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평우 “이재용 판결, 증거 불충분…원칙적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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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우 “이재용 판결, 증거 불충분…원칙적 무죄”
  • 김송현 기자
  • 승인 2017.08.27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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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우 변호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판결을 보고 자신의 홈페이지(www.kimpyungwoo.com)에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조선시대의 원님 도는 사또의 재판”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의) 청탁을 입증할 직접 증거가 불충분하므로 원칙적으로 무죄”라고 주장했다.

김평우 변호사는 제45대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과정에서 서석구 변호사등과 함께 피청구인 박근혜 대통령의 대리인단을 맡았다. 저서로는 『탄핵을 탄핵한다』, 『한국의 법치주의는 죽었다』 등

 

▲ /김평우 변호사 페이스북 사진

 

다음은 김평우 변호사의 글이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 5년 중형 판결을 보고 생각한다]

 

1. 어제 서울중앙지법에서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에게 5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설마했는데 역시나이다. 죄명은 뇌물공여죄 등 다섯가지이다. 뇌물 공여죄의 요지는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삼성 회장직 승계를 청탁하고 그 대가로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승마훈련을 위해 수십억원의 돈을 최순실에게 주었다 는 것이다.

 

2. 그러나, 이 판결은 완전히 조선시대의 원님, 사또 재판이다. 아래에서 보자.

 

먼저, 뇌물죄가 성립되려면 비공무원이 공무원에게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하여 업무에 관련한 청탁을 하여야 한다. 다음에 그 청탁 내용이 부정하여야 한다. 박영수 특검은 이 재용 부회장이 삼성 그룹 회장직 승계의 협조를 박대통령에게 청탁한 것이 뇌물죄의 성립근거라고 기소했다. 그러나, 삼성은 그런 청탁을 한 적이 없다고 다툰다.

그러면 누가 보아도 법원이 먼저 할 일은 과연 이재용 부회장이 박대통령에게 회장직 승계를 부탁하였다는 합리적으로 의심할 여지가 없는 증거를 검찰이 제출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법원은 먼저 특검의 직접 증거가 충분히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 판결은 이미 난 것이다. 청탁을 입증할 직접 증거가 불충분하므로 원칙적으로 무죄이다.

 

3. 그런데, 우리 법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검찰이 낸 직접증거는 없지만 정황증거로 보니까 박대통령이 ‘개괄적으로’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법원이 트릭(꼼수)를 쓰고 있는 것이다. 사건의 쟁점을 <이재용 부회장이 청탁을 했느냐 아니냐> 에서 <박대통령이 개괄적으로 알았냐 아니냐>로 멋대로 바꾼 것이다. 다시 말해, 박대통령이 개괄적으로 알았으니까 이재용 부회장이 청탁을 했다라고 간접적으로 범죄요건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는 트릭(꼼수)를 쓴 것이다.

결국, 쟁점(ISSUE)의 주체, 내용 을 바꿈과 동시에 유죄 증거의 기준도 의심이 여지가 없는 (BEYOND REASONABLE DOUBT) , 엄격한 입증기준 에서 법관의 자유심증(‘개괄적으로 알았다 아니다’는 아무런 인정기준이 없으니 완전히 법관의 자유심증이다) 으로 대폭 낮춘 것이다. 물론 이는 위법이다. 위헌이다.

(삼성의 회장직 승계 이슈는 경제 신문에 다 난 뉴스인데 박 대통령이 알았으면 이재용 부회장이 죄가 되고 몰랐으면 죄가 안 된다니 이것이 도대체 무슨 논리인가?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

 

4. 이는 마치 헌재에서 재판관들이 국회의 탄핵소추 사실은 인정이 안되지만 자신들이 보기에 박대통령이 검찰 조사에 불응한 것이 헌법위반이라고 스스로 소추한 후, 대통령직에서 파면한 것과 꼭 같은 재판 패턴이다.

법관이 검찰을 대신하여 직권으로 쟁점을 바꾸고 그 다음에 바뀐 쟁점을 직접증거가 아니라 정황증거라는 이름 아래 법관의 자유 심증을 가지고 유죄를 때린 것이다. 장구치고 북치고 완전히 법관 마음대로 이다.

 

5. 삼성 회장직 승계는 어디까지나 삼성그룹의 업무이지 대한민국 정부 특히 대통령의 직무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 삼성그룹의 회장직 승계는 삼성의 주주가 정한다. 삼성주식의 과반수는 외국인이라고 아는데 어떻게 대한민국 대통령이 삼성 회장직 승계를 결정할 수 있겠나?

