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리포트] 中 '제로 코로나' 정책, SNS서 조롱과 공포의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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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리포트] 中 '제로 코로나' 정책, SNS서 조롱과 공포의 대상
  •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 승인 2022.08.2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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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 입에 면봉…계속되는 중국의 황당 코로나19 검사 
경제 불안과 민심 악화 후폭풍
중국 정부, '제로 코로나' 출구 전략에 고심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오피니언뉴스=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이 조롱과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 중국 푸젠성 샤먼시 당국이 어민 뿐만 아니라 이들이 잡은 어류까지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중국 SNS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이 조롱거리가 됐다.

네티즌들은 SNS에 중국 방역 당국이 생선 입에 면봉을 넣어 코로나19 검사를 하는 영상을 공유하면서 '물고기도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피할 수 없다', '검사가 모기로까지 확대될 수도 있겠다'는 조롱 섞인 반응을 보였다.

중국 샤먼시의 지메이구는 지난달 말 외국 어부들과의 불법적 상거래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들여올 수도 있다는 우려에 따라 이와 같은 코로나19 검사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중국 샤먼시에서 외국 어민들이 잡은 물고기에 대해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광명왕

네티즌들에게 비난받는 중국의 황당 코로나19 검사

중국 방역 당국은 농수산물, 해산물 그리고 해외 우편물이나 화물을 통해 코로나19가 유입됐다는 주장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중국 허난성 위저우시 훠룽전의 전염병 예방 담당부서 직원이 핵산 검사를 위해 마늘잎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동영상이 SNS에 퍼지면서 네티즌들로부터 '가장 재미있고 황당한 핵산 검사'라는 조롱을 받았다.

또한 지난 3월에는 상하이의 코로나19 방역 요원이 수산 시장에서 PCR 검사를 위해 커다란 생선의 입 안에 면봉을 넣으며 상인에게 '손을 놓지 말라'고 부탁했고, 상인은 '걱정 마라. (물고기가) 물지 않는다'고 말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의료 자원 낭비라는 비난을 받았다. 

네티즌들은 "검사 결과 양성이 나오면 해당 생선은 14일간 다른 수조에 격리되는 거냐"고 비꼬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4월에는 중국 방역 당국이 한국산 수입 의류를 코로나19 감염원으로 지목했다. 저장성 사오싱시는 중국 소셜미디어 위챗 공식 계정에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한 명이 외국 의류를 통해 감염됐다"며 "한국산 의류를 산 사람은 핵산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국 방역당국이 상하이 이케아 매장을 통째로 봉쇄하려고 하자 강제 격리를 피하려고 이케아를 탈출하는 쇼핑객들 모습. 사진=웨이보

코로나19 확진보다 언제 격리될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더 두려워

중국인은 코로나19에 걸리는 것 보다 코로나19로 인한 격리와 언제 격리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더 공포스럽다는 말을 공공연히 한다.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코로나19 확진자 또는 밀접 접촉자는 지병이 있거나 아이나 반려동물과 함께 지낸다는 등의 개인적인 변명이나 이유가 거의 용납되지 않고 강제로 격리장소에 수용되는 것이 중국 현실이다.

중국인들은 지난 몇 년간 중국 당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겪으면서 코로나19 방역 현장의 가혹하고 비효율적인 조치들을 직접 체험했기 때문에 어떻게 든 격리만큼은 피하고 싶어한다.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 밀접 접촉자 한 명이 이케아를 방문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 방역 당국이 매장을 통째로 봉쇄하려고 하자 강제 격리를 피하려고 이케아를 탈출하는 쇼핑객들로 대혼란이 벌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미처 이케아를 탈출하지 못한 쇼핑객들은 저녁 8시부터 네 시간 정도 매장 내에 갇혔다가 이후 격리 호텔로 이동 조치됐다.

그리고 봉쇄 조치가 내려진 14일 당일 이케아 매장을 방문한 쇼핑객은 이틀간 강제 격리와 함께 닷새 동안 PCR 검사를 받도록 했다. 한 명의 밀접 접촉자가 다녀간 해당 이케아 매장은 이틀간 임시 휴업했다.

여행지가 완전 봉쇄되면서 15만 명의 여행객이 발이 묶이는 사태도 발생했다. 

중국의 대표 관광지인 하이난섬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중국 방역 당국은 2주간 하이난섬을 봉쇄했다. 이 때문에 관광객들이 모두 발이 묶이는 사태가 발생했다. 하이난에 격리된 관광객 중에는 한국인 여행자 21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난섬 방역 당국은 코로나19 확진자 치료를 위해 야전병원과 병상을 확대하고 인근 상하이, 산둥, 광시성 등에서 수 천명의 의료계 종사자가 하이난성으로 파견되었지만 하이난섬의 확진자 확산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하이난성 정부는 지난 10일부터는 PCR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48시간 이내 2회 받은 이들에 한해 거주지 복귀를 허용했다. 이에 따라 15일에는 항공편 운항이 재개되면서 하이난섬에 발이 묶인 관광객들이 필사의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건물이나 도시 지역에 있는 사람들에게 아무런 예고도 없이 이동을 금지하는 것은 중국 코로나 제로 전략의 일환"이라며 "갑작스러운 봉쇄는 전국적으로 수많은 공황 사태를 초래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대표 관광지인 하이난섬에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관광객 15만명의 발이 묶였다. 사진=시나왕

중국 정부 '제로 코로나' 정책 리스크 줄이기 안간힘

'제로 코로나' 정책이 경제 불안과 민심 악화라는 후폭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연초에 제시한 5.5% 경제 성장 목표는 이미 물 건너갔다.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코로나19 검사와 지역 봉쇄 정책이 지속되면서 지역 경제는 점점 악화되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고 기업들의 수익 구조가 악화되면서 청년 실업률도 최고치를 기록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경제만큼은 성공적으로 성장 추진할 것이라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공산당을 향한 중국인들의 신뢰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중국 관영 중앙TV는 "현직 당과 국가 지도자들은 모두 이미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했고 접종한 것은 모두 국산 백신이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 지도자들의 백신 접종 보도는 코로나19 정책과 관련해 시진핑 주석을 향한 논란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한 사전 조치로 그만큼 중국 지도부를 향한 민심이 곱지 않은 것으로 분석한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전에 볼 수 없던 시위나 반발이 최근 온·오프라인에서 자주 발생하고 있다. 대학교, 공공기관 그리고 거리를 가릴 것 없이 시위들이 계속되고 있고 온라인에서도 중국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중국 정부도 경제운영과 우호적 민심 유지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제로 코로나'의 출구 전략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최근 시진핑 주석이 외빈 만남을 시작했다. 외국 방문 일정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먹는 코로나19 치료약을 개발했다고 발표도 나왔다. 중국 입국자에 대한 격리기간도 줄였다. 지방정부의 코로나19 과잉 대응에 대한 경고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10월로 예상되는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이뤄진 후 '제로 코로나' 정책의 완화를 추진하기 위한 사전 포석들이 조금씩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은 중국대중문화전문가이자 작가로 2006년부터 베이징에 거주하며 한중문화교류사업에 종사하고 있다. 카이스트 MBA를 졸업하고 홍익대 커뮤니케이션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17년 대한민국한류대상시상식에서 글로벌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저서로는 <중국문화산업>, <중국인터넷마케팅>, <그대만 알지 못하는 사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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