이 핵심 원동력으로 뽑힌다"고 설명했다. 

지난 11일 쿠팡은 올해 1~5월의 식품 판매 추이를 분석한 결과, 중견기업 즉석밥 제품이 최고 50배, 중소기업 제품은 최고 100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역시 햇반 공급을 중단한 CJ제일제당을 겨냥한 자료 공개라는 평가다. 

쿠팡은 해당 자료에서 "즉석밥 등 식품 품목마다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확보한 독과점 대기업이 빠지자 그동안 ‘성장의 사다리’에 오르지 못한 무수한 후발 중소·중견 식품 업체들이 전례 없는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확보했다"고 언급했다. 업계는 쿠팡이 '독과점 대기업'이라는 표현을 통해 우회적으로 CJ제일제당을 '저격'했다고 풀이한다.

실제로 쿠팡 즉석밥 부문에서 성장률 상위권은 모두 중소·중견기업이 차지했다. 즉석밥 부문에서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인 업체는 중소기업 '유피씨'로 올해 상반기 판매가 전년 동기대비 10407% 증가했다. 이어 CPLB 곰곰 즉석밥과 자체 제조 즉석밥 ‘우리집 밥’을 생산하고 있는 중소기업 '시아스'가 7270% 성장률을 기록했다.

또 쿠팡의 자료에 따르면 중견기업 'H기업'의 프리미엄 즉석밥의 경우 지난해 동기대비 4760% 성장했으며, 다른 D사의 즉석밥은 140% 성장세를 기록했다. 

쿠팡 측은 "특히 중견기업 O사는 쿠팡내 판매량이 독과점 대기업 식품사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쿠팡은 즉석국, 냉동만두 등 특정 독과점 대기업이 독식하던 식품 카테고리에서도 중소·중견 기업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은 냉동만두 시장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이 함께 하고 싶은 기업은 규모와 상관없이 고객에게 가장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는 기업"이라며 "대기업에 밀려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던 중소, 중견 기업들이 공정한 판매 환경에서 고객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쿠팡이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강형구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오프라인 매장은 매대 제한으로 고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상품이 한정적인 반면, 온라인은 제약 없는 열린 공간에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판매 환경을 제공한다”며 “제품력을 갖춘 신생기업이나 영세기업들이 더 많은 성장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CJ제일제당도 '쿠팡 외 파트너십 강화' 박차

CJ제일제당-신세계 유통 3사 협업 로고 및 슬로건 이미지. 사진=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신세계 유통 3사 협업 로고 및 슬로건 이미지. 사진=CJ제일제당

CJ제일제당 역시 쿠팡을 제외한 유통기업과 협업에 박차를 가하며 '반(反)쿠팡 연합전선' 구축에 돌입했다는 업계의 평가도 이어졌다. 

CJ제일제당은 이달 신세계 유통 3사(이마트·SSG닷컴·G마켓)와 파트너십을 맺고 공동으로 상품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신세계와 협업해 CJ제일제당의 주요 HMR 제품인 만두, 국물요리, 밀키트와 ESG 카테고리인 비건 제품을 중심으로 올해 4분기 내 혁신 제품을 내놓고, CJ제일제당이 올 하반기 출시 준비 중인 주요 신제품들을 신세계 플랫폼에 우선적으로 선보이는 것이 골자다. HMR(만두 등), K-스트리트 푸드(분식류), ESG(케어푸드 등) 등 총 5가지 카테고리의 제품들을 오는 8월부터 순차적으로 이마트, SSG닷컴, G마켓에서 먼저 판매한다.

CJ제일제당은 지난 3월 네이버의 '도착보장 전문관'에 입점했으며 컬리와의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컬리와 신선식품을 비롯한 가공식품, 가정간편식(HMR) 등 전반적인 식품 개발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연내 ‘컬리 온리’ 단독 상품도 출시한다는 목표다.

이어 지난 5월에는 11번가의 슈팅배송 캠페인 '하루만에 팅받네!'에 참여해 햇반, 비비고 만두, 스팸 등 인기 상품을 할인가에 선보였다. 11번가가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진행하는 '월간십일절' 행사에도 대표 브랜드로 참여했다. 

또 오는 16일까지는 티몬과 함께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티몬XCJ 푸드마켓’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해당 팝업스토어에서 CJ제일제당의 신상품 등을 직접 맛보고 티몬이 마련한 혜택가에 구매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연계 행사다.  

업계는 CJ제일제당이 다른 유통채널과의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며 쿠팡에 대항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한다. 다만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최근 이어진 협업이나 기획전들은 통상적인 마케팅의 일환으로 기존에도 CJ제일제당이 꾸준히 추진해오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갈등이 촉발될 당시 양사의 기싸움이 소비자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도 나왔으나, 최근 마케팅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이어진 할인행사에 소비자들이 갈등의 '수혜'를 입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쿠팡과 CJ제일제당은 서로가 없어도 '큰 타격없이 장사를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모습"이라며 "다만 각사가 업계에서 절대 강자의 위치에 있는 만큼 협상은 계속해서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한편 쿠팡과 CJ제일제당은 가격 협상과 관련해 "여전히 합의점을 찾아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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