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고용마저...美 곳곳서 경기침체 시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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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고용마저...美 곳곳서 경기침체 시그널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3.04.06 1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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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및 서비스업 지표 부진...안전자산 금은 고공행진
미 10년물-3개월물 금리 역전폭 150bp까지 벌어져 
미국의 고용지표가 부진한 것으로 발표되는 가운데 경기침체 우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고용지표가 부진한 것으로 발표되는 가운데 경기침체 우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지난 2월까지만 하더라도 경기 침체가 아예 없음을 뜻하는 '노랜딩(No landing)' 전망에 무게가 실리기도 했으나 순식간에 상황이 뒤바뀐 것이다. 

그간 호조를 보인 고용지표와 서비스업 지표에서 부진함이 확인된 것은 물론, 연중 최저치를 찍은 미 국채 수익률, 중소형주의 부진한 흐름, 그리고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 값의 고공행진 등이 곳곳에서 경기침체를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믿었던 고용·서비스 지표마저 부진

경기침체 우려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만든 주요 요인 중 하나가 고용지표였다. 한 때 과열 우려까지 제기됐던 고용지표는 최근 잇따라 부진한 수치를 제시하고 있다.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발표된 3월 ADP 민간 신규 고용은 14만5000건으로 전월(26만1000건) 및 컨센서스(20만건)을 크게 하회했다. 물론 7일 발표될 노동부의 3월 비농업부문 고용 지표가 더욱 중요하지만, 부진한 민간 고용 지표는 탄탄했던 고용 시장에 금이 가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전날인 4일 발표된 2월 미국 기업들의 채용 공고는 993만1000건으로 전월대비 63만2000건 감소했다.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 전망 조사치 최소값이 1025만건이었는데 이마저도 큰 폭으로 하회한 것이다. 

눈에 띄는 점은 그간 고용 호조를 이끌던 레저 및 접객 산업에서 노동수요 둔화가 확인됐다는 점이다. 레저 및 접객 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숙박 및 외식산업은 2개월 연속 큰 폭으로 감소했다. 

서비스업 지표의 하락세도 두드러진다. 3월 ISM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2로 전월(55.1) 및 컨센서스(54.5)를 큰 폭으로 하회했는데, 이는 제조업 부진에 이어 서비스업마저 내리막길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앞서 3월 ISM 제조업 PMI는 46.3을 기록해 코로나19 확산기인 2020년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류진이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서비스업황은 여전히 견조하긴 하나 업황 피크는 지났다는 판단"이라며 "ISM 제조업 지수에 이어 최근 발표되는 2~3월 경제지표들이 연달아 예상치를 하회하고 있어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재차 대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10년물-3개월물 금리 역전폭 수십년만에 최대

미 국채수익률은 경기침체 우려를 빠르게 반영했다. 

불과 한 달 전 2007년 이후 16년만에 5%를 돌파했던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5일 기준 3.78%까지 빠르게 떨어졌으며, 10년물 국채수익률은 3.3%로 지난해 9월 중순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3.5%까지 밀렸다. 

주목할 점은 미 10년물 국채금리와 3개월물 국채금리의 역전 폭이 눈에 띄게 벌어졌다는 점이다. 미 3개월물 국채 수익률은 4.83% 수준인데, 10년물과 비교하면 역전 폭은 150베이시스포인트(bp, 1.5%포인트)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10년물과 3개월물의 금리 역전 현상은 향후 6~18개월 이내에 경기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는 수십년 만에 가장 큰 차이"라며 "역사적으로 신뢰할 만한 경기침체 신호"라고 평가했다.

브랜드와인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잭 맥인타이어는 "고용지표가 둔화되고 있는 점을 비롯한 각종 경제지표의 부진한 흐름은 채권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중소형주 약세 두드러져...금은 고공행진 

경기에 비교적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소기업들의 주가는 하락폭이 더욱 크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3월 소형주는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대형주를 하회하고 있으며, 2000개의 소형주 주식을 대표하는 시장 지수인 러셀 2000 지수는 이번주에만 3% 가량 하락했다. S&P500 지수의 하락률이 0.6%에 그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소형주의 약세가 현저히 두드러짐을 의미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기에 더욱 민감한 경향이 있는 중소기업들 사이에서 경기침체에 대한 두려움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며 "경제에 대한 실망스러운 데이터는 투자자들을 긴장시키고,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넘보고 있다. 전일인 5일에는 소폭 하락세를 보였으나, 금 현물 가격은 지난 4일 온스당 2021달러까지 오르며 강력한 심리적 저항선인 2000선을 무난히 돌파, 2020년의 사상 최고치 2069.4달러에 근접한 상황이다. 

연준 통화정책 더욱 어려워져..."긴축에 조심스러울 듯" 

경기침체를 가리키는 모든 시그널들은 결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통화정책에 상당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5월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56.2%,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43.9%로 나타났다. 긴축 필요성과 경기 침체 전망이 혼재되면서 5월 금리 전망은 50% 확률을 중심으로 인상과 동결 사이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류 이코노미스트는 "노동 수요에서 둔화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음과 더불어 ISM 제조업지수의 극심한 부진, 실리콘밸리뱅크(SVB) 사태발 은행권 규제의 긴축 강화 효과, 2분기 내 주거비 물가 하락세 반영 시작 전망으로 3월 고용지표가 호조를 기록한다 해도 연준은 추가 긴축에 더욱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가에서는 오는 7일 발표될 고용보고서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LPL파이낸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제프리 로치는 "연준은 다음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일시 중단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7일 발표 예정인 고용보고서가 부진한 수준이고,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통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졌음을 확인했을 경우에만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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