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한도 600→800달러 상향…'먹구름' 낀 면세업계 근심 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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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한도 600→800달러 상향…'먹구름' 낀 면세업계 근심 덜까
  • 김솔아 기자
  • 승인 2022.07.22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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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 개편으로 8년만에 휴대품 면세 한도 상향
장기적 관점에서 구매 총량 늘 것으로 기대
대외변수 여파로 "당장 실효성 미미" 전망도
불황 지속에 마케팅·역직구몰로 돌파구 마련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아 기자] 여행자 휴대품 면세 한도가 600달러에서 800달러로 상향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1일 발표한 '2022년 세제개편안'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면세업계의 경영 악화와 국민소득 증가 등 경제적 여건 변화를 고려해 여행자 휴대품 면세 한도를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면세 한도 인상은 2014년 이후 8년만이다. 여행자 휴대품 면세 한도는 1979년 10만원에서 1988년 30만원, 1996년 400달러, 2014년 600달러로 조정된 바 있다. 이번 인상은 지난해 1인당 소득수준이 2014년보다 약 30% 늘어난 점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여행자 휴대품 면세한도 상향 내용. 자료제공=기획재정부

술 면세 한도도 근 30년만에 2병으로 늘어난다. 술과 담배, 향수에는 별도의 면세 한도가 적용된다. 현재 기준 술은 1병(1L·400달러 이하), 담배는 200개비(1보루), 향수는 60㎖이다. 정부는 술의 가액 기준은 400달러 이하로 유지하되 수량과 한도를 각각 2병, 2L로 높일 예정이다. 담배와 향수 한도는 그대로 유지한다. 

정부는 "여행객들은 대부분 200달러 안팎의 주종을 많이 구매하는데, 면세로 구매할 수 있는 술이 1병으로 제한돼 술 면세한도(400달러)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며 "국제협약과 해외 사례 등을 고려해 술 면세한도를 2병으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지난 3월 18일부터 원래 5000달러였던 내국인의 면세점 구매 한도를 폐지했으나 면세 한도는 바꾸지 않아 소비 활성화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면세 범위를 초과하는 물품을 반입할 때는 세관에 신고하고 관세, 부가가치세 등을 내야 한다. 

면세점업계 "개편에 긍정적이나 대외변수 악영향 여전"

업계는 이번 개편에 긍정적인 입장이지만 면세 한도 인상만으로는 면세점의 불황을 타개하기 어렵다고 전망한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그간 600달러 초과분에 대한 내국인 고객의 세금 부담이 컸기 때문에 면세한도가 인상되면 구매 총량이 늘 것으로 전망한다"면서도 "다만 매출의 90% 이상이 외국인으로부터 창출되기 때문에 여행 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면 실적이 이전만큼 돌아오기 어렵다"고 전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은 17조 8333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중 약 95%가 외국인 매출액이다.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국내 면세점의 연간 매출은 24조 8586억원이다.  

올해 1분기 주요 면세점 실적에도 그림자가 드리웠다. 롯데면세점은 753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신세계면세점도 21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적자 전환했으며 현대백화점면세점은 140억원의 적자를 냈다. 신라면세점이 유일하게 127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감소한 영업이익을 거뒀다. 

업계는 올해 초 엔데믹 기조에 따른 훈풍을 예상했지만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세로 인해 다시 불안감이 커졌다. 이에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기며 백화점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6월 국제선 수송량이 2019년 월평균 대비 17% 수준으로 해외 여행 수요 회복이 더딘 상황"이라며 "면세점에서 내국인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8.4%에 그친다"고 분석했다.

이어 "단기 실적은 내국인 보다는 따이공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면서 "여행자 휴대품 면세 한도 상향에 따른 긍정적 효과는 여행 관련 수요 회복이 본격화되는 내년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내국인 마케팅·역직구몰 확대로 돌파구 마련

롯데면세점이 현대카드와 손잡고 출시한 면세점 전용카드. 사진제공=롯데면세점
롯데면세점이 현대카드와 손잡고 출시한 면세점 전용카드. 사진제공=롯데면세점

대외변수 여파로 시름이 계속되자 면세점업계는 자구책을 마련하는 모습이다. 내국인 고객 확보를 위해 전용 혜택을 강화하고 역직구몰. 

롯데면세점은 환율 보상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시내 매장 기준 환율이 1250∼1300원일 경우 최대 2만원, 1300원을 넘어설 경우 최대 3만5000원 상당의 포인트를 준다. 

지난 18일에는 현대카드와 손잡고 ‘LOTTE DUTY FREE 현대카드’를 출시했다. 해당 카드로 결제하면 사용처와 관계없이 면세점 포인트가 적립된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내국인 해외여행이 차츰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현대카드와 협업하여 면세점 전용 신용카드를 출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신라면세점은 지난 14일 유료 멤버십 ‘SHILLA &(신라앤)’을 출시하고 200명 한정 회원 모집을 시작했다. ‘SHILLA &(신라앤)’의 가입비는 30만원이다. 가입자에게는 약 38만원 상당의 면세점 포인트를 제공한다. 또 신라호텔, 여행사 등과의 제휴 혜택과 가입 기념 선물 등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도 지난 5월 내국인 전용 여행 멤버십 서비스 ‘클럽트래블(Club Travel)’을 론칭한 바 있다. 클럽트래블은 면세점 쇼핑·여행·문화생활 할인 혜택을 동시에 제공하는 멤버십 프로그램이다. 올해까지 클럽트래블을 가입한 고객에게는 현대백화점면세점 온·오프라인 멤버십 등급 업그레이드 혜택이 주어진다. 또 현대백화점그룹이 운영 중인 유통 채널과 외부 제휴처에서 사용 가능한 다양한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신라면세점 역직구몰. 사진=신라면세점
신라면세점 역직구몰. 사진=신라면세점

면세점 업계는 '역직구몰(온라인 해외판매)' 서비스를 속속 오픈하며 해외 거주 외국인 공략에도 나섰다. 이달부터 정부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면세품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면서다. 

신세계면세점은 중국문 온라인몰 및 자사 앱에 별도의 ‘역직구관’을 열었다. 이를 통해 중화권 고객에 인기 있는 K뷰티, 패션, 건강기능식품 등 한국 브랜드 제품 총 3000여 아이템을 선보인다.

중국 물류 플랫폼인 알리바바 자회사 '차이냐오'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신라면세점도 면세품 역직구 서비스를 오픈했다. 

롯데면세점도 역직구 전용몰을 운영 중이다. 중국을 비롯해 일본, 미국, 싱가포르 등 9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총 220여개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연내에는 취급 품목을 400개로 넓힐 방침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도 올 하반기 중 역직구 플랫폼을 선보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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