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도약계좌 '역마진 우려'…은행들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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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도약계좌 '역마진 우려'…은행들 '속앓이'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6.14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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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금리 연 4.5%·최고 연 6.0% 결정
15일부터 청년도약계좌 판매 개시
은행권 "금리 높고 불확실성 커"
가입자 쏠림 땐 역마진 위험 더 커져
청년도약계좌 참여 은행 11곳이 14일 기본금리 연 4.5%, 최고 연 6.0%의 금리를 확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기본금리 연 4.5%, 최금금리 연 6.0%.' 각종 구설에 휩싸였던 청년도약계좌의 금리가 결정됐다. 

14일 은행연합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청년도약계좌 참여 은행 11곳의 최종 금리를 공시했다. 주요 은행의 기본금리가 연 4.5%로 사전금리에 비해 상향 조정됐으며 최고 연 6.0% 금리를 제공한다. 

구체적으로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농협)의 기본금리(3년 고정)는 모두 4.5%로 조정됐고, 소득 우대금리는 0.5%, 은행별 우대금리는 최대 1.0%로 동일하게 책정됐다. IBK기업은행도 기본금리 4.5%, 소득 우대금리 0.5%, 은행별 우대금리 최대 1.0%로 동일하다.

기본금리만 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등 6곳이 4.5%로 가장 높았고, BNK부산·BNK경남·DGB대구은행이 4.0%, 광주·전북은행이 3.8%로 뒤를 이었다. 다만 기본금리가 낮은 은행들은 개별 우대금리를 높게 설정하면 최고 6%를 맞출 수 있다. 은행별 우대금리는 광주은행과 전북은행이 최대 1.7%로 가장 높다.

청년도약계좌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로 '5년 만에 5000만원 만들기'를 목표로 내건 적금 상품이다. 개인·가구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인 만 19~34세 청년이 매달 최대 70만원씩 5년간 자유납입하는 방식이다. 납입금의 3~6%에 이르는 정부 기여금이 추가 지급되며 경우에 따라 이자소득 비과세 혜택도 제공된다. 가입 후 3년은 고정금리, 나머지 2년은 변동금리가 적용된다. 정부는 이런 조건들을 충족하기 위해선 은행들이 최소한 6% 수준의 금리를 제공해야 '5000만원 목돈 만들기'가 가능할 것으로 추산한다. 

가입을 원하는 청년은 15일부터 대상 요건을 확인하고 금리 수준을 비교한 후 해당 은행 앱에서 비대면으로 신청하면 된다. 금융당국은 정부 예산(기여금)이 책정된 올해 12월까지는 매달 2주간 가입 기간을 정해두고 신청을 받을 계획이며 15일부터 21일까지는 출생연도 5부제에 맞춰 신청을 받는다. 정부는 올해 청년도약계좌 지원을 위해 예산 3678억원을 배정했다. 

국내 주요 은행들은 청년도약계좌 출시에 역마진 심화를 걱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전한 역마진 우려

지난 8일 은행들은 1차 공시를 통해 청년도약계좌의 금리를 공시했다. 1차 공시를 보면 은행들이 책정한 기본금리는 3.5~4.5%, 은행별 최대 우대금리는 1.5~2.0%였다. 은행들이 제시한 여러 우대금리 조건을 모두 충족하면 5~6.5% 금리가 가능하지만 실질적인 금리는 4~5%대에 형성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유는 일부 은행이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우대금리 조건을 내건 탓이다. 급여이체와 카드결제, 첫 거래, 주택청약 등 조건이 까다로웠다. 

정부는 은행권의 협조를 요구하고 나섰다. 결국 은행들은 기본금리를 4%로 높이는 대신 조건이 붙는 우대금리를 좀 더 낮춰 최종금리를 6%로 맞추는 방안에 합의했다. 금리가 6%일 때 5년 뒤 원리금은 4840만5000원 수준이다. 

은행권은 역마진을 우려한다. 지난 4월 시중은행이 새로 취급한 저축성수신과 대출의 가중평균금리는 각각 3.5%와 5% 안팎이다. 6%인 청년도약계좌에 신청자가 몰릴 경우 은행은 수익성 악화를 걱정해야 할 수도 있다. 3%대 예·적금을 팔아 5%대 대출로 이익을 남기는 은행의 수익 구조를 감안할 때 시중금리보다 높은 고금리 적용은 은행편에서 보면 '밑지는 장사'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3년간 고정되는 금리와 상대적으로 높은 납입 한도를 감안할 때 은행에서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면서 "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서면 역마진이 너무 커질 수 있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기 시점인 5년 뒤 상황을 장담할 수 없어 은행 입장에선 리스크가 큰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책금융인데…은행 역할이 더 커

청년도약계좌는 청년들의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형 금융상품이다. 청년이 매달 70만원씩 5년을 모으면 5000만원 내외의 목돈을 만들 수 있다. 가입자가 매월 40만~70만원을 적금 계좌에 내면 정부가 월 최대 2만4000원을 더해주고 이자소득에 비과세 혜택을 준다. 가령 청년이 월 70만원씩 5년간 납부해 6% 금리를 적용받으면 모두 4840만원(정부기여금 제외)을 모을 수 있다. 이자로만 64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정부기여금은 4.5% 기본금리 적용 때 140여만원 수준이다.

은행권에선 실제 지원은 은행이 하고 생색은 정부가 낸다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정부보다 은행의 역할이 더 큰 정책금융이라는 지적이다. 통상 우대금리는 잠재적인 충성고객 확보 등을 위한 것으로 시중금리보다 높게 책정해 손실을 키우기 위한 역할은 아니다. 여기에 더해 가입 대상인 만 19~34세는 상품 비교에 밝은 세대로 기본금리, 우대금리 조건들을 따져보고 금리가 0.1%포인트라도 높은 은행의 상품에 가입할 가능성이 크다.

가입자가 한꺼번에 특정 은행에 쏠릴 경우 은행의 손실은 더 커질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 1차 금리 잠정 공시 때 11개 은행 중 가장 높은 금리(최고 6.5%)를 제시했던 IBK기업은행은 가입자 쏠림현상을 우려해 대규모 손실을 막기 위한 장치를 금융당국에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우려는 과거 추진됐던 정책금융 과정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2월 청년희망적금이 출시 당시 정부 예상보다 많은 가입자가 몰렸다. 애초 정부는 1년 동안 38만명이 가입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출시 열흘 만에 290만명이 몰렸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대통령까지 나서 신청한 모든 사람을 가입시키겠다고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은행권은 이런 상황이 재현되지는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청년희망적금은 청년도약계좌와 달리 판매 은행이 제공하는 금리가 모두 5%로 같았다. 반면 청년도약계좌는 은행마다 금리가 제각각이여서 쏠림 현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입자 제한이 없고 다른 은행보다 금리가 0.1%포인트라도 높다는 입소문이 나면 특정 은행에 청년도약계좌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 경우 손실폭이 커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위원회는 은행권 손실을 줄이기 위한 방안 논의에 나선다. 애초 은행별 계좌 가입자 수에 별도의 상한선이 없는데 금융위원회는 각 은행이 원할 경우 가입 계좌 수에 한도를 두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우대 금리 조건이나 기본금리 차이로 인해 특정 은행으로 가입자가 쏠리는 걸 방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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