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美·日·EU 첨단산업 지원법 쏟아내는데…한국은 정쟁 속 허송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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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美·日·EU 첨단산업 지원법 쏟아내는데…한국은 정쟁 속 허송세월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8.19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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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반도체 자립' 위한 지원 총력전
美 '인플레 감축법' 日 '경제안보법'
국내선 반도체 법안 등 지지부진
"경제 문제만큼은 여야 협력 필요"
여야간 대립 속에 첨단산업 지원법이 국회를 넘지 못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반도체 자립이 국가 미래를 좌우한다.'

미국과 일본 그리고 유럽연합 등 전 세계 주요국이 첨단산업의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들은 각종 법안을 쏟아내며 연일 지원책 마련과 첨단산업 육성에 골몰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야가 정쟁에 휘말려 허송세월만 보내고 있다. 산업계는 조속한 지원책 시행으로 성장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지만 하세월이다. 

반도체지원법 등 각종 법안에 서명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단 13일 만에 첨단산업 지원법 통과시킨 미국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각) 이른바 '반도체 지원법'(반도체 칩과 과학법)에 서명했다. 모두 2800억 달러(약 366조원)를 들여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 확보에 열을 올린다. 자국 산업 경쟁력 확보 뿐만 아니라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을 견제한다는 목적도 담고 있다. 

이 법은 미국 내 반도체 산업에 520억 달러(약 68조원)를 지원하고 미국 반도체 공장 건설 때 기업에 25%의 세액공제를 제공한다. 세약공제 지원 효과만 10년 간 240억 달러(약 31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미국은 첨단 과학연구 활성화를 위해 앞으로 10년 간 2000억 달러(약 261조원) 이상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세부 사항에서 집권당인 민주당과 야당인 공화당 사이 이견이 있었지만 여야간 합의를 통해 일부 이견을 좁히지 못한 핵심 지원책을 떼어내고 수정안을 지난달 상하원에서 단숨에 가결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6일 미국산 전기차와 배터리에 특혜를 주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사인했다. 한국 전기차 업체에 타격이 예상된다. 이 법은 미국에서 조립되고 일정 비율 이상 미국에서 제조된 배터리와 핵심 광물을 사용한 전기차에만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EV6와 아이오닉5 등 대부분 전기차를 국내에서 생산하는 현대차그룹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정부 차원의 일본 반도체 지원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잰걸음 걷는 일본과 대만 그리고 EU

'이웃나라' 일본과 유럽연합(EU) 그리고 대만 또한 첨단산업 육성에 진심이다. 특히 반도체 생산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은 정부 보조금을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이 약 70%를 점유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시장 공략에 나섰다. 5월 일본 국회 문턱을 넘은 '경제안보법'은 반도체 산업 생태계 구축에 방점을 찍었다. 여기에 올해 7740억엔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반도체 산업 지원에 나선다. 

EU 역시 2030년까지 유럽 내 반도체 생산 점유율을 현재 9%에서 20%로 높이기 위해 '유럽 반도체 지원법'을 논의 중이다. 이 법은 유럽 내 반도체 산업 육성을 목표로 공공과 민간이 각각 430억 유로(약 58조원)를 투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만 또한 2019년 초부터 반도체 산업을 국가 핵심 전략으로 설정하고 금융과 세제, 인력 등 전방위적 지원책을 도입하고 있다. 특히 대만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53%를 점유하고 있는 TSMC를 중심으로 국가 반도체 산업을 전체적으로 상향평준화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중국의 성장세도 주목해야 한다. 중국은 '반도체 굴기'라는 목표 아래 2025년 '반도체 자립률 70%'를 외치고 있다. 이를 위해 화웨이, 칭화유니, SMIC 등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다만 중국이 목표를 달성하기까지는 시일이 더 걸릴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반도체 자급률을 15.9% 수준으로 2025년에도 20%를 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윤석열 정부는 여야간 정쟁 속에 첨단산업 지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세월 보내는 한국

국회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한국은 정부 시행령 등 우회로를 찾고 있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 와중에 민간기업에 세제·금융 등 지원 패키지를 제공하는 ‘공급망 관련 3법’ 제·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대응해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생산시설을 확충하는 기업을 정부가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는 내용이다. 관계 부처 간 협의를 조속히 진행할 계획이지만 문제는 국회다. 정부는 연내 제·개정을 마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국회에서의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소재·부품·장비 산업 지원을 위한 소부장특별법 개정도 지지부진하다. 21대 국회 개원 후 첨단산업 지원 관련 법안은 모두 12개 발의됐지만 모두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이 단 한 건도 없는 셈이다. 

첨단산업 지원을 위한 국회의 기능은 사실상 멈춘 것과 다름 없다. 현재 여당인 국민의힘은 삼성전자 출신 반도체 전문가 양향자 의원을 영입해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거대야당인 민주당과 협조에 실패하며 제대로 된 지원책 마련을 위한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양 의원은 "반도체는 대한민국의 번영, 국민 행복과 맞닿은 특별한 선물"이라고 강조하며 협치를 외치고 있지만 여야의 정쟁은 길어져만 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제부문에서 만큼은 여야의 초당적 협력과 통합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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