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한마디에 은행주↓…'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외국인 떠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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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한마디에 은행주↓…'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외국인 떠나나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3.02.17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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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금융지주 주가, 13~16일까지 4거래일 연속 하락
尹 "금융 분야는 공공재적 성격 강해"
외국인 투자자, 14~16일 은행주 2532억원 팔아치워 
"미흡한 주주환원·취약한 지배구조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정치권에서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금융지주에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주문하면서 은행주 주가가 연일 하락세다. 윤석열 대통령과 금융당국이 연일 '공공재'와 '돈잔치' 등의 발언을 내놓아 투자심리가 위축된 탓이다. 이에 관련 종목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면서 하락세가 어디까지 지속될지에 관심이 모인다.

올해 들어 은행주는 주주환원정책과 호실적에 대한 기대감으로 눈에 띄게 상승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지난 13일부터는 하락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나타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도 연초부터 꾸준히 매수하던 은행주를 털어내는 추세다.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주가는 상승세로 마감했다. KB금융이 200원(0.40%) 상승한 5만원에, 신한지주는 1.19% 상승한 3만8350원에 장을 마쳤다. 하나금융(4.05%), 우리금융(2.23%)도 상승세를 보였다. 

다만 이는 지난 13일부터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인 것에 대한 되돌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KB금융은 13일부터 16일까지 종가 기준 5만5300원에서 4만9800원으로 11% 급락했다. 같은 기간 신한지주(7.6%), 하나금융(10.3%), 우리금융(6.7%)도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지난 일주일간 4대 금융지주 주가는 하락세를 보이다 이날 상승 마감했다. 자료=네이버증권
지난 일주일간 4대 금융지주 주가는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다 이날 소폭 상승 마감했다. 자료=네이버증권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3일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 고금리로 국민들 고통이 크다"며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으므로 수익을 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이른바 상생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향후 금융시장 불안정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튼튼하게 쌓는 데에 쓰는 것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5일에도 윤 대통령은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금융 분야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다"며 "과점 형태가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윤 대통령은 은행권이 직원 성과급과 희망퇴직금으로 수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지자 고금리 시기에 '돈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은행법 제1조에 '은행의 공공성을 확보한다'는 내용을 추가한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외환위기와 같은 위기 시 (은행) 구제비용은 전 국민이 부담하는데, 금리 상승기에 막대한 이자 수익을 거둔 은행이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이런 발언들이 이어지면서 최근 4대 금융지주 주가는 5~10%대 하락했고, 시가총액 역시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5조5826억원 증발했다. 

이같은 하락세를 이끈 것은 외국인 투자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윤 대통령 수석비서관회의 다음날인 14일부터 16일까지 외국인은 4대 금융지주와 카카오뱅크에서 총 2532억8000만원 규모를 팔아치웠다. 4대 금융지주의 외국인 주주 지분율은 KB금융(74.21%), 하나금융지주(71.87%), 신한지주(63.61%), 우리금융지주(40.68%) 순이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13일 이전까지만 해도 은행주는 상승세를 보였다. 올해 들어 지난 10일까지 KRX 은행 지수는 13.68% 오르며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10.91%)를 웃돌았다. 

이는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국내 은행에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요구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렸기 때문이다. 얼라인은 은행지주에 당기순이익의 절반 이상과 보통주자본비율의 13%가 넘는 이익을 주주에게 환원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실제로 각 금융지주의 주주환원정책은 전년 대비 크게 개선됐다. KB금융의 2022년 주주환원율은 33%로 금융지주 중 최대 비율을 기록했고, 신한지주(30%), 하나금융(26.9%), 우리금융(26.0%)도 비율을 늘렸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주환원 정책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모든 금융지주들의 주주환원율이 전년대비 크게 개선되었다는 점과 목표 CET1 비율을 제시하고 그 이상으로 환원을 더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밝혔다는 점"이라며 "이에 따라서 향후 주주환원율의 개선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행보는 은행주 하락세에 불을 지피는 추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4일 임원회의에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과점 체제를 깨고 시장을 완전 경쟁 체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관치금융 등으로 인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한국 상장기업 주식의 가치평가 수준이 유사한 외국 상장기업에 비해 낮게 형성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김준석·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국내 상장기업의 주가-장부가 비율은 선진국의 52%, 신흥국의 58%에 불과하며 분석대상 45개국 중 41위에 해당한다"며 "미흡한 주주환원 수준, 저조한 수익성과 성장성이 가장 유력한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설명력은 상대적으로 낮으나 취약한 기업지배구조, 회계 불투명성, 낮은 기관투자자 비중 역시 기업 가치평가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나타난다"며 "이는 오랫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적돼 왔던 요인이며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한 많은 노력이 이뤄졌지만, 주요국과 격차는 여전히 현저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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