정부나 대통령의 업무 권한이 아니니까 삼성에서도 박대통령에게 청탁할 리가 없다. 그래서 청탁한 적이 없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설명은 아주 상식적이다. 그런데, 법원은 이런 상식을 다 무시하고 정황으로 보아서 개괄적으로 회장직 승계 문제를 박대통령이 알면서 만났기 때문에 청탁을 받았다고 억지를 부리는 것이다. 알고 모르고도 본인의 의사나 증거와 관계없이 법관이 자유심증으로 결정한다니 참으로 기막힌 독선이다.

 

6. 다음으로, 뇌물죄가 되려면 직무와 이득간에 대가관계가 있어야 한다. 대가관계의 인식 즉, 고의가 있으려면 박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삼성회장직 승계를 이렇게 이렇게 도울 테니 그 대신 이재용 회장은 최순실에게 이러이러한 금액을 이렇게 이렇게 주라는 구체적 내용에 대해 상호간의 합의나 공모가 있고 그런 합의나 공모가 위법하다는 점에 대해 인식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단순히, 원인, 동기, 계기를 만드는 추상적인 말이나 있다 하여 그것을 무조건 범죄의 <고의> 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고의없이 범죄 없다>는 근대법의 기본 정신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 판결을 보면 이재용 회장의 <고의> 여부는 처음부터 쟁점에서 빠져 있다. 판결문에도 아무 언급이 없다. 형법 제 13조(범의)는 완전히 무시되고 있다.

 

7. 끝으로, 뇌물죄가 성립되려면 공무원에게 직무 관련한 이득의 제공이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공무원이 이득을 직접 받거나 아니면 이득을 제3자에게 주어야 한다. 이 사건에서 공무원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그런데, 박대통령은 삼성으로부터 직접 또는 최순실을 통해 돈을 것이 한 푼도 없다. 최순실에게 돈을 주라고 요구한 사실이 없다. 최순실이 이재용으로부터 돈 받은 것을 박근혜 대통령이 사전에 알았다는 어떤 증거 판단이나 사실판단 자체가 없다. 돈 거래는 최순실간에서 이루어졌다. 그런데, 최순실은 공무원이 아니다. 공무원이 아닌 사람에게 공무원이 알지도 못하는 방법으로, 알지도 못하는 시기에, 알지도 못하는 금액의 돈을 준 것은 공무원의 직무관련 범죄인 뇌물공여죄가 될 수 없다. 그런데, 이런 점들은 판결에서 아예 처음부터 무시되고 있다. 이 부분이 박근혜 대통령을 뇌물수수죄로 얽기 위한 수순인 것 같다.

 

8. 판사들은 판결문에서 삼성재벌과 대통령 권력간의 불법한 정경유착이라며 중형선고를 정당화시킨다. 그러나, “정경유착”이란 용어는 언론의 용어이지 법률가의 용어가 아니다. 대한민국 법전 어느 곳에도 ‘정경유착’이라는 범죄구성요건은 없다. 헌재가 “국정농단”이라는 조선시대 탄핵용어를 대한민국의 범죄로 부활시켜 박근혜 대통령을 대통령 직에서 파면하더니 이제 형사법원은 “정경유착”이라는 언론용어를 뇌물죄의 상위규범으로 승격시켜, 죄도 없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을 뇌물공여죄로 처단하고 있는 것이다.

 

9. 근대 법치국가에서 형사 재판은 피고인의 억울함을 밝히는 것이 첫번째 목적이다. 그런데 이번 재판을 보면 우리 나라 법관들의 재판 목적은 검찰이 입증하지 못한 피고인의 유죄를 자신들이 사또, 원님 재판으로 유죄를 만드는데 있는 것 같다.

 

10. 세계에서 한국인임을 자랑스럽게 만드는 삼성그룹의 이재용 부회장을 아무런 증거도, 법리도 없이 뇌물공여죄의 파렴치한 범죄인으로 낙인을 찍어 감옥에 가두는 사법만행을 시대에 뒤떨어진 사법 양반들이 멋대로 저지르고 있다. 한국의 법치주의가 죽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우리 모두 심각하게 사법혁명을 소리쳐야 할 때이다.

 

2017. 8. 26. 김평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